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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08 14: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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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화동원(書畵同源)’이란 말이 있다. 서예와 그림의 근원은 같다는 것이고, 이것은 서화가 ‘다르지 않다’는 의미, 혹은 ‘다르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그림은 유화(서양화)가 아니라 동북아에서의 그림이다. 좁게는 (문인)산수화로도 볼 수 있겠으나 그림 전체를 말한다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서화는 어떻게 다른가? 서예[작품]가 내용[문]과 구성[조형]으로 이루어진다면 내용에 치우칠 경우 문학이 되고, 조형에 치우치면 혼자만의 형이상학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어떤 합일점을 찾게 되고, 여기서 서예와 그림이 구분된다 하겠는데. 어떻게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서예와 그림은 메타포(metaphor, 비유)와 알레고리(allegory, 풍자)의 차이만큼 다르다 할 것이다.


  메타포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 개념, 물체 등이 지닌 특성을 그것과 다르거나 상관없는 말로 대체하여, 그것을 간접적이며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즉,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달 내용이나 개념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이다. 따라서 메타포는 사용자의 적절한 연상 작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일관성 있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라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A는 B이다’와 같이 ‘A’를 ‘B’로 대치해 버리는 비유법, 즉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비유되는 것을 동일시하여 다루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얼굴은 귀신이지만, 마음은 부처이다.”와 같은 비유이다. 단어로는 꿈(희망), 소(우직한 사람), 돌대가리(무식한 사람) 등이다. 이렇게 사용되는 메타포는 새로운 단어, 조어(造語)에 유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병목현상’, ‘바늘귀’ 등과 같이 합성법에 의한 단어는 메타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메타포는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기교적인 단순미, 참신성, 생동감 등을 불어넣어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서예 작품에도 이러한 은유적 단어나 시구를 많이 인용하고, 특히 용필(用筆)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자 서예에서는 ‘人’을 사람이라 하고, ‘木’을 나무라 하는 것도 메타포에 속하고, 서예의 기본법이라 하는 ‘영자8법(永字八法)’도 메타포이며, ‘서예8병(8病)’도 메타포이다. 서조자연(書肇自然)이라 하여 서예의 모양이나 운필은 물론이고 품평에서도 자연물의 형상에 빗대어 평한다. 이렇게 볼 때 서(예) 그 자체가 메타포이고, 메타포로 감상하는 등, 메타포는 서예의 창작이나 감상에 널리 적용되는 기법이라 하겠다.  


  반면, 알레고리(allegory)는 그리스어 '다른(allos)'와 '말하기(agoreuo)'를 합성해 만든 '알레고리아(allegoria)'의 영어식 표현이다. 각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수사법이다.​ 다시 말해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대상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비유법이며, 주로 도덕적, 교훈적, 풍자적 내용을 표현할 때 쓰인다. 메타포는 하나의 단어나 하나의 문장과 같은 작은 단위에서 구사되는 표현 기교인 반면, 알레고리는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총체적인 은유로 관철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문학으로 말하면, ‘이숍 우화’와 같이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그것과 유사한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면 〈토끼와 거북〉,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근면성을 칭송하는 알레고리이다.  


☛ 서예를 메타포와 비유한다면 그림은 알레고리이다. 알레고리 그림은 작품 속에 특정 의미를 지닌 형상이나 대상을 넣어 풍자하는 수법으로, 전달하려는 내용을 직접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품을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그림에 담은 내용을 알게 하는 그림이다. 예를 들면, 민화 〈십장생도〉, 〈일월오봉도〉 등 4군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북아 그림은 알레고리 그림이라 해도 될 것이다. 알레고리는 시문학에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그림에서는 조선에서의 민화와 같이 사회적, 정치적 억압이 있을 때 민중의 항의, 희망, 권력에 대한 야유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양화에도 알레고리 그림이 많다.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비롯해 뒤샹의 〈샘〉 등 대단히 많으나 대표적인 알레고리 그림은 르네상스 거장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얀 반 에이크(Jan van Eyuck, 1390?~1441, 너델란드)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이다. 이 그림은 서양미술사에서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명화 중 하나이며 알레고리로 가득하기도 하지만 최초의 ‘유화 작품’이라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림이다. 물론 이전에도 유화는 있었겠지만 현존하는 유화 중 최초라는 것에서 미술사적 의의가 크기 때문이다.


▲ [뉴스부산ART] 오후규 서예만평=《사진》얀 반 에이크(Jan van Eyuck, 1390?~1441, 너델란드)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The Arnolfini Portrait, Marriage, 1434년, 유화, 84x53cm, 내셔널 갤러리, 런던).


이 그림은 결혼식 장면을 담은 기념 초상화이자 혼인 관계를 인정받는 결혼 증명서의 역할을 하는 그림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림에는 결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알레고리가 있다. 예를 들면 그림에서 남녀가 맞잡은 손은 결혼을 통한 두 남녀의 화합, 아르놀피니의 위로 들어 올린 손은 혼인 서약, 둘 다 신발을 벗은 것은 결혼의 신선함, 바닥에 있는 강아지는 충실함과 헌신, 침구의 붉은색은 부부간의 열정, 부인의 배 위에 살며시 올린 손, 샹들리에에 켜져 있는 단 하나의 촛불은 부부의 일심동체와 모든 것을 지켜보는 신의 눈을 상징한다. 침대는 재산, 자손을 의미하고 풍성하게 부풀린 여성의 녹색 의상은 자녀에 대한 열망의 상징이자 예의범절을 의미하는 등 어느 것 하나 상징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 외에도 거울과 거울 속의 그림, 카펫, 모직 옷, 모피 망토, 가운, 반지와 황금 목걸이 등을 통해 아르놀피니 부부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상징하는 등 그림 안에 보이는 각 개체는 모두 알레고리와 관련이 있다.


 그림에서의 알레고리는 작가의 의도이다. 그래서 감상자는 알레고리를 알고자 하고, 알레고리를 알고 나면 그림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사실, 그냥 남녀 결혼기념 그림보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와 같이 알레고리고 가득한 작품이 더 매력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작품 속에 알레고리를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넣는다 하더라도 주제와 합리적이며 자연스럽게 융합시킨다는 것은 대단한 대가라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시 말해, 서예는 조형미술이기에 앞서 문학이다. 그러나 내용인 문학이 서예미[조형]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서예는 조형미술로 봐야 할 것이고, 그 조형 원칙은 메타포라 할 것이다. 이것은 ‘고전(古典’의 영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면, ‘서여기인(書如其人)‘도 그렇고, 〈필세(筆勢)〉, 〈필론(筆論)〉 등 각종 서론도 메타포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메타포는 이상적 목표일 뿐, 성공한 서예가가 없다 할 정도로 서예 작품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림과 달라서 조형적 스토리텔링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고, 이것이 서예가 당면한 문제점인 동시에 그림과의 차이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서예의 미는 필획, 선성, 흑백의 조화 등이고, 이것을 자연 물상으로 말하고 그림은 조형으로 무엇을 상상[하거나 사유하게 한다. 이것으로 서화를 말하면 서예는 메타포이고, 그림은 알레고리라 할 것이기에 서예와 그림의 차이는 메타포와 알레고리의 차이만큼 다르다 하겠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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