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 축구국가대표 경기는 ‘명승부’라고 부를 정도의 좋은 경기였다.
선수들의 투혼과 심장의 박동소리가 고스란히 팬들의 가슴에 스며들 만큼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다. 2 대 1 승리라는 결과도 얻었지만, 정작 팬들의 답답했던 응어릴 뚫어준 것은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패기와 정신력이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별 기대한 경기는 아니었다. 같은 심정을 가진 팬들도 있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한국 축구를 지독히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만, 최근 대표팀은 기량이나 정신력, 전술, 스피드, 패기 등 어느 하나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성적 또한 말할 나위 없이 기대를 저버렸다.
그동안 지켜왔던 ‘한국축구의 강한 정신력과 패기’는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고, ‘팬과 국민의 정서와 괴리된 지도자와 협회의 태도’는 자기반성과 여론의 질타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사실 어제 콜롬비아 경기 이전까지 이번 경기에 대한 팬과 국민의 관심은 ‘신 감독과 코치진의 조합, 선수들의 정신력과 기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었다.
신 감독이 지휘했던 대표팀의 답답했던 지난 경기모습과 히딩크 전 감독과 협회의 진실 공방, 축협의 무능과 실정, 김호곤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 사퇴, 스페인 코치진 대표팀 합류, 대표팀 선발 등 시끌벅적한 홍역을 치른 뒤 처음으로 치르는 경기였던 것이 원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반전 휘슬의 울림에서 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의 울림까지 그라운드를 누빈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다.
이기적인 플레이 없이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동료 선수의 플레이를 생각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책임감과 정신력’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바로 이점 때문에 그동안 팬들과 국민이 선수들에게 실망과 질책을 보낸 것인데, 오늘 선수들에게 칭찬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이점 때문이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사력을 다해 뛰었다는 것은 축구를 잘 모르는 국민이라도, 현장에서 직접 관전을 하지 않은 국민이라도, 영상을 통해 전해져 오는 선수들의 간절한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선수들의 “패기와 정신력”이 그라운드를 지배할 때, 잠시 우리나라 축구대표를 외면했던 국내 팬들과 얕봤던 외국축구팬들의 인식을 제고시키고, 시들해져가는 한국 축구를 살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강경호(수영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