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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26 08: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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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의 서화만평 海潭의 書畵漫評(50)


- 어부와 아내



’늙으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인가 요즘 이솝 우화나 동화를 즐겨 읽는다. 한 토막의 완전한 이야기임에도 짧아서 좋다. 그리고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라 다시 읽는 재미도 있으며 이야기마다 어떤 여운의 미가 있어 더욱 좋다. 또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나타나거나 달리 해설할 때의 기분은 그야말로 큰 희열이다. 《어부와 아내》도 심심풀이로 자주 읽는다. 아는 바와 같이 대략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바닷가 몹시 허름한 오두막에 살던 한 어부가 낚시를 하던 중 넙치 한 마리를 낚게 된다. 넙치가 자신은 마법에 걸린 용궁의 왕자라며 죽이지 말고 풀어달라고 애원하자 어부는 넙치를 살려 준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이 신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자 아내는 날뛰듯 좋아하며 넙치를 구했으니 넙치에게 아담한 집을 갖고 싶다고 요구하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이에 어부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바로 바닷가에 가서 넙치를 불러 아내가 아담한 집을 원한다고 하였다. 넙치는 어부에게 알았다고 하며 집으로 가 보라고 하였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니 놀랍게도 아내가 새로운 집의 마당에 서 있었고 집에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가득했다. 정원에는 온갖 꽃과 과일나무가 자라고 닭과 오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아내는 크게 만족하는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큰 성에서 살고 싶다‘며 어부를 보챘다. 어부는 넙치에게 또 부탁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아내의 고집에 못 이겨 넙치를 불러 아내의 요구를 말하였다. 넙치는 별로 불만 없이 요구를 들어줬다. 성을 얻은 아내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또 남편을 심하게 보채고 보채 왕, 황제, 드디어 교황의 자리까지 오른다. 아내는 교황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 해가 뜨는 모습을 보다가 뭔가를 생각하더니 잠자는 어부를 깨우고 말했다. 이제 ’해와 달을 뜨고 지게 할 수 있는 신이 되고 싶으니 넙치에게 말하‘라 한다. 어부는 이번에야 말로 결코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보챔의 도가 극도로 심해진 아내의 욕설과 협박에 못 이겨 넙치를 찾아갔다. 넙치에게 아내의 소원을 말하고 뒤돌아 섰다. 지금까지 살았던 황궁으로 돌아와 보니, 황궁은 간곳 없고 그 자리에 다 쓰러져 가는 낡은 오두막과 초라하기 짝이 없는 아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어부와 아내》, 어린이를 위한 안데르센 그림동화-15, 이상호 그림, 랭기지플러스.


이상은 《어부와 아내》의 대략적 내용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마지막 터무니없는 소원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연속성을 말하고 있다.


아내는 자신의 결핍을 메워줄 대상을 끊임없이 찾은 것이다. 결핍은 무의식으로 잠재할 뿐 어느 누구에게나 있고, 결핍은 욕망의 근원이다. 아내는 어부의 말을 듣자 무의식에 잠재했던 결핍, 욕망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낡은 오두막에 가난하게 살다 보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으로 큰 집에서 한 번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해결되자 또 다른 결핍이 생기고, 결핍은 욕망이 된다. 뭔가에 만족하게 되면 또 다른 결핍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아내의 마지막 요구가 이루어져 신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대상을 찾았을 것이다. 아내는 자신이 원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결핍은 절대로 채워질 수 없었던 것이다.(이렇게 원하는 대상이 끊임없이 바뀌는 것을 ’욕망의 환유‘라 한다.) 이러한 결핍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심리학에서는 과거1) 원했던 것이거나 원했던 것을 잃어버렸거나 억제당한 무의식 때문이라 한다. 아내의 욕망은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의 욕망‘2)을 욕망한 것이고, 어부는 또 아내의 욕망을 욕망하였기에 바다의 노여움을 무릅쓰고(싫어하면서도) 넙치를 찾아갔던 것이다.

1) 라캉은 행후 6개월부터 18개월 사이의 유아기

2) 남의 욕망이란 남이 원하는 욕망, 말하자면 부자가 되고, 왕이 되고, 교황이 되는 것 등 누구나 부러워 하는 위치, 군림할 수 있는 자리이다.

물론 우리도 여러 가지 욕망이 잠재의식으로 숨어 있겠지만 발현될 때마다 적당히 제어하며 살아가나, 우리 주위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특히 정치계에는 ’어부의 아내‘와 같이 대상 잃은 욕망을 끝없이 채우려다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서화가는 이러한 ’욕망의 환유‘에 매몰될 염려야 없겠지만, 있더라도 ’신의 경지‘까지는 욕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담 오후규 (서화비평가)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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