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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27 01: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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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부산 불꽃축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염원을 담은 2023년 부산 불꽃축제(2023. 11. 4).



해담의 서화만평 海潭의 書畵漫評(52)


- 부산 불꽃미술축제



☛ 지난 11월 4일 저녁(20시~21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제18회 부산 불꽃축제’가 열렸다. 축제란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펼치는 하나의 문화예술 행사이다. 예를 들면, 인도의 디왈리-(빛의 축제,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 악에 대한 선의 승리), 브라질의 카니발-(눈부신 퍼레이드, 화려한 의상, 삼바 리듬이 있는 축제, 화합과 자유의 정신), 일본의 하나미-(벗꽃 축제, 자연의 아름다움과 봄이 왔음을 상징하는 전통 축제)와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부산 불꽃축제’는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에 개최하며, 100만 명이 운집한다 할 정도로 인기 있는 불꽃축제이다. 해마다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와 그 뒤에 있는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바다 위에 바지선을 띄우고 그 배와 광안대교에서 불꽃을 앞바다로 쏘는 방식이다. 축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금년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아마도 무슨 전통 계승보다는 매년 부산의 어떤 염원을 담거나 큰 번영을 기원하기 위함인 것 같고, 토요일로 한 것은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 한다.


불꽃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눈앞에 갑자기 ‘펑!’ 터지는 초대형 불꽃, 광안대교에서 터지는 화려한 불꽃들은 크기, 발사각도, 폭발고도, 거리며 장소 등이 서로 달라서 카메라 한 대로는 어림도 없다. 첫해에는 근거리에서 보았고 이후 잘 보지 않았는데, 금년에는 아파트 옥상에서 보면서 역동성이 넘치는 불꽃을 서화와 연관하여 보았다.



▲ 국당 조성주의 서예 퍼포먼스 모습(예).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내던지는 먹의 향연, 먹덩이는 불꽃을 연상하게 한다.


‘불꽃축제’1) 는 현대미술 장르의 하나인 뉴미디어아트2) 임과 동시에 불꽃미술이며, 이것은 또한 서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불꽃축제는 재미, 흥미와 더불어 미술작품(퍼포먼스)이라는 것이다. 물론 ‘불꽃’은 현대가 아니라 고대부터 있어 온 것이나 미술 장르로 보면 ‘현대’라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현대미술은 대부분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다. 사실, 미술에 본질이 있다면 모호함이라 할 것이나 현대미술은 너무 심하다. 과학자가 논리적 이성적 과정을 통해 ‘명확한 정답’을 찾는 사람이라면, 미술가는 주관적 관념을 바탕으로 정답 없는 질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대미술은 대부분 작품 설명이 없다.


어떤 미술작품이라도 도슨팅이 있어야 이해하기 쉽지만 현대미술은 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미술의 맛이고, 그래서 미술은 더욱 풍부한 말, 표현할 수 없는 뜻이나 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말이나 글로 우리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린아이가 울고 어른이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고, 이러한 언어의 한계가 미술의 동력이며 존재 이유일 것이다.

사실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현대’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대부분 어렵다. 현대 물리학, 현대 수학, 현대 무용, 현대 음악, 현대 서예 등 어럽지 않은 것이 없다. ‘현대’는 아직 규정되지 않은, 반성적인 것을 보편이 되도록 탐구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보편이 없는 것을 새롭게 규칙, 규정을 만들어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에 현대가 아닌 전통, 고전은 이미 보편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그대로 익히면 되는 것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 현대미술의 하나인 뉴미디어아트는 다소 불편하다 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전통적 미술은 심리적 은유적 상호작용을 노린 것이라면 과학과 기술이 융합된 뉴미디어아트는 직접적이면서 작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부산 불꽃축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며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아니다. 노소는 물론 학식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기는 전통기술이지만 뉴미디어아트이며 현대미술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부산 불꽃축제는 그 규모, 내용, 디자인 등을 볼 때 단순한 불꽃축제나 놀이가 아니라 ‘불꽃미술축제’이라 해도 될 것이다. 깜깜한 광안리 앞바다는 무대며 캔버스이고 그 위에 수십 종류의 불꽃작품을 선보였다. 불꽃에는 그림도 글(♡)도 있었다. 수많은 관중은 감탄하였고,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어 ‘와아!’ 하는 소리는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동시에 청각과 시각을 한계까지 밀어 넣는 작품이었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미적 경험을 하였다. 이 광경을 본 사진작가는 사진작품으로 재생할 것이고 미술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승화시킬 것이며, 서화가도 많은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모아서 말하면, ‘2023년 부산 불꽃미술축제’에는 태소, 장단 등 온갖 서법이 고스란히 녹아있었고, 문인화에서의 동에 번쩍 서예 번쩍하는 붓놀림도 있었으며, 키보다 더 긴 큰 붓으로 불현듯 지면을 향해 내리찍는 서예퍼포먼스도 있었다.


2023년을 보내고 2024년 새해를 맞으며, 서화가 불꽃처럼 찬란하게 온 세계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해담 오후규 (서화비평가)



..................................................................

1) 불꽃의 기원은 고대 인도, 그리스 로마까지 올라가겠지만 불꽃놀이의 형태는 중국 남송(1127~1279)부터라 한다. 이후 13 세기 경 중국 상인에 의해 이슬람 국가로 전해졌고, 지금과 같은 불꽃의 형태는 14세기 후반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2) 현대미술에는 아직 용어의 정의가 모호한 장르가 있다. 흔히 말하는 ‘뉴미디어 아트’도 관련자(작가, 관객, 대중, 평론가, 미술시장 등)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대미술의 한 장르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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