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소나무
울산작가회의 발행 <울산작가> 23호(2017. 7. 1).
통도사 대웅전에는 부처님이 안 계신다
절 입구 개천가에 나와 계신다
목이 말라 물이라도 드시려는지
허리 굽혀 한껏 자세를 낮추는 중이다
저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
스님들이 받쳐 준 기다란 목침 괴고
비스듬히 전하는 저 솔숨 설법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울지 말거라
이렇게 기우뚱한 삶도 있다
처음으로 돌아갈 순 없으니
나의 기울기를 사랑하는 수밖에
다만 이번 생의 숙제를 하는 중이다
나중에 만나면 다 말해야지
어머니, 당신 없이 힘들었지만 열심히 했다고
그리하여 저맑은 물에 나를 비춰보았다고
절집 나오던 사람들
부처님 보려고 자꾸 몸이 기울어진다
- 박진규(시인 · 부경대 홍보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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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시인은 부산매일신문 기자를 거쳐, 현 부경대 홍보팀에 근무하고 있다. 1989년 제13회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 '태백기행'으로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가 당선, 2016년에는 첫 번째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를 도서출판 신생에서 출간하였다. 현재 잡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은 지구별 여행중'이란 별명으로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부산 newsbusan 강경호 기자 = suyeongn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