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봉규 명예교수(부경대학교, 유엔연구소)|장동혁에 바란다 2. '혁신의 변증법'을 이해하라
1991년 세계경영학회에 발표된 보고서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의 성장과 발전이 학술적으로 국제적으로 공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전략경영(학)의 구루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경제성장 4단계론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발전은 불과 30년 만에 산업화에 성공하고 선진국 진입(혁신 단계)을 앞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제문제는 비경제적 요소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실지로 역사는 '역사의 변증법'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테네는 민주주의로 발전했으나 민주주의로 패망했고, 로마 공화정은 패권국이 되자 백 년에 걸친 내전과 혼란에 빠져들었었다. 20세기 민주주의도 간전기 파시즘에 연달아 무너졌고, 1970년대 남미제국도 민주화로 인한 혼미가 일반화될 정도였다.
실지로 '한강의 기적'의 나라(한국)도 오도된 민주화의 희생이 되기 시작했다. 민주화와 거의 동시에 '한국병'이란 국가리더십의 총체적 실종으로 국가경쟁력이 치명적으로 손상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국병'은 한편으로 민주화를 주도한 양 김(김영삼, 김대중)의 부패, 반역(여적/이적) 뿐 아니라 역사에서 보여준 리더십이 실종된 민주주의의 위험에 대한 경종이 없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1500년 이후 500년간 세계사를 분석한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강대국흥망(폴 케네디 저)]과 [경제강대국흥망사 (찰스 P. 킨들버그 저)]가 이 시기에 출간되었고, 후자는 국가의 흥망은 국민의식과 생활양식이란 결론도 제기되었다.
결국 경제발전의 문제는 정치체제, 국가리더십 등 비경제적 요소가 결정적이며, 뿐만 아니라 특정체제는 상황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역시도 국가발전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동시에 부정적일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마키아벨리에게는 민주주의는 취약하기에 배척되는 체제였다. 이에 대한 근대사상가들은 자유(liberty)가 갖는 이원적 요소, 즉 자율(freedom)과 규율(discipline), 권리(right)와 책임(responsibilty), 지성과 산업 등 상이한 요소의 '신 결합(new combination)', 즉 혁신(innovation)으로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루스벨트는 대공황에 처하자 방임적 전통을 포기하고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이 실업을 구제하고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뉴딜정책을 수행했던 것이다. 또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적 참전과 전쟁경제를 수행했던 것이다.
대공황과 세계대전에서의 미국 정부의 변화는 오늘날 국가 혁신의 전범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전후 미국의 선택, 즉 패권국으로의 변신 역시 혁신의 아이콘이 된다.
반면 한국의 민주화는 결코 혁신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의 자질 부족으로 비전, 카리스마, 국정운영 능력이 아니라 부정부패, 외교실패, 자원배분의 왜곡, 정국불안정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잇따른 종북(반미)정부에 의한 국헌파괴가 현실화되었다.
실지로 국가경영학에서는 당시 한국을 포함한 신흥공업국의 혁신 과제, 즉 기업가정신의 재발견, 환경변화 및 도전에 대한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 장기적인 방향과 공약 개발, 보다 체계적인 교육, 인적자원의 개발 및 활용도 증진, 보다 생산적인 정부-기업 관계 발전이었다.
결국 87체제(민주화/6공화국)는 성장과 질서를 담보하는 혁신에 실패한 것이다. 국정현안과 위협, 장기적인 목표, 현실적 대안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지난 30년간 제기되지도 못했다.
이제 한국의 새로운 지도자는 '잃어버린 30년' 혹은 '붉은 세포들(노조, 교육, 언론, 정당)에 점령당한 국가'를 선언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안(혁신)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지도자는 긍정적 미래상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이끌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혁신의 출발과 방향은 기적(건국과 조국근대화)의 시대정신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2025.7.22.
글·사진|하봉규 명예교수(부경대학교, 유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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