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9살이었어요... 6.25가 터지고 원산에서 아버지 손에 이끌려 도착한 자갈치 시장. 그 어선의 불빛이 어찌나 강렬하고 화려하던지!"
부산항(釜山港)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원로작가의 작품 전시회 제25회 열매전(2017. 12. 16. - 21.)이 열린 부산시민회관 전시실. '부산항의 작가 김충진(金忠振)' 선생을 전시실 2층에서 만나 작품에 대해 짧은 얘기를 나눴다.
▶ 이 작품의 배경 설명을 좀 해 주시죠
- 2014년 작품으로 부산항 연작 중 하나로 남항(南港)을 담은 겁니다. 좌측은 북항이고 우측 하단이 자갈치 시장, 우측 중간이 송도 혈청소 그리고 감천 화력발전소죠.
▶ 바다도, 하늘도 전체가 붉은 톤이군요
- 원산에서 피난 왔었어요. 9살 때 였죠. 나이가 어중간해서 아버지께 업히지도 못하고 걸어서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다 자갈치시장까지 왔어요. 그런데 처음 본 자갈치 어선의 불빛이 너무 환하고 화려했어요. 당시 불빛이래 봤자, 지나다니는 군용트럭이 다였던 시기에. 너무 강렬했습니다.
▶ 역경을 헤치고 도착한 그해 겨울, 자갈치 어선의 불빛이 어린 소년의 가슴에 박제(剝製)돼 버린 거군요.
- 그런 셈이죠. 그때 받은 인상이 지금까지 있어요. 이 작품의 경우 주조 색으로 붉은 색을 사용했고... 같은 부산항 작품이지만 색과 터치에 따라 달라져요. 그러나 같은 것이죠. 자신이 느끼고 그리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
▶ 이런 이유가 '부산항 연작의 계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겠군요
- 20년 쯤 되었네요. 부산항 연작 전에는 주로 풍경화를 많이 그렸어요. 차량을 몰고 다니며. 그렇게 한 100장정도 그리면 도가 터지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처음이나 마지막 그림이 어금버금하더라 이겁니다.
▶ '작품의 일관성이 있다'는 의미 아닌가요
- 아니 정 반대였어요. 작품이 연결이 안되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당일 저녁에 다시 느끼고 또 그리고 했어요. 그렇게 부산항의 연작(連作)이 시작된 것입니다.
▶ '연작과 주조색의 실타래'는 '부산항이 화두'라고 봐도 무방하단 말씀인거죠
- 그렇습니다. 지난 1997~8년도인가 한때는 고향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렵다'라는 판단에 포기하고, 부산을 '제2고향'이라 생각하니 보는 각도가 확 달라지더군요. 부산 왔을 때, 그 느낌이 증폭돼 왔던 것이죠. 이젠 좀 지긋지긋해져 다른 톤을 하다가도 아직도 이 색을 놓질 못하겠더군요.
뉴스부산=강경호 기자 www.new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