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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2-16 15: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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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라는 도시적 비극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 〈인간가족〉 앞에서, 김종식미술관 김헌 이사장. 공동체의 상처를 예술로 기록한 현장을 보여준다. ⓒ강경호(2025.11.13)





부산의 뿌리, 김종식 화백을 다시 묻다



[강경호이야기] 부산 미술의 뿌리를 상징하는 김종식 화백의 업적을 어떻게 기념하고 계승할 것인가. 세계적 브랜드 유치와 지역 기억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는 부산 문화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미술은 서울 중심 화단과는 다른 궤적을 걸어왔다. 해방 전후 송혜수, 오영재, 임호, 추연근 등 대표적 1세대 작가들이 지역 화단의 초석을 놓았고, 그 맥락 속에서 김종식 화백은 공동체의 삶과 비극을 기록하며 부산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대표작 〈인간가족〉은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의 기억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으로, 도시의 상흔을 문화적 자산으로 전환한 상징적 사례다. 그는 부산시문화상 수상, 탄생 100주년 기념전 개최 등으로 기려졌지만, 상설 전시와 제도적 계승 장치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유작 정리와 미술관 운영은 가족이 맡고 있으며, 이는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 김종식 화백의 생전 스케치 드로잉 노트.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예술가가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남긴 살아 있는 기록으로 이어진다. ⓒ강경호(2025.11.13)



후학 세대의 성취도 이어졌다. 2020년 이기주, 2021년 조일상, 2022년 장인영, 2025년 김수길이 시각예술 부문에서 수상했다. 장인영은 재개발로 사라진 공간을 설치로 기록했고, 이기주는 회화로 일상과 존재를 탐구했다. 조일상은 사진과 영상으로 지역 현실을 비판했고, 김수길은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이들의 작업은 부산이라는 장소성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독립적으로 형성된 세계를 보여주며, 동시에 지역 미술의 위상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김종식미술관 김헌 이사장은 아버지를 온유하면서도 강건한 스승으로 기억한다. 그는 현재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며 미술관 운영을 맡고 있다. 한편 부산시가 추진 중인 ‘퐁피두부산’ 분관 건립에는 대규모 사업비가 책정된 반면, 김종식 기념 사업은 독립 항목으로 마련되지 않은 현실은 지역 예술가 기념 정책의 균형을 다시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는 특정 사업을 비판하기보다, 지역적 뿌리와 세계적 위상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세계적 작가에게 전용 공간을 마련하며 국제적 위상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 원류 예술가들에 대한 상설 전시와 기념 장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세계적 브랜드 중심의 투자와 지역 기억의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부산이 문화도시로서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과제다.


부산의 아카이빙과 공동체 기억 작업은 국제 교류에서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특히 〈인간가족〉 같은 작품은 재난과 전쟁의 경험을 다룬 보편적 서사로 읽히며, 지역적 사건을 넘어 인류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 초읍 김종식미술관 앞에서, 고인의 장남 김헌 이사장. 가족의 노력으로 지켜지는 공간이자, 공적 지원의 부재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강경호(2025.11.13)



부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세계적 명성과 지역적 뿌리를 나란히 기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김종식의 이름을 건 미술상을 제정해 공동체 기억을 예술로 승화한 업적을 기리고, 정례적인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 부산 화단의 역사와 지역성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시립미술관 안에는 ‘김종식 공간’을 마련해 다른 1세대 작가들과 함께 병렬적으로 상설 전시함으로써 지역 미술의 뿌리를 시민과 후학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그의 작품을 해외 전시에 포함시켜 교류를 확대한다면, 부산은 뿌리와 세계를 함께 잇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강경호 문화기획자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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