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중소中沼
<기장문학> 제23호 _ 2018
갈겨니는 계곡 물빛이어서
계곡이 아무리 유리알처럼 투명하여도
자신은 감쪽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하루 종일 내려다보고 있는
늙은 상수리나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물속을 헤집고 다니는 갈겨니
그 여리디여린 몸이 가을빛을 받아
바닥에 지 몸보다 더 큰 그림자를 끌고 다닌다는 것을
상수리나무는 행여 배고픈 날짐승이 눈치챌까봐
아침부터 우수수 이파리들을 떨어뜨려
어린 갈겨니를 덮어주었던 것이다
박진규(시인·부경대학교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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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시인 : 부산 일광 출생. 1989년 제13회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 '태백기행'으로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가 당선, 2016년에는 첫 번째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를 도서출판 신생에서 출간하였으며, 시인은 이 시집으로 2018년 제18회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동인 잡어 회원, 부산작가회의 이사, 기장문인협회 이사로 있으며, '지금은 지구별 여행중'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월간 동녘, 부산2020, 부산매일신문 기자를 역임하고, 현 부경대학교 홍보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뉴스부산=강경호 기자 newsbusanco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