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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29 00: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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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NG GYEONG-HO, `조도에는 새가 없다`, Calligraphy(2019)





■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도에는 새가 없다(7)


배이유 작가의 첫 번째 연재작 「조도에는 새가 없다」는 지난 2015년 출간한 그녀의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에 실린 10편의 작품 중, 3번째 소개되는 작품입니다. 총 7회분으로 매주 두 차례, 월요일과 금요일 연재하고 있으며, 오늘은 지난 26일에 이어 마지막 제7회분으로 "맞은편에 펜션이라는 글자가 버젓이 보였다"를 게재합니다.

그동안 「조도에는 새가 없다」를 애독해 주신 뉴스부산 독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빠른 시간에 배 작가의 또 다른 작품으로 독자 분을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모쪼록 뉴스부산이 시도하는 연재소설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1회(4월 08일) 사람들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섬!

2회(4월 12일), 짐을 들고 승선하는 사람들을 따라 배에 올랐다.

3회(4월 15일),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4회(4월 19일), 방안에는 푸짐한 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5회(4월 22일), 하늘에 별들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 6회(4월 26일), 별채에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7회(4월 29일), 맞은편에 펜션이라는 글자가 버젓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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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유 단편소설「조도에는 새가 없다」


"맞은편에 펜션이라는 글자가 버젓이 보였다(7)"



맞은편에 펜션이라는 글자가 버젓이 보였다. 그 뒤로 몇 채의 집이 있었다. 방파제 앞에는 어제보다 사람이 많았다. 낚시꾼들이 여기저기 낚싯대를 던져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와 나는 펜션 건물을 동시에 건너다보았다. 여자와 나는 웃음을 던졌다. 내 웃음은 나를 오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어제도 저 건물을 보고, 글자도 읽었지만 잘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선뜻 들지 않았다. 일반적인 형태의 펜션이 아니라 아무 장식이 없는 단층 네모 구조로 공판장처럼 보였다. 형이 말하길 손님을 재워주는데 개인 게 아니라 이장이 관리 한다고 했다. 바람이 거의 없었다. 물속에서 작은 고기들이 몰려다니는 게 보였다. 캡을 눌러쓴 여자는 신기해하며 들여다보았다. 옆의 낚시꾼은 간간이 학꽁치를 잡아 올리는데 내 낚싯대에는 아무런 기미가 없었다. 형이 알려준 대로 여자는 내 낚싯대 주위로 떡밥을 던졌다. 해동된 떡밥은 잘 퍼졌다. 여자는 내 곁의 미니의자에 앉아 가만히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침착하게 가라앉은 바닷물이 가볍게 일렁였다. 집중해서 들여다보니 멀미가 난다. 여자와 내가 바닷물에 포위된, 떠있는 작은 배 같다. 이대로 알지 못하는 어딘가로 표류할 것만 같다. 여자는 어디로 흘러갈까.


“이라믄 안 되지요. 불법 아닌교.”


형의 커진 목소리와 실랑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파제 뒤 갯바위 쪽이었다. 나와 여자는 그쪽으로 갔다. 형이 그러거나 말거나 중년 남자는 바위 쪽으로 그물을 당겨 올리고 있었다. 세 명의 아주머니가 오종종 앉아 그물을 헤집어 고기를 끄집어내었다. 바위 위에는 물속에서 나오는 당기다 만 그물이 걸쳐져 있었고 그물 안에는 자디잔 치어들이 달려 있었다. 형이 휴대폰 카메라를 그물 가까이 갖다 대고 사진을 찍었다. 얼굴이 벌게진 남자는 그물을 당기다 말고 형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학꽁치 철이라서 학꽁치를 많이도 아니고 조금 잡겠다는데 당신이 뭔데 하라 마라 해. 이 사람들이 멀리서 왔길래 구경 시켜주고 있는데 그기 그리 잘못됐나.”


아주머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잡힌 고기가 신기한지 그물에서 학꽁치를 꺼내고 있었다. 형은 차분한 톤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낚싯줄로 잡아야지 그리 그물을 던지니까 치어들이 다 죽어서 올라온다 아닝교. 자꾸 이러면 사진 찍습니다.”


“와, 인터넷에 올리려고, 올려라, 올려, 나는 초상권 침해로 고소할 거니까.”


남자는 과도하게 흥분을 하며 형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보기에 같이 온 여자들한테 체면을 세우기 위해 더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마른 형이 남자의 다부진 주먹에 날아갈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남자를 말렸다. 형은 그래도 사진을 찍었다. 남자가 형을 밀치려고 해 자칫 바위에서 미끄러질까 형의 팔을 잡고 경사진 데에서 안전한 곳으로 끌고 나왔다.


“곧 죽어도 안 한다 소리는 안하네. 저런 사람들 때문에 고기 씨가 마르는 거라.”


형의 눈에 분노가 보였다. 남자가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쌍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를 기다리기 위해 선착장에 서 있다. 낚시가방을 둘러멘 사람들 뒤에 형이 서있었다. 실랑이를 벌인 남자가 형한테 다가오더니 아까와는 다른 저자세로 자기변명을 하며 사진을 지워달라고 했다. 형과 남자가 말 마무리를 짓고 있는데 배가 물결을 헤치며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며칠 있으라니까. 이래 빨리 가노. 형이 재차 말했다. 여자는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 형은 나를 뒤쪽으로 당기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저 여자 Y 맞재. 긴가민가했는데, 내 일부러 모른 척했다.


형은 여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가씨 기회 있으면 또 오소. 내가 직접 뜬 싱싱한 회로 대접할게요.”


여자는 웃으며 그러겠다고 말했다.


“다음에 정식으로 니 형수랑 아~들 소개 시켜 주께. 니가 진주로 한 번 오든지.”


형은 나를 품에 안았다 놓았다.


안내판 앞에서 여자가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도를 바라보며 나는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완전히 끊어야지 하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배에서 겪은 화재 사고로 내 폐는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나도 안내판 앞으로 갔다.


“들어올 때 봤어요. 사람들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섬. 조도.” 여자는 소리 내어 읽었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했다. 사람이 새가 아니듯 지상에 발을 붙이고 사는 게 제일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사람들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할 거에요.”


“시간이 가면 무뎌져요. 언젠가 기회가 올 겁니다. 참고 기다리면.”


시간 앞에 아물지 않는 기억의 상처도 있다는 걸 알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말해주었다. 여자는 의심하면서도 웃어주었다.


어디로 갈 거예요? 내가 묻자 여자는 말했다. 조금 더 남해를 돌다 갈 거예요. 여기는 바람이 없어서 좋았어요.


여자와 나는 차가 주차 되어 있는 곳으로 왔다. 여자는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고마웠어요. 나도 여자의 손을 마주잡았다. 사실은 여자를 한번 꽉 안아주고 싶었다. 대신 여자의 손을 힘주어 잡고서 검지를 세워 손바닥에 내 이름을 새기듯 살짝 동그라미를 그렸다.


여자와 나는 각자의 차 안에 앉았다. 여자의 차가 먼저 시동을 걸며 자동차 사이를 빠져나갔다.


안녕,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나는 그녀의 차가 멀어지는 걸 보며 아직 갈 길 몰라 웅크리고 있는 작은 새를 생각했다. 이윽고 여자의 차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나는 차의 시동을 걸었다. 내가 떠나거나 말거나 무심한 바다는 여전히 그대로 있을 거였다. <끝>





관련기사 :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6) 조도에는 새가 없다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134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가,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051




▲ design=myosoo

▶ 배이유 소설가가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시골 들판과 수리조합 물가, 낮은 산, 과수원. 그리고 유년의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나 덜 자란 사촌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지금은 징그럽게만 느껴질 양서류, 파충류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가던 논둑길에서,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낮게 내려와 심장에 박히던 기억.

2학년 때 초량동 구석진 허름한 만화방에서 경이로운 문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몸과 언어가 일치하던 어린 시절 책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이런 강렬한 기억들이 모여 저절로 문학을 편애하게 되었다. 결국 소설에의 탐닉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다.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eyou11@naver.com









[덧붙이는 글]
☞ 소설가 배이유 ... 2011년 <한국소설> 등단.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기금상을 받아 2015년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출간했고, 이 소설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 2018년 ‘검은 붓꽃’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되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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