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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6-17 0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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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1)



오늘부터 '당신의 이야기를 담는 신문, 뉴스부산'은 지난 4월 총7회(4월8일~29일)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된「조도에는 새가 없다에 이은 '배이유 작가'의 두 번째 연재작 「퍼즐 위의 잠」을 모두 12회로 나눠 게재합니다.


지난 2011년 중반의 나이로 <한국소설>에 등단한 배 작가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기금상'을 받아 2015년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출간하였으며, 이 소설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또 2018년, ‘검은 붓꽃’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첫 소설집에서 그녀가 밝혔듯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학과 자신에 대한 끈질긴 희망을 '변신'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두 번째 소개작 「퍼즐 위의 잠」 또한 이전과 같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뉴스부산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성하의 계절을 앞둔 6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이유'라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나를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 1회(6월 17일), 퍼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 2회(6월 21일), 아무 장식 없는 흰 벽에...

▲ 3회(6월 24일), 그녀는 상자 속 비닐을...

▲ 4회(6월 28일), 그녀는 옥상 한켠에 있는...

▲ 5회(7월 01일), 그녀는 방바닥에 커다란...

▲ 6회(7월 05일), 그녀가 검은 조각 하나를...

▲ 7회(7월 08일), 곰솥 뚜껑을 열고 국을 뜨는데...

▲ 8회(7월 12일), 그녀는 고흐의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메우고 있다.

▲ 9회(7월 15일), 하나, 두나를 시가에 맡길까 하다...

▲ 10회(7월 19일), 가정에서 〇〇〇 부업 하실 분 구합니다.

▲ 11회(7월 22일), 돈 받으러 간 그는 전화도 없고...

▲ 12회(7월 26일), 그녀는 지갑에 남아 있는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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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1)






퍼즐 위의 잠(1) "퍼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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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볼펜으로 점을 찍어가며 깨알 같은 글씨를 훑어보던 그녀는 퍼즐 맞추기, 라는 부업란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그녀 옆에는 아이가 공갈젖꼭지를 물고서 잠들어 있었다. 퍼즐 1,000조각 하나에 사만 원. 그녀는 아이를 흘깃 보고는 생활정보지의 한 귀퉁이 전화번호에 동그라미를 쳤다. 다행히 이 일은 집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섯 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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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여섯 살, 네 살짜리 아이를 걸리고 셋째를 업고서 연립주택 반지하방을 나섰다. 둘째는 걸음이 시원찮았고 첫째는 산만했다.
  하나, 두나 손 꼭 잡아. 혼자 앞서지 말고.
  아침부터 날은 더웠다. 어느새 아이들 뺨은 익어 있었다. 골목길 어귀 태양슈퍼 출입구 쪽 아이스크림통 앞에서 아이들이 걸음을 멈추고서 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녀의 눈치를 보며 냉장고 앞으로 다가든다. 배맛 사줘. 나는 뽕따, 뽕따. 키가 닿지도 않는데 아이스박스 문을 밀려고 매달린다. 그녀는 두 아이의 손을 잡아채며 안 돼, 단호하게 말한다. 큰애는 머쓱해지며 물러나는데 작은애가 고개를 도리질하며 냉장고 문을 더 세게 잡는다. 그녀는 화를 내며 둘째를 떼어내려다 속으로 계산을 해본다. 지금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은 만오천 원이다. 아이들한테 져주고 싶다. 머리카락이 젖어 있는 큰애는 손가락을 빤다. 등에 업힌 셋째도 덩달아 칭얼거린다. 그녀는 아이스박스 문을 밀고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꺼내준다. 그녀는 가게 안 계산대로 가 지갑에서 오천 원을 꺼내 잔돈을 돌려받는다. 물가가 너무 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 원으로 아이스바 두 개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천 원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주인한테 과도를 빌려 아이들이 힘들여 빨고 있는 쮸쮸바의 꼭지를 댕강 잘라준다. 큰 꼭지 하나는 손을 내미는 셋째의 손가락에 걸어주고 또 하나는 그녀의 입속에 넣어 하드꼭지에 남아있는 얼음조각을 빨아먹는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당장 아이들 걸음부터 달라지고 다리에 탄력이 붙는다. 시가가 그리 멀지 않은 거린데 아이들 때문에 시간이 늘어진다. 입이 떨어지지 않지만 어머니한테 십만 원쯤 빌려볼 생각이다. 아니면 칠만 원이라도. 잠시 아이들도 맡기고…… 그녀의 인중에 땀이 고인다. <다음 2회 → 6월 21일 금요일 계속>


배이유 ·소설가 eyou11@naver.com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가,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051



http://newsbusan.com/news/list.php?mcode=m333yu8b






[덧붙이는 글]
▶ 배이유 소설가가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시골 들판과 수리조합 물가, 낮은 산, 과수원. 그리고 유년의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나 덜 자란 사촌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지금은 징그럽게만 느껴질 양서류, 파충류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가던 논둑길에서,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낮게 내려와 심장에 박히던 기억. #2학년 때 초량동 구석진 허름한 만화방에서 경이로운 문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몸과 언어가 일치하던 어린 시절 책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이런 강렬한 기억들이 모여 저절로 문학을 편애하게 되었다. 결국 소설에의 탐닉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다.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뉴스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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