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2)
'당신의 이야기를 담는 신문, 뉴스부산'은 지난 4월 총7회(4월8일~29일)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된「조도에는 새가 없다」에 이은 '배이유 작가'의 두 번째 연재작 「퍼즐 위의 잠」을 모두 12회로 나눠 게재합니다.
지난 2011년 중반의 나이로 <한국소설>에 등단한 배 작가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기금상'을 받아 2015년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출간하였으며, 이 소설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또 2018년, ‘검은 붓꽃’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첫 소설집에서 그녀가 밝혔듯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학과 자신에 대한 끈질긴 희망을 '변신'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혀왔습니다.두 번째 소개작 「퍼즐 위의 잠」 또한 이전과 같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뉴스부산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성하의 계절을 앞둔 6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이유'라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나를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 1회(6월 17일), 퍼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 2회(6월 21일), 아무 장식 없는 흰 벽에...
▲ 3회(6월 24일), 그녀는 상자 속 비닐을...
▲ 4회(6월 28일), 그녀는 옥상 한켠에 있는...
▲ 5회(7월 01일), 그녀는 방바닥에 커다란...
▲ 6회(7월 05일), 그녀가 검은 조각 하나를...
▲ 7회(7월 08일), 곰솥 뚜껑을 열고 국을 뜨는데...
▲ 8회(7월 12일), 그녀는 고흐의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메우고 있다.
▲ 9회(7월 15일), 하나, 두나를 시가에 맡길까 하다...
▲ 10회(7월 19일), 가정에서 〇〇〇 부업 하실 분 구합니다.
▲ 11회(7월 22일), 돈 받으러 간 그는 전화도 없고...
▲ 12회(7월 26일), 그녀는 지갑에 남아 있는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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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2)
퍼즐 위의 잠(2회) 아무 장식 없는 흰 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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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장식 없는 흰 벽에 책상만 달랑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엔 컴퓨터와 종이 뭉치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왼쪽에 문이 없는 창고방 같은 데에 남자와 여자 하나가 납작한 박스에 비닐로 포장한 물건을 넣고 있었다. 다부지고 깐깐해 보이는 남자가 그녀의 등에 업힌 아이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알다시피 퍼즐 1,000조각 하나에 사만 원씩 쳐서 다섯 개 하면, 이십만 원이오. 그녀에게 다섯 개는 너무 많아 보였다. 그녀가 세 개를 가져가겠다고 하자,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원래는 다섯 개 해야만 물건을 내어주는데 특별히 생각해서 세 개를 주지. 단, 세 개를 하는 대신 약속한 날짜에 맞춰줘야 하는데 할 수 있겠소? 날이 빠듯하다 싶어 그녀가 선뜻 답을 못하자 남자는 그만 가보라는 몸짓을 한다. 다급히 그녀가 하겠다고 물건을 달라고 하자, 먼저 가입비부터 내라고 했다. 네? 가입비요? 그런 것도 있나요? 남자는 그녀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이만 원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보증금 오만 원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남자를 보자, 남자는 아, 이 여자 순진하네, 물건을 가져가려면 당연히 보증금을 주고 가야지, 뭘 믿고 그냥 내주나. 어중간한 반말투다. 싫으면 말고. 남자는 볼일이 끝났다는 듯 책상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는다. 그녀는 난감했다. 이런 부업거리도 착수금이 필요하다니. 당장 칠만 원이 필요했다. 그녀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며 컨테이너박스로 지어진 사업장을 나와 경사가 진 길을 아이를 업고서 힘겹게 내려온다. 날은 덥고 습했다. 끈적끈적한 열기가 등과 종아리에 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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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남편이 뭘 하며 돌아다니는지 불만이었다. 돌아올 땐 언제나 빈손이었다. 피시방에서 시간을 죽인다는 건 그에게서 풍기는 담배 전 냄새로 알 수 있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다친 허리에도 좋지 않다. 남편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당장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걸 생각한다면 저렇게 태평하게 시간을 보내진 않을 것이다. 시집에서 쌀 얻어다 먹는 것도 한두 번이지 가슴이 답답하다. 자신이라도 식당에 나가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세 아이를 맡길 때도 마땅치 않았다. 시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고 어머니는 청소 일을 나가야 했다. 큰애는 석 달째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일 떨어진 지 오 개월째였다. 퀵서비스 일이란 게 늘 잦은 부상을 각오해야만 했다. 그에게는 오토바이가 밥줄인데 도로방지턱에서 튕겨나가는 바람에 오토바이 몸체는 부서지고 그의 몸은 덜거덕거렸다. 중상은 면했지만 다리와 허리를 다쳐 당분간 정상적인 일을 구하는 건 어려웠다. 돈이란 건 그녀의 손에서 잠시 머물렀다 재빨리 다른 손으로 흘러갔다. 그녀의 손은 단지 거쳐가는 통로일 뿐. 슬로우슬로우 퀵퀵. 들어올 땐 더디게, 나갈 땐 휙휙. <다음 3회 → 6월 24일 월요일 계속>
배이유 ·소설가 eyou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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