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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6-24 22: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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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3)


'당신의 이야기를 담는 신문, 뉴스부산'은 지난 4월 총7회(4월8일~29일)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된「조도에는 새가 없다」에 이은 '배이유 작가'의 두 번째 연재작 「퍼즐 위의 잠」을 모두 12회로 나눠 게재합니다. 지난 2011년 중반의 나이로 <한국소설>에 등단한 배 작가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기금상'을 받아 2015년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출간하였으며, 이 소설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또 2018년, ‘검은 붓꽃’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첫 소설집에서 그녀가 밝혔듯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학과 자신에 대한 끈질긴 희망을 '변신'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두 번째 소개작 「퍼즐 위의 잠」 또한 이전과 같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뉴스부산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성하의 계절을 앞둔 6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이유'라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나를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 1회(6월 17일), 퍼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 2회(6월 21일), 아무 장식 없는 흰 벽에...

▲ 3회(6월 24일), 그녀는 상자 속 비닐을...

▲ 4회(6월 28일), 그녀는 옥상 한켠에 있는...

▲ 5회(7월 01일), 그녀는 방바닥에 커다란...

▲ 6회(7월 05일), 그녀가 검은 조각 하나를...

▲ 7회(7월 08일), 곰솥 뚜껑을 열고 국을 뜨는데...

▲ 8회(7월 12일), 그녀는 고흐의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메우고 있다.

▲ 9회(7월 15일), 하나, 두나를 시가에 맡길까 하다...

▲ 10회(7월 19일), 가정에서 〇〇〇 부업 하실 분 구합니다.

▲ 11회(7월 22일), 돈 받으러 간 그는 전화도 없고...

▲ 12회(7월 26일), 그녀는 지갑에 남아 있는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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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3)



퍼즐 위의 잠(3회) 그녀는 상자 속 비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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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상자 속 비닐을 뜯어 앉은뱅이 네모난 밥상에다 퍼즐조각을 쏟았다. 비슷한 크기의 작은 조각들이 모래 언덕처럼 소복했다. 사람이 팔다리를 활짝 벌리고서 엎어져 있는 것 같은 기묘하게 분절된, 그게 그거인 엇비슷한 조각들이 눈앞을 메웠다. 그녀는 조각 하나를 들어 돌려가며 손가락으로 절단면을 만져보았다. 홈에 끼워질 사람 머리 모양은 갈고리나 물음표처럼도 보였다. 한 조각이라도 잃어버리면 큰일이니까 그녀는 락앤락 통에다 조각들을 담아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틀에 하나씩 완성할 수 있을까. 완성본 그림 사진을 보니 막막하다. 배경은 채도의 차이는 있지만 초록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예수가 무릎을 구부리고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어린 양에게 주고 있는데 숲과 호수 같은 개울, 풀들이 다 초록과 연두와 검은색의 혼합이라 분간하기도 힘들다. 그녀는 그림사진에서 눈을 떼고 직사각형의 텅 빈 그림판을 보며 어디부터 채울지 고민한다. 마분지로 만든 단단한 그림판이 웬만한 웨딩사진 크기다. 상의 중심을 다 차지한다. 그녀는 무질서한 조각들을 헤집어 같은 계통의 색깔 퍼즐들을 골라 그림판 위에 올려놓는다. 그녀는 퍼즐 조각 하나를 손에 쥔다. 셋째는 잠들어 있고 큰애와 둘째를 작은방 물놀이튜브 안에 엉덩이만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놓고 담가놓았다. 작은방이라고 해봤자 늘 미닫이문을 열어놓아 방의 구별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아이들 쪽으로 맞춰놓고 몇 번이나 돌려본 ‘마당을 나온 암탉’을 클릭했다. 방해하지 않아야 할 텐데. 시작해볼까. 테두리가 매끈한 부분부터 맞추기로 한다. 그녀는 중학교 때 퍼즐 맞추던 기억을 살려 일단 모서리부터 직선 부분에 맞대어 나간다. 올록볼록한 면을 홈 속에 잠자코 끼워나간다. 이건 뭐, 모래알을 헤집고 바늘을 찾는 기분이다. 온 신경을 손끝에 모아 홈에 맞춰보고 빼고 넣고를 되풀이 한다. 그녀의 목에 땀이 흐른다. 재빨리 물 적신 수건으로 목과 얼굴을 훔친다. 조각들이 흐트러질까 셋째에게만 바람이 가도록 선풍기 방향을 조절했다. 엄마, 물. 나 풀에서 나갈래. 하나의 목소리. 안 돼. 아직 거기에서 나오기 없기. 그녀는 조금만 참으라고 윽박지르다가 안 되겠다 싶어 그녀는 일어나 냉장고로 간다. 차가운 보리차를 꺼내 원통형 튜브에 있는 아이에게 물을 건네고 선풍기 바람이 잘 가도록 해준다. 방바닥은 물이 흥건하고 튜브 속 물은 미지근하다. 냉동실에서 얼린 수건을 하나의 목에 갖다 대자 아이는 차갑다며 몸을 장난스럽게 움츠린다. 엄마가 됐다고 하면 나와. 그녀는 다시 밥상 앞에 수그린다. 이걸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만 하기로 한다. 셋째가 일어나면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녀는 손에 쥔 조각을 어렵사리 찾아 끼어 맞춘다. 아이들 물 찰박이는 소리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방안을 울린다. <다음 3회 → 6월 28일 금요일 계속>



배이유 ·소설가 eyou11@naver.com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 퍼즐 위의 잠(2)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404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가,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051





http://newsbusan.com/news/list.php?mcode=m333yu8b







[덧붙이는 글]
▶ 배이유 소설가가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시골 들판과 수리조합 물가, 낮은 산, 과수원. 그리고 유년의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나 덜 자란 사촌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지금은 징그럽게만 느껴질 양서류, 파충류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가던 논둑길에서,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낮게 내려와 심장에 박히던 기억. #2학년 때 초량동 구석진 허름한 만화방에서 경이로운 문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몸과 언어가 일치하던 어린 시절 책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이런 강렬한 기억들이 모여 저절로 문학을 편애하게 되었다. 결국 소설에의 탐닉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다.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뉴스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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