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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01 0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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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5)


'당신의 이야기를 담는 신문, 뉴스부산'은 지난 4월 총7회(4월8일~29일)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된「조도에는 새가 없다」에 이은 '배이유 작가'의 두 번째 연재작 「퍼즐 위의 잠」을 모두 12회로 나눠 게재합니다. 지난 2011년 중반의 나이로 <한국소설>에 등단한 배 작가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기금상'을 받아 2015년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출간하였으며, 이 소설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또 2018년, ‘검은 붓꽃’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첫 소설집에서 그녀가 밝혔듯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학과 자신에 대한 끈질긴 희망을 '변신'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두 번째 소개작 「퍼즐 위의 잠」 또한 이전과 같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뉴스부산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성하의 계절을 앞둔 6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이유'라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나를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 1회(6월 17일), 퍼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 2회(6월 21일), 아무 장식 없는 흰 벽에...

▲ 3회(6월 24일), 그녀는 상자 속 비닐을...

▲ 4회(6월 28일), 그녀는 옥상 한켠에 있는...

▲ 5회(7월 01일), 그녀는 방바닥에 커다란...

▲ 6회(7월 05일), 그녀가 검은 조각 하나를...

▲ 7회(7월 08일), 곰솥 뚜껑을 열고 국을 뜨는데...

▲ 8회(7월 12일), 그녀는 고흐의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메우고 있다.

▲ 9회(7월 15일), 하나, 두나를 시가에 맡길까 하다...

▲ 10회(7월 19일), 가정에서 〇〇〇 부업 하실 분 구합니다.

▲ 11회(7월 22일), 돈 받으러 간 그는 전화도 없고...

▲ 12회(7월 26일), 그녀는 지갑에 남아 있는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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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5)




퍼즐 위의 잠(5), 그녀는 방바닥에 커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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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방바닥에 커다란 그림판을 펼쳐놓고 흐트러질까 조심하며 하나하나 맞춰 나간다. 얼추 70프로가 채워졌다. 결합력은 단단한 편이다. 좌우 군데군데 비어 있지만, 예수와 물 먹는 양, 주위 그림은 뚜렷하게 보인다. 단지 전체 배경인 숲에 그늘과 어둠이 섞여, 비슷비슷한 검초록 색의 조각 퍼즐을 몇 번이나 넣었다 뺐는지 모르겠다. 눈과 목, 어깨가 피로하다. 이틀에 하나씩 해야 하는데 뜻대로 안 된다. 삼 일에 하나 하는 것도 무리다. 방해꾼만 없어도 더 빨리 할 수 있는데. 무조건 오늘 한 개는 다 끝내야 한다. 그녀는 이것 때문에 아이들을 짐스럽게 생각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목소리는 아이들을 향해, 특히 하나에게 동생을 잘 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손에서 퍼즐 조각을 놓지 않는다.


  그녀가 방바닥에 엎드려 퍼즐판에 정신을 놓고 있는데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며 한 마디 한다. 갑자기 웬 퍼즐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고 말한다. 심심해서 재미로. 그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자, 그녀가 고개를 들고서 말한다. 부업거리야. 한 푼이라도 보태야지. 그는 코웃음 치며 말한다. 그딴 거 눈빠지게 해서 얼마 번다고. 그녀는 퍼즐 조각을 든 채 말한다. 우습게보지 마. 그림 한 판 다 채우면 사만 원이야. 다섯 개만 하면 이십만 원. 그는 대꾸 없이 아이들 방을 보며 거지새끼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튜브 옆에 엎어져 자고 있고 두나는 옷이 젖은 채로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있다. 그의 얼굴은 불만스러웠지만 잠자코 화장실로 간다. 그는 집에 와도 편하게 쉴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피시방 의자에 앉기만 하면 순식간에 모든 걸 잊을 수 있는데. 현실은 비눗방울처럼 가볍게 떨어져 나가고 주변의 골치 아픈 일도, 집도, 아이도 사라져버린다. 의식적으로 피시방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의 감정이 두려움이라는 걸 그는 최근에 알았다. 그는 변기에 앉아 오줌을 누며 억울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새 눈 깜박할 사이에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냥 요술처럼 방망이를 한 번 뚝딱할 때마다 아이가 튀어나왔다고 생각한다. 열아홉 살 때 공원 분수대에서 그녀와 눈을 맞춘 결과치곤…. 그는 그림판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그녀의 등을 납작하게 밟아버리고 싶다. 청승맞다고도 생각한다. 지지리 궁상이라는 말은 몰라도, 그 비슷한 분위기를 떠올렸다. 퍼즐판을 처음의 상태로 헤쳐 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동시에 한다. 그는 그녀와 남남으로 모르던 별개의 시절로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서로 잘못 끼워진 퍼즐이 아닐까.<다음 6회 → 7월 5일 금요일 계속>


배이유 ·소설가 eyou11@naver.com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 퍼즐 위의 잠(4)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421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가,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http://newsbusan.com/news/list.php?mcode=m333yu8b




[덧붙이는 글]
▶ 배이유 소설가가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시골 들판과 수리조합 물가, 낮은 산, 과수원. 그리고 유년의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나 덜 자란 사촌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지금은 징그럽게만 느껴질 양서류, 파충류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가던 논둑길에서,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낮게 내려와 심장에 박히던 기억. #2학년 때 초량동 구석진 허름한 만화방에서 경이로운 문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몸과 언어가 일치하던 어린 시절 책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이런 강렬한 기억들이 모여 저절로 문학을 편애하게 되었다. 결국 소설에의 탐닉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다.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뉴스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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