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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04 15:04:42
  • 수정 2019-09-10 17: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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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 아마도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이야기 덩어리일 것이다. 기원전 2600년경 건설된 높이 146.5미터, 한 변이 230.4미터인 정사각형이다. 800km 떨어진 아스완에서 채취한 약 230만 개의 석회암 덩어리가 사용되었다. 피라미드 내부엔 왕의 방과 여왕의 방이 있다. 피라미드가 건설된 시기는 인간이 동굴 생활에서 겨우 벗어나기 시작한 때이다. 이런 시기에 상상하기조차 힘든 거대한 건축물이 완성되었다. 이를 두고 무성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으며, 또 피라미드 주위에서 발굴된 많은 유물들은 지금도 풍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이 남긴 기록물이야 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유물, 유적, 서예를 포함한 갖가지 예술품도 이야기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 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 海潭의 書藝漫評 (18)




(18) 현대 서예가의 고민


☛ 대화, 신문, TV 뉴스, 소설은 모두 이야기이다. 물론 각종 예술작품, 역사, 종교, 과학, IT며 AI 등 인위의 모든 것도 이야기의 한 형태이다. 이들 이야기는 도서관에만 쌓여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도 있다.


중국에는 『사고전서』가 있고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이 있듯 각 국가, 씨족, 단체, 개인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야기는 아득한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그리고 언제까지의 미래에도 인간이 존재하는 한 끝없이 생산되고 쌓여갈 것이다. 결국, 역사가 깊다는 것은 이야기가 많이 쌓였다는 것인데, 왜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저마다의 이야기하기에 매달리는 것일까?



☛ 이야기 중에는 사실인 것도 있지만,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가상의 이야기도 있다. 지난 4월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은 대표적인 예이다. 조사 기관에서는 ‘개막 당일 국내 영화관 스크린의 약 96%를 점유하였고, 개봉 4시간 정도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여 한국 영화사상 최단 기록을 세웠다,’ 한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많지만, 영화 “어벤져스-엔드 게임”이야 말로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허구적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재미있어한다. 필자도 영화관을 나올 때는 무엇인가 허전했지만 3시간이 넘도록 거짓 이야기에 몰입하였다. 이것은 오늘날만의 현상은 아니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이 만든 길가메시 서사시, 로마인들의 신화 등도 허구임에는 마찬가지나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인간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이 아이러니하게도 허구적인 이야기에 재미있어한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인간 본질적인 문제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세상은 그야말로 판타스틱이다. 지구는 인간에게 더 없는 골디락스의 환경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 하늘에는 태양도 있고, 달도 있고 별도 있다. 땅이며 바다며 지하에는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온 갖가지 생물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현실 세계에 살고 있음에도 인간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천당을 꿈꾼다.



☛ 심리학에서 말하기를 ‘인간은 현재의 시공간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라 한다. 이것은 현실에 대한 불안을 말함과 동시에 미래를 두려워하는 존재임을 말한 것이라 하겠다. 말하자면 연약한 인간, 항상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약한 존재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생각해 보면, 정말 우리는 현재를 즐기기보다 언제나 내일을 염려하고 두려워하며 그것에 대비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불안에 떨고 있는 인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기에게 이야기해 주듯, 천일야화를 하듯, 각자의 시공간에 맞는 무슨 이야기가 필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인간이 현재에 만족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족함이 없으니 이야기가 필요 없을 것이고 미래를 대비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산야의 동물과 하나도 다름없는 동물적 삶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인간은 현재의 시공간에 만족하지 못하였으니 끝없는 이야기가 필요했고, 또 나약하여 미래에 대비하여야 했다. 그것이 과학 기술은 물론이고 영화, 소설, 미술 등의 형태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것은 아닐까.



☛ 리처드 로티의 주장과 같이 인간은 아무런 기능이 없는 컴퓨터의 형태로 우연히 이 땅에 내던져졌다. 여기에 각종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외부와 넷 워킹을 하게 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바람직한 인간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이 방황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도록 무엇인가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이것이 이야기가 필요한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고대인들은 암각화, 공자는 인, 노자는 도, 석가모니는 자비로 이야기하였다. 철학자, 정치가, 과학자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였고, 예술가들도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옛날에는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비교적 구분되었으나 지금은 모두가 이야기하니 날마다 막대한 양의 이야기가 홍수처럼 넘쳐흐른다. 현대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범람하는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할까? 이다.


현대인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 평범한 이야기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더 새로운 이야기, 현실과 동떨어진 자극적, 충격적 이야기일수록 선호하게 되었고, 어떤 분야에서는 심각해졌다. 이해할 수 없는 현대 설치 미술이나 영화 “어벤져스-엔드 게임”은 이러한 현실의 하나로 보인다.


물론 서예가들도 그동안 바람직한 인간을 위한 이야기를 하여 왔다. 그렇지만 같거나 비슷한 이야기만을 너무 오랜 기간 반복했다. 이제 효력도 관심도 없어졌고 시대도 변했다.


이야기의 홍수에 휩쓸린 현대인에게 체본이나 정체(正體)의 서체는 이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못하고, 가치도 없어졌다. 그렇다면 마음속에 자연과 야성을 키워 좀 더 다른 이야기를 펼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하면 서예가들도 세상에 어떤 작품으로 이야기할 것인가?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현대 서예가의 고민일 것이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http://newsbusan.com/news/list.php?mcode=m273ma82



▶관련 기사, 海潭의 書藝漫評

. (17) 書藝에서의 心理作戰
-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3304





[덧붙이는 글]
[海潭의 書藝漫評] "현대는 지나친 규격화시대이다. 모든 공산품은 규격화되어있고, 우리의 정서는 여기에 점점 메말라 간다. 서화디자인은 이러한 우리의 기계적 환경을 좀 더 인간적 환경으로 순화시킬 수 있으며 서화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해담(海潭) 오후규(吳厚圭) 선생이 밝힌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의 창립 배경의 한 내용이다. 뉴스부산은 지난 2017년 11월 28일부터 '기존의 서예법을 벗어나 서화의 감성 디자인을 현대 미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오후규 회장의 서예만평(書藝漫評)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18번째 시간으로 "현대 서예가의 고민"을 소개한다. 선생의 서예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newsbusanco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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