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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05 0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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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6)


▲ 1회(6월 17일), 퍼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 2회(6월 21일), 아무 장식 없는 흰 벽에...

▲ 3회(6월 24일), 그녀는 상자 속 비닐을...

▲ 4회(6월 28일), 그녀는 옥상 한켠에 있는...

▲ 5회(7월 01일), 그녀는 방바닥에 커다란...

6회(7월 05일), 그녀가 검은 조각 하나를...

▲ 7회(7월 08일), 곰솥 뚜껑을 열고 국을 뜨는데...

▲ 8회(7월 12일), 그녀는 고흐의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메우고 있다.

▲ 9회(7월 15일), 하나, 두나를 시가에 맡길까 하다...

▲ 10회(7월 19일), 가정에서 〇〇〇 부업 하실 분 구합니다.

▲ 11회(7월 22일), 돈 받으러 간 그는 전화도 없고...

▲ 12회(7월 26일), 그녀는 지갑에 남아 있는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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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위의 잠(6), 그녀가 검은 조각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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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검은 조각 하나를 그림판 위쪽 끝부분에 채워 넣자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바다 속 해초처럼 온전하게 나타난다. 어찌 보면 그것은 하수구를 막아버린 머리카락 뭉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구부렸던 허리를 펴고 휴, 하며 길게 한숨 쉬듯 안도의 숨을 내쉰다. 전체 바탕은 어두운 푸른빛이 주조를 이룬다. 고흐의 ‘별과 달이 빛나는 밤’이라고 쓰여 있지만, 그녀가 볼 땐 ‘검은 사이프러스가 서있는 밤하늘’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린다. 빛나는 청백색이 휘모리장단처럼 회오리 치고 희고 노란 조명을 켠 듯한 민들레 홀씨 같은 별들이 회오리 주변을 감돌고 있다. 아직 마을과 산 쪽 부분이 채워지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죽을힘을 다했다. 하늘 부분을 할 땐, 눈이 빙빙 돌아가는 것 같았다. 눈앞의 사물이 두세 개로 겹쳐보였다. 그녀는 눈을 비비고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는 일어서서 목운동을 하고 팔다리를 두드렸다. 일주일에 세 개를 한다는 건 불가능이고 지금 형편으론 한 개 완성하는 것도 힘겨웠다. 퍼즐그림판을 가져온 지 벌써 6일째였다. 내일까지 두 개라도 완성해서 사무실로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림판만 봐도 멀미가 나고 퍼즐 조각만 봐도 토할 것 같았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더 이상 못할 짓이었다. 아이들한테 소리나 지르고, 맞춰놓은 조각들 망칠까 봐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고. 그녀가 일어서는 기척이 들리자 아이들이 와락 다가들었다. 세나는, 엄마, 엄마, 하며 그녀의 다리에 엉겨 붙는다. 우리 세나 참 착하네, 오빠랑 잘 놀고. 엄마 일하라고 찾지도 않고. 그녀는 세나의 입에 쪽쪽쪽, 뽀뽀를 한다. 하나, 두나의 머리도 쓸어준다. 아이들이 놀던 방에는 먹다 남은 과자부스러기와 새우깡 봉지가 스케치북 위에 크레용과 뒤섞여 있고, 튜브 안 뿌연 물에 양파링 봉지가 알루미늄 같은 속을 벌린 채 떠 있다. 그녀는 아이들 점심을 챙기려 그림판과 조각들을 정돈해서 치운다. 좁은 공간에선 완성된 퍼즐을 보관하는 것도 일이었다. 세나의 눈에 잠이 들어있어 그녀는 먼저 젖병에다 두유를 부어 세나에게 먹이고, 하나 두나에겐 아침에 먹던 계란찜에다 밥을 비벼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뚝배기를 꺼내 가스렌지에 데운다. 너무 차갑게 먹이면 배탈이 난다. 그녀도 간단하게 같이 한 술 떠야겠다며 김치랑 꺼내 상 위에 놓는데 이게 웬일, 화장대 위에 있던 퍼즐판이 뒤집혀져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터진 노른자처럼 퍼즐 조각들이 방바닥에 풀어져 있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눈이 뒤집어졌다. 화다닥 그림판을 뒤집으니 배열이 엉망으로 뭉개져 있다. 이거 누가 그랬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면서 높아졌다. 엉, 빨리 말 안 해. 하나가 눈치를 보더니 두나가, 하면서 두나를 가리킨다. 그녀는 이성을 잃고서 두나의 몸을 흔들고 엉덩이를 정신없이 두들겨 팬다. 급기야 하나도 울음을 터트리고 세나는 놀라서 자지러지게 운다. 방안에는 세 아이의 울음소리가 떠나갈 듯 요란하다.



배이유 ·소설가 eyou11@naver.com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 퍼즐 위의 잠(5)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432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가,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http://newsbusan.com/news/list.php?mcode=m333yu8b



[덧붙이는 글]
'당신의 이야기를 담는 신문, 뉴스부산'은 지난 4월 총7회(4월8일~29일)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된「조도에는 새가 없다」에 이은 '배이유 작가'의 두 번째 연재작 「퍼즐 위의 잠」을 모두 12회로 나눠 게재합니다. 지난 2011년 중반의 나이로 <한국소설>에 등단한 배 작가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기금상'을 받아 2015년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출간하였으며, 이 소설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또 2018년, ‘검은 붓꽃’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첫 소설집에서 그녀가 밝혔듯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학과 자신에 대한 끈질긴 희망을 '변신'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두 번째 소개작 「퍼즐 위의 잠」 또한 이전과 같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뉴스부산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성하의 계절을 앞둔 6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이유'라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나를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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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시골 들판과 수리조합 물가, 낮은 산, 과수원. 그리고 유년의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나 덜 자란 사촌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지금은 징그럽게만 느껴질 양서류, 파충류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가던 논둑길에서,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낮게 내려와 심장에 박히던 기억. #2학년 때 초량동 구석진 허름한 만화방에서 경이로운 문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몸과 언어가 일치하던 어린 시절 책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이런 강렬한 기억들이 모여 저절로 문학을 편애하게 되었다. 결국 소설에의 탐닉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다.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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