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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8-10 12: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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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 海潭의 書藝漫評 (19)




(19) 美人의 基準이 바뀌었다!




☛ 아리스토텔레스(BC 384, 그리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혼자는 살 수 없고 ‘너와 나의 연관’으로 살아간다는 말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소통은 무엇보다 언어가 통해야 한다.


현재 사용되는 언어의 수는 3000개 전후로 추정되는데 이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사용 인구수 기준)는 중국어, 영어, 에스파냐어, 러시아어, 힌두어의 순이며, 기타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등은 소수에 속한다. 이렇게 저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소통에 문제가 생기게 됨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로서는 소통하고 싶은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언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의식주 정도는 해결할 언어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1, 2, 3, 등의 숫자와 도량형 단위가 공동 언어로 통일된 것을 말한다. 특히 무게, 길이, 시간 등의 단위는 국제적으로 동일한 언어[기호]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국제도량형 위원회에서는 ‘SI 기준단위[길이(m), 질량(kg), 시간(s), 전류(A), 온도(K), 물질의 양(mol), 광도(cd)]와 보조단위를 정하여 각국이 사용하도록 권장하였다.


일부 단위에서는 여전히 자국 고유의 단위를 병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SI(Système international d’unités, 약칭 SI) 단위 사용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세계 모든 국가에서 SI 단위를 사용해야 하며, 미사용 국가에서도 점차 사용해만 한다. 소통을 위해 대단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 사림이 나는 ‘논 열 마지기를 가지고 있다.‘라고 했을 때,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넓은 면적의 땅을 가진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국가마다 기준을 달리하였던 것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것이며, 이것으로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7개의 SI 기본단위 중에서 시간, 길이, 질량의 크기를 나타내는 기준 *(1)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1) 초(s) : 절대영도 상태인 세슘-133 원자의 바닥상태 준위의 두 초미세 구조(hyperfine structure) 사이의 복사선의 진동수. ΔνCs = 9 192 631 770s-1이 되도록 하는 시간의 단위.
미터(m) : 진공에서 빛의 속도를 c = 299 792 458 m⋅s-1 가 되도록 하는 길이의 단위.
킬로그램(kg) : 플랑크 상수 h = 6.626 070 15×10-34 kg ⋅m2⋅s-1가 되도록 하는 질량의 단위.


예를 들어 10kg의 금이라면 그 무개는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하다. 과학에서의 SI 단위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예술에서도 기준 설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판단의 기준이기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키가 크다, 작다, 무겁다, 가볍다, 뜨겁다, 차다 등의 말도 나름의 기준에 비해서 하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매사의 판단은 어떤 기준을 두고 하는 말이나, 우리가 무심코 말하고 쉽게 판단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좀 다르다. 전자가 객관적 기준이라면 후자인 아름다움의 판단은 주관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그래서 미(美)의 판단은 개별적, 지역적, 역사적인 면이 강하여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 2019년도 '미스 USA' '미스 틴(Teen) USA' '미스 아메리카' 등 전미(全美) 3대 미인 대회에서 흑인 참가자들이 1위로 입상했다. 그동안 백인 여성이 독차지했던 미인대회에서 혁명에 버금가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특히 미국 미인 대회 역사상 같은 해에 3개 대회 모두 흑인이 1위로 선발된 것은 유례가 없었다. 이것은 종래의 미인 기준이 바뀌었다는 증거이다. 선발된 미인들의 인터뷰 일면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미스 틴 USA에 선발된 칼리 게리스(18)는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를 펴지 않고 그대로 출전했다. 그는 어느 패션지(엘르) 인터뷰에서 "한때 나도 (백인들 사이에서) 튀는 내 흑인 머리 모양 때문에 고민했었다. 하지만 내 안엔 강한 의지가 있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자연스러운 머리 모양을 하고 있을 때 훨씬 더 큰 자신감을 가진다" 했다. 그리고 미스 USA로 선발된 체슬리 크리스트(28)는 "우리 세대는 포용성, 다양성, 강인한 여성이라는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첫 번째 세대다. 앞으로도 이런 진보가 꾸준히 이뤄지길 기대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미스 아메리카로 선발된 니아 프랭클린(25)은 "나는 소수 인종이 5%밖에 되지 않는 학교에 다녔다. 피부색 때문에 그곳에 속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자라면서 음악을 통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흑인이 미국 미인 대회에 참가한 것은 1970년 미스 아메리카에 출전한 셰릴 브라운이 처음이라 하니, 50년 만의 쾌거이다. 이를 두고 ’흑인 여성의 아름다움이 미국 미인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국인들의 미적 기준이 인종차별 등 고정관념으로부터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등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미의 기준에서 어떻게 변했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결과적으로는 변한 것이 틀림없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피부색이 흰색이라야 한다는 기준이 변했다.*(2) 색은 가장 중요한 미의 요소인데 이것이 변했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미인들의 인터뷰에서 나타난 것처럼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솔직하고 담백한 모습은 그대로인 것 같다. 칼리 게리스의 ’숨김없이 드러낼 때 더 큰 자신감이 생긴다.‘라는 말과 같이 마음이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 달리 말하면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같이 내부에서 발생하는 빛[좋은 심성]을 받아 외부로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진솔하고 담백한 모습]에 인간[미인]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일시적 꾸밈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3 미인이 모두 봉사활동이나 재능 나눔 등의 서비스성 활동을 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평소의 생활과 성격이 그러해야 할 것이다.


*(2) 1921년에 출발한 가장 역사가 깊은 미스 아메리카 미인대회의 경우 "백인 여성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 이러한 미의 기준은 서예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서여기인이라 하여 ’서예는 바로 그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의 인성이 미의 기준이었다. 중국 송대 이후 근대까지,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까지의 서양 미술을 개괄하면, 동양과 달리 창작을 위한 과거의 부정에서 발전을 거듭하여왔다 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이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이며, 뉴턴이 말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발전‘의 연속을 이룩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을 크게 보면 서양철학의 궤도(軌道)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에 동양미술, 특히 서화는 태생 이후 지금까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누구나 법고창신을 말하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전통에 머물렀다. 이것은 동양철학에서 여전히 공자와 노자가 변함없이 군림하고 있는 것과 같은 축이라 할 것이다. 우리의 철학이 이렇다 보니 미의 기준도 별로 변함이 없고, 서예는 더욱 그러한 편이다. 그러나 이것조차 경우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면 공모전에서 입선, 특선 등의 구분은 어떤 나름의 평가 기준에 얼마나 근접했느냐의 측도라 해도 될 것이다. 문제는 그 기준이 ’서여기인‘의 기준도 아니고 SI 단위와 같이 객관적인 기준도 아니다. 그러나 평가인 이상 객관성을 가져야지 주관적 평가는 금물이다.


그렇다면 그 객관성은 있는 것일까? 있다면 무엇일까? 애매하지만 고대부터 변함없이 전승되는 서론(書論)이 그것이라 할 것이다.


물론 동양이라 해서 미의 기준이 전연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국 명대의 동기창(董其昌, 1555 ~ 1636)은 서예미의 기준을 시대별로 개괄하여, 진인상운(晉人尙韻), 당인상법(唐人尙法), 송인상의(宋人尙意)라 하였으며, 청대의 양헌은 원명인상태(元明人尙態)*(3)라 하면서 서예의 기준을 시대별로 개괄하였다. 이어서 고증학이 발전했던 청대(淸代)는 자연스럽게 양강음유(陽剛陰柔)의 미를 숭상했다는 것이 보편적 견해이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서예미의 외형적 기준은 변하였으나 어느 시대의 서예미이건 ’중화의 미‘, 어떻게 하면 중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궁리였음은 다르지 않았다. 마치 미국 미인대회에서 외부의 모양에 대한 미적 기준은 변했다 하더라고 내면의 지성이 밖으로 나타나는 순수성, 자연스러움의 아름다움은 여전한 미의 기준으로 남아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3) 서예의 기준을 한 자로 표현한 것으로, 진나라의 서예는 운을 숭상하고, 당나라에서는 법을 숭상하고, 송나라에서는 의를 숭상했으며 원나라에서는 모양을 숭상했다. 원의 동기창 등이 말한 이 기준은 비교적 타당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어서 고증학이 발달했던 청나라의 기준은 양강의 미와 음유의 미를 숭상하였다는 것이 보편적 견해이며, 이를 역시 한 자로 표현하면 질(質), 박(朴), 력(力)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으나 아마도 力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비록 한 자로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예술정신은 어디까지나 하나가 아니라 상반되는 것과의 조화, 즉 중화를 그 목표로 한다.


누구나 서예의 발전을 말한다. 발전은 변화이다. 문제는 미국에서의 ’흑인 미인‘에서 와 같이 우리의 서예에서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미의 기준이 나타날 수 있을까? 의 문제이다.


아마도 공자와 노자의 미가 주류인 우리의 정신세계에서 새로운 서예미의 기준은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예는 서예라는 생각, 서예는 학문이라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마도 요원할지도 모른다. 서예가만 모를 뿐,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 했듯이 세상의 미의 기준은 바뀌어 간다. 항상은 없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http://newsbusan.com/news/list.php?mcode=m273ma82




[덧붙이는 글]
[海潭의 書藝漫評] "현대는 지나친 규격화시대이다. 모든 공산품은 규격화되어있고, 우리의 정서는 여기에 점점 메말라 간다. 서화디자인은 이러한 우리의 기계적 환경을 좀 더 인간적 환경으로 순화시킬 수 있으며 서화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해담(海潭) 오후규(吳厚圭) 선생이 밝힌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의 창립 배경의 한 내용이다. 뉴스부산은 지난 2017년 11월 28일부터 '기존의 서예법을 벗어나 서화의 감성 디자인을 현대 미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오후규 이사장의 서예만평(書藝漫評)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19번째 시간으로 "美人의 基準이 바뀌었다!"를 소개한다. 선생의 서예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newsbusanco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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