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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9-10 17:53:56
  • 수정 2019-09-10 1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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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해담 서예만평] 밀양 삼랑진 부근에 있는 별장. 멀리 산 중턱에 산림이 훼손된 듯 보이는 곳은 모두 별장이다. 유지 관리비가 보통 아닐 것으로 짐작되나 별장은 해마다 증가하는 것 같다.





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 海潭의 書藝漫評 (20)




(20) 서실(書室)이 아름다운, 숨겨진 이유



☛ 우리나라의 산천을 비유할 때 금수강산이라 한다. 전국의 어느 산하나 금수강산 아닌 것이 없다. 이런 좋은 산천에 함께 있어 즐거운 사람과 비경(祕境)을 즐기며 산다는 것은 누구나의 꿈일 것이다.


이러한 심정을 표현한 노래가 있다. 한 50년 전인가 소위 ‘니나노 술집’에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사랑하는 우리 임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하며 멋모르고 불러댔던 남진의 노래가 바로 그것이다.


그때는 ‘그림 같은 집’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4계절의 아름다움도 느끼지 못했다. 세월은 흘렀고 주변은 많이도 변했다. 이제야 ‘초원 위에’도 알겠고, ‘그림 같은 집을 짓고’도 알겠다. 지금의 아파트 생활에 비하면 그때는 자연을 만끽하며 살았는데도 당시는 알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그림 같은 집’에 산다는 것은 누구나의 로망이다. 어쩌다 지방으로 나가다 보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별장을 어김없이 보게 된다. 경남 양산시 배냇골에는 계곡물 따라 그림 같은 유럽풍 별장이 연이어 있다. 이곳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 방방곡곡의 산 좋고 물 좋고 전망 좋은 곳은 별장으로 가득하리라.


어떤 곳의 별장은 너무 외딴집이라 밤이나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곤란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별장이 보기에는 아름다우나 온갖 생활 오물이 배출되고 자연도 훼손된다고 생각하면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이 욕심쟁이라는 생각도 들고, 동시에 불쌍한 생각도 든다. 거주자는 틀림없이 귀양살이하듯 외롭게(?) 살아가는 남자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퇴직 남자 교수 7명이 배냇골, 밀양, 지리산, 강원도 등의 외딴지 집에 혼자 살고 있고, 또 TV에 나오는 ‘자연인’도 깊은 산골짜기 허름한 집에 남자 혼자 사는 것을 보았기에 그러하다.


멀쩡한 남자들이 왜 온갖 오늘날의 첨단 문화를 외면하고 깊은 산골짜기에 스스로 유배 생활을 하는 것일까? 또 서예가는 경제성이 없더라도 서실 운영을 하는 것일까?


인류가 가진 본성적 DNA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본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유지욕(生命維持欲)에 대한 본성적 반응이 없을 수 없으며, 이것은 결국 장구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미적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보는 것이다.



☛ 아마도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유별나게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생활공간, 별장을 선호하는 것 같다. 60대 이후 정년퇴직 남자에게 ‘만약 복권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별장을 사고 싶다.’라는 사람이 제일 많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포기했지만 필자도 퇴임 당시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마도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고, 그렇다면 남녀 유별하지 않을 것인데 왜 남자에게 두드러질까?


우선 사회 환경이 변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남자 중심 농경사회였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공업국가화와 더불어 남자의 아성이 점차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자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가정에서의 공간도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아파트 생활이 시작되면서 부엌, 거실, 침실 등 가정에서의 공간 대부분은 이미 아내에게 점령당한 상태이다.


남자가 직장에서 퇴직하여 허탈감에 빠지고 방황하는 경우는 수입이 없어졌기보다 직장에서 가졌던 공간이 없어지게 된 것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대용 공간을 마련할 수도 없다. 거실에 뒹굴고 싶지만, 아내의 눈에는 자기 공간을 강제 점령한 침략군으로 보일 것이다. 남자는 궁여지책으로, 경제적 손실이 빤히 보이는데도 별장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나만의 공간확보를 위해서다. 주말농장 운운하는 감언이설로 아내를 설득하여 별장만 얻게 되면, 그것은 남편의 전용 공간이 된다. 아내는 별장에서의 텃밭 노동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더 이상의 공간도 필요 없을 것이니 도시의 아파트로 되돌아갈 것이다. 자연스럽게 남편은 자신만의 공간확보에 만족하며 혼자 일하게 되고, 비록 남 보기 초라해도 자신은 더없이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서 만족감은 즐거움이며 이것은 또한 아름다움에 연결된다.



☛ 그런데, 공간이 왜 즐거움이고 아름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미(美) 자의 연원을 살펴보면, 자나 깨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살았던 태고의 사람들은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복권의 거금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되므로 즐거워하고 이것은 곧 아름다움이다.


TV 프로, ‘sky travel’에서 연출 여행자가 낯선 곳의 음식을 맛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맛있을 때의 표정은 더 없이 기분 좋아 보인다. 즐거워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이것도 맛있는 것은 생명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즐거울 수밖에 없다. 『설문해자』에 보면 단맛(甘)도 미(美)라 하였다. 이렇게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다 아름다움과 연관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달리 말하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만족감이며 기분 좋은 상태, 즐거움이라 하겠다. 반면 이러하지 못한 상태는 자신의 생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죽음에 가까운 것이다. 전자를 미(美)라 하면 후자를 추(醜)라 하겠다.


인간은 지구상 어떠한 존재보다 강력하지만 동시에 개별 존재는 대단히 나약하기 때문에 구석기 이전부터 항상 생명에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래서 내일이 불안하여 종교를 믿었고 천문학에 관심을 두었지만, 불행하게도 생명(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상 현대의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미와 추는 생명에 직결되는 개념으로 DNA 화 되어 전해 내려오는 것이리라.


결국, 아름다움은 생명에 도움을 주는 심적 만족감이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안에 있는 사자는 아름다울 수 있으나 같은 사자라도 우리를 벗어나 코앞에 맞이한 사자는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미(美)의 연원도 양대즉미(羊大卽美)라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큰 양이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니 흡족하고, 흡족한 마음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이러한 생존과 관련해서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이러한 심리의 축적이 DNA로 굳어진 것이리라.


그런데 문제는 별장이 아름다운 것인가의 여부이다. 공간을 상실한 남자의 경우 나만의 공간인 별장은 분명히 편안함과 더불어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이다.


맹수가 배설물로 자신의 공간을 지키듯 인간의 공간 선호는 거의 본능적이다. 남녀가 결혼하면 자신만의 공간을 원하듯 서예가도 자신만의 공간 갖기를 원한다. 집에는 이미 확보할 공간이 없다. 임대료를 걱정해야 할 수입이라 하더라도 서실 문을 닫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알고 보면 나만의 공간확보에 있다. 나만의 공간인 서실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하면 그것은 곧 생명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행복이며 아름다움이다.


공간은 생사와 관련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여자가 장수하는 것도 가정에서의 공간 문제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은 집안에서 침실, 거실, 부엌 등 알게 모르게 자기만의 공간을 요령 좋게 확보하고 있으니 날마다 만족스럽고 아름다운 생활이다. 반면에 남편의 경우, 직장생활을 할 때는 직장이며 사회가 그의 공간이었다. 퇴직과 동시에 그 공간은 상실되고 가정에서의 공간은 이미 허락되지 않는다. 읽던 책도 아무 데나 두면 아내의 심기가 불편하니 눈치를 봐야 한다. 별장이 없으니 등산이라도 해야 하나 이것도 마음 같지 않다. 그래서 공간을 확보한 여자는 장수하겠지만, 공간에 시달리는 남자가 어떻게 여자보다 오래 살 수 있겠는가!


서실은 내가 주인인 자유로운 공간이고,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생명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공간이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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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743



[덧붙이는 글]
[海潭의 書藝漫評] "현대는 지나친 규격화시대이다. 모든 공산품은 규격화되어있고, 우리의 정서는 여기에 점점 메말라 간다. 서화디자인은 이러한 우리의 기계적 환경을 좀 더 인간적 환경으로 순화시킬 수 있으며 서화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해담(海潭) 오후규(吳厚圭) 선생이 밝힌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의 창립 배경의 한 내용이다. 뉴스부산은 지난 2017년 11월 28일부터 '기존의 서예법을 벗어나 서화의 감성 디자인을 현대 미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오후규 이사장의 서예만평(書藝漫評)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20번째 시간으로 "서실(書室)이 아름다운 숨겨진 이유"를 소개한다. 선생의 서예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newsbusanco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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