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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2-01 16: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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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 최원호 기자=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 모진 환경을 견디며 만들어낸 굴곡의 조형미가 산꾼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2020년 1월 26일 수리산에서)





뉴스부산초대석=최원호 자기경영



(60) 지식이 힘이다



명언은 잘 숙성된 포도주처럼 깊은 맛이 있다. 짧은 문장 속에 삶의 철학이 있고 생활의 지혜가 녹아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언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명언 중의 하나다. 개인이든 국가든 풍부한 지식을 가진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의 사상과 자유를 구속하거나 지배하기도 한다. 지식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지식의 숙련도에 따라 부와 권력을 나눠주던 과거제도나 고도의 지식이 시장을 지배하는 현상의 뿌리는 어느 지점에선가 연결되어 있다.


아는 것이 힘이 되려면 진리에 진실해야 한다. 거짓으로 남을 속이고 세상을 기만하면 지식은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선각자들은 올바른 지식의 구체적인 터득 방법을 제시하였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학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편견이나 선입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올바른 지식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베이컨은 인식의 오류와 교정 방법이라는 두 문제의 해결책으로 우상론(偶像論)과 귀납법을 제시했다. 우상으로부터 벗어나 진실에 부합하는 진리를 규명하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은 셈이다.


베이컨이 주장하는 4종류의 우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종족의 우상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성에 입각한 판단 오류를 지적한 것으로 사람의 감각으로 세상을 재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슬피 우는 새, 도살장에 끌려가는 우울한 소, 가냘프게 손짓하는 코스모스처럼 뭐든 의인화해서 인간중심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동굴의 우상이다. 자신의 경험이나 습관 등에 의해서 생긴 편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동굴 속에만 살던 사람은 바깥세상의 밝은 햇빛의 존재를 쉽게 믿지 않은 것과 같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지속적으로 흘러넘친다. 베이컨이 지적하는 세 번째 우상은 언어에 의해서 발생하는 오류로, 시장의 우상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시장바닥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거기에서 또 수많은 언어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베이컨이 현 시대를 살았다면 아마도 시장의 우상은 인터넷의 우상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 옛날 시장 한 모퉁이에서 용을 봤다느니, 도깨비와 싸움을 했다느니 하는 식으로 실체는 없고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들을 넘쳐나기 때문이다. 시장의 우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언어에 의해서 마치 있는 것 같은 편견을 만들어 내는 오류를 의미한다.


빈부 격차, 지식 격차 등등 선명하게 둘로 나뉘는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말로 양극화가 많이 사용된다. 양극화는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분명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한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개개인이 행동(소비)패턴 속에 그 답이 있다. 물건을 직접 사든 클릭 하나로 해치우든 상관없이 이름을 얻은 브랜드에만 집착 한다. 너나없이 내용물의 가치보다 겉으로 잘 포장된 브랜드에 우선해서 판단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유명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집착이 양극화의 원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나의 우상을 만들어서 무작정 쫓아가는 식이다. 아이폰이 좋다고 하면 아이폰으로, 갤럭시가 좋다고 하면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니 양극화는 저절로 생길 수 밖에 없다. 필요가 소비를 만들던 시대에는 차이가 나도 고만고만했지만 욕망이 필요를 대체한 순간, 차이는 확대되고 재해석된다. 조악한 상품이 판을 치던 산업화 초기에는 믿을만한 브랜드를 찾는 것이 당연했지만, 기술과 상품의 질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은 그 차이가 미미하다. 결국 욕망이 필요를 대체하듯이 이미지가 현상을 앞질러 버렸다. 베이컨이 말한 극장의 우상이 그가 지적한 네 번째 오류다. 특정 연예인이 기부천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영화 속에서 그렇게 이미지가 그려지면 사람들은 그 배우를 기부천사로 인식해 버리는 오류, 유명 브랜드에 매몰되는 인간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 [뉴스부산] 최원호 기자=계곡물은 쉼 없이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고, 봄기운은 물을 거슬러 산으로 오른다(2020년 1월 26일 수리산에서)


아는 것이 힘이다. 정말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 진실에 진실해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누군가에게 돈을 사기 당하면 분개하지만 지식은 사기를 당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머리를 써서 하는 공부마저도 감각적으로 흥분시키기에 이르렀다.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 강연 시장도 의미나 가치보다는 재미로 흘러간 지 오래다. 이제 개그콘서트와 지식콘서트를 구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의 만용처럼 느껴진다. 베이컨이 연역법 보다는 귀납법을 합리론 보다는 경험론을 중시하는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합리론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경험이라는 실체가 없으면 허망하다. 간접 경험이없는것은아니지만경험은반드시자신의몸과마음으로체험할때그의미가크다.


아는 것이 힘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방향과 방법이 잘못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동해안으로 휴가를 떠나면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리면 목적지는 점점 멀어질 뿐이다. 모르면 당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오래된 진실이다.



최원호 기자 cwh3387@paran.com




▶관련기사, (59) 비난에 현명하게 대처 하는 법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4508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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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기자의 자기경영'은 일상에 내던져진 자신을 관조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독자에 따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글과 사진에는 수십 년간 우리나라 명산을 누비며 발로 전해져 오는 자연의 정직한 풍경과 맑은 기운이 글쓴이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 복제되고 있다. 모쪼록 최 기자의 자기경영이 '뉴스부산 독자들'에게 지식과 사유로 버무려지는 작은 '자기 소통의 공간과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대표 강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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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남아카데미 대표, 능률협회 교수, 재능교육연수원(JSL)·동양문고 대표, 컨설턴트, 일본사회문화연구소, 전 삼성그룹(삼성카드 경영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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