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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2-07 18:10:25
  • 수정 2020-02-07 18: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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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 海潭의 書藝漫評




▲ [뉴스부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2019, 바나나에 테이프) 관련 사진과 기사 일부는 저작권 등으로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독자께서는 이 점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부산시청 제1,2,3전시실에서 열린 `제8회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회원전` 개막식에서 오후규 이사장과 주제작가로 초청된 하석 박원규 선생이 인사를 나누는 장면.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편집자주]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2019, 바나나에 테이프) 관련 사진과 기사 일부는 저작권 등으로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독자께서는 이 점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부산시청 제1,2,3전시실에서 열린 '제8회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회원전' 개막식에서 오후규 이사장과 주제작가로 초청된 하석 박원규 선생이 인사를 나누는 장면.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25) 서예 밖의 작은 이야기



☛ 소문에 의하면 서울의 아파트 값이 50~60억, ‘평당 1억’ 하는 것도 있단다. 비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머리만 잘 굴리면 초등학생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요령은 이렇다. 미국 마이애미에 가서 바나나 두세 뭉치(낱개 50개) 정도를 산다. 바나나 폭 만큼의 전시실 벽을 빌리고 그 벽에 바나나 하나를 붙여 놓으면 1억4천만 원에 팔린다. 팔리면 또 다른 바나나를 붙여놓는다. 2시간 내에 50개는 팔릴 것이고, 70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현대미술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그림 1》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 2019, 바나나에 테이프.


☛ 지난해 12월 5일, 재미있는 미술 뉴스가 있었다. 내용을 모으면 이렇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매년 12월 초 열리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작품으로 바나나가 등장했다.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1960~)이 바나나를 액자도 없이 전시실 벽에 포장용 테이프로 붙여놓고, 작품명을 〈코미디언〉이라 하였다. 문제는 이 작품이 현장에서 12만 달러(약 1억 4000만원)에 팔렸다는 것이다. 팔린 바나나는 카텔란이 마이애미의 한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것인데, 아마 1센트?, 하여간 1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니 부가 가치가 100만 배에 달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행위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 1974~, 미국)가 “배가 고프다.”며 전시 중인 이 바나나를 떼어 먹었고, 관람객은 당황했다. 그러나 작품을 담당한 페로탕 갤러리가 몇 분 뒤 새로운 바나나를 벽에 붙였고, 이것 역시 팔리자 이어서 또 하나 더 팔려 나갔다. 이 일로 〈코미디언〉은 더 유명해졌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갤러리에서의 변명은 더욱 가관이다. "중요한 건 바나나가 아닙니다. 구매자는 금방 썩어 없어질 바나나가 아니라 진품 증서를 삽니다. 카텔란의 작품임을 입증하는 증서로, 작품 설치에 대한 정확한 지시 사항이 들어 있습니다. 〈코미디언〉은 세계 무역을 상징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 유머러스한 작품이며, 사람들이 값을 어떻게 매기며, 무엇을 가치 있다 하는지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다투나도 그의 행위 예술로 유명해졌다. 전시된 바나나를 먹은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을 먹은 후기 영상과 함께 제목을 ‘배고픈 아티스트’로 하여 "행위예술은 내가 했다. 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을 사랑하고 그의 설치 미술도 매우 사랑한다. 바나나는 매우 맛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미술 뉴스 전문 사이트 ‘아트 뉴스넷’은 8일(미국 현지 시간) "해당 작품은 최근 며칠간 큰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뉴욕 시내 지하철 벽에 이 작품을 모방한 바나나 작품이 붙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투나의 퍼포먼스 이후 〈코미디언〉 앞에서 보안요원들이 배치되고 접근을 막는 줄까지 설치됐지만, 몰려드는 인파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작가 카텔란과 페로탕 갤러리 측은 다투나를 작품 회손죄로 고소하지는 않을 듯하다. 작품에 사용된 바나나가 어차피 썩게 돼 있었으며, 바나나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의 콘셉트‘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미술이 X판이라 하더라도 이건 넘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CNN에서는 "해당 캘러리의 창립자 메마누엘 페로틴은 '바나나가 글로벌 무역의 상징이자 이중적 의미를 갖으며 고전적인 유머 장치'라며, 카텔란은 '일상 물건을 동시에 즐거움과 비판의 수단으로 변신시킨 것'이라 해석했다."고 전한다.


한 미국 여배우가 자신의 이마에 바나나를 붙인 셀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등 이미 패러디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한 구매자는 “예술과 사회에 대한 관객들의 논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코미디언을 여러 미술관 전시에 대여하겠다고 밝혔다. 작가의 전략대로 바나나는 이미 값을 묻는 상징이 된 것 같다.


《그림 2》 카텔란의 〈코미디언〉 오마주 작품, 바나나에 테이프. 《그림 1》의 작품은 약 1억 4,000만 원에 판매되었다. 《그림 2》는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두 작품에서 중요 재료인 바나나는 별 차이가 없다. 테이프도 마찬가지이다. 《그림 2》의 바나나 원가는 100원이고, 이 이상의 값에는 팔리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두 작품 사이의 시공간과 작가 탓도 있겠지만 언론 홍보를 비롯한 마케팅 기획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현대미술은 기술보다 마케팅이다.



☛ 문제의 작가 카텔란은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행위예술가이자 조각가이다. 트럭 운전수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요리사, 정원사, 간호사 등의 직업에 종사하다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특이한 재미도 있지만 대부분 정치나 사회에 대한 풍자가 많다. 그는 처음에 예술계의 인물들을 조롱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초현실적인 무상의 조각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밀라노 시내에 목매 자살하는 어린아이 인형을 설치한 〈Hanging Kids〉, 운석에 깔린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모습을 나타낸 〈The Ninth Hour〉, 황금변기로 알려진 〈아메리카〉등 많은 사람들의 분노, 항의, 비판을 야기한 작품 등이 있다. 엉뚱하게도 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는 그가 할당받은 전시공간을 광고 에이전트에게 팔아서 그 장소에서 향수 홍보를 하게 하는 등 독특한 방법으로 주목받을 작품을 해 오고 있다.


물론 카텔란보다 훨씬 더 심한 블랙 유머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이 많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 초청 작가인 영국 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 Damien Steven Hirst, 1985~)는 발군이다. 그의 작품 〈천년〉은 큰 유리 진열장 두 개로 구성돼 있다. 한쪽에는 피 흘리는 소의 잘린 대가리가, 다른 쪽엔 커다란 나무 상자가 놓여 있다. 상자엔 구더기가 가득 들어 있어 시간이 지나면 파리들이 죽은 소 대가리로 날아간다. 파리들은 진열장 안의 곤충 퇴치기에 걸려 타 죽기도 한다. 소 대가리에 달라붙어 있거나 날아다니는 파리들, 죽은 파리들로 진열장이 가득 차는 사이, 소 대가리에서는 다시 구더기가 태어나게 한 작품을 발표했다.


이런 작품은 관객들 반응도 작품의 일부라 한다. 관객이 파리 떼가 우글대는 소 대가리를 보고 구토한다면 작품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는 셈이다. 이와 같은 개념미술의 근원은 마르셀 듀상(Henri Robert Marcel Duchamp, 1887~1968, 미국)이 1917년 소변기를 거꾸로 놓은 작품 〈샘〉부터라 하겠으나 반세기 후인 1960년대부터 활발해진 미술 사조이다.



☛ ‘작품 〈코미디언〉은 다투나가 바나나를 떼어 먹는 것으로 완성되었다.’는 등 정말 〈코미디언〉 같은 현대미술이 조명받는 세상이다. 반면에 서예가들은 법고창신을 꿈꾸며 몇십년도 길다 않고 철차탁마한다. 결코 ‘하루아침’이 있을 수 없는 서예에서 보면, 현대미술은 이해할 수 없는 것, ‘미술의 사망’이다.


도대체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정의가 없다. 귀걸이 코걸이가 따로 없다. 소장할 수도 없다. 00가(家), 예술가, 미술가 등의 호칭 구분도 없이 그냥 ‘작가’이다. 장르도 없고, 작품, 작가, 감상자의 구분도 없다. 이것이 우물[서예] 밖 현재의 단면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결코, 필자가 현대미술이나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폄하는 것이 아니다. 공자가 ‘三人行必有我師焉’라 했듯이 이것도 서예를 하는 우리에게 하나의 배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달리 해석해서, 청색 바나나는 먹을 수 없다. 작품의 노랑 바나나는 지금이 최적기[chance]임을 말한다. 이때를 놓치면 곧 썩어버린다.


달리 말하면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지금이 최적기’임을 시사하는 작품이 아닐까? 아니면, 프랑스 철학자 샤르트르(1905~1980, 프랑스) 가 말한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다투나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먹고 나서 "맛있었다. 배가 고팠다." 하며 그의 행위가 최적기였음을 시사했다. 이것까지 포함해 하나의 작품이고, 관객이 웅성거리므로 해서 이 카텔란과 다투나의 콜라보 작품이 더욱 풍요로워진 것은 아닐까?


그렇다. 여하간에 모든 것에는 최적의 시기가 있고, 우리는 매사에 그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썩은 바나나로 변하기 전에.


서예에서도 변화 없는 발전은 없다. 발전을 원한다면 더 늦기 전의 지금이 최적기가 아닐까?

전시회에 바나나 하나를 벽에 붙여놓고 작품이라 한다. 듀상의 변기는 그래도 사람이 만들었고 또한 비교적 정교하다.

1960년대부터 활발해진 이런 사조의 근원은 1917년 소변기를 거꾸로 놓고 '샘'이라고 이름 붙인 마르셀 뒤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뒤샹은 물질적 객체가 아닌 '관념'을 작품으로 내세웠고 그 관념에 맞는 기성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전시조차 거부당했지만 훗날 경매에서 1700만달러(약 200억원)에 팔렸고 '20세기 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배고파"..1억4000만 원 바나나 작품 먹어치운 행위예술가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208/98711187/1

[만물상] 1억4000만원 바나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3/2019121303394.html

행위예술가가 1억 4천만 원짜리 바나나 작품 먹어치워

https://www.ytn.co.kr/_ln/0104_201912091440061561

[한마당] 사과, 바나나, 변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4125&code=11171211


끝으로 파울로 코엘료 마크툽(아랍어로 이미 기록되어 있다)의 책 안에 있는 내용 중에 바나나의 의미를 옮겨본다.


여행자의 친구가 네팡의 어느 수도원에서 몇 주 지내기로 마음 먹었다.

어느 날 오후, 그는 많은 사원들 중 한 곳으로 들어갔고, 웬 수도사가 제단 위에 앉아 방굿이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친구가 수도사에게 물었다. "왜 웃고 계십니까?"

"바나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수도사는 자루를 열어 썩어버린 바나나 한 개를 꺼내 보이며 설명했다.

"이것은 적절한 순간에 붙잡지 못하고 흘러보낸 삶입니다. 붙잡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지요."

이윽고 수도사는 자루에서 아직 푸른빛을 띠고 있는 바나나 한 개를 꺼내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그것을 다시 자루에 집어 넣은 뒤 덧붙여 말했다.

"이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삶입니다. 적적한 때를 기다려야 하지요."

마지막으로 수도사는 잘 익은 바나나 한 개를 꺼내 껍질을 벗겨 여행자의 친구와 나뉘 먹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두려워 말고 이 순간을 사세요."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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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busan.com/news/list.php?mcode=m273ma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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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해담 오후규(海潭 吳厚圭) ☞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이사장, 부경대학교명예교수, 서화비평가, (사)부산미협학술평론분과회장, (사)한국미학회, (사)한국문협(수필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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