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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06 12:07:33
  • 수정 2020-03-06 12: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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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 海潭의 書藝漫評




▲ 그림 , 라스코 동굴벽화, 말, BC 15,000-13,000년경 구석기




(26) 회화의 양식과 서체의 발전




☛ 미술사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많다. 우선 원시 미술의 출발에서부터 일반적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구석기 시대의 그림 1과 신석기 시대의 그림 2의 경우이다. 그림 1은 라스코(Lascaux) 동굴벽화로 대략 15000~13000BCE의 구석기 그림이고, 그림 2는 신석기의 그림이다.


그림 1에 묘사된 뛰어가는 모습의 말은 머리, 눈, 주둥이, 털, 색, 꼬리. 말의 갈기, 심지어 말굽 부분까지 자연의 사실적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등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그러나 약 1만 년 정도 뒤에 그려진 그림 2의 경우는 아이들의 그림 같이 대상에 대한 묘사가 훨씬 서툴며 자세하지도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다. 사냥감도 말처럼 보이지만 분명하지 않고 단지 그러한 짐승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사냥하는 사람들도 지극히 간단하게 묘사했다. 단지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냥하는 모습만 보여줄 뿐 묘사 기능은 유치해 보인다. 마치 그림 2가 구석기, 그림 1이 신석기 시대에 그려졌을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그림 1은 자연주의적 양식으로 그린 구석기 시대 패턴, 그림 2는 추상적, 기하학적 양식이 발전한 신석기 시대의 그림 패턴이라 한다. 이러한 시대적 패턴에 대해 하우저(Arnold Hauser, 1892~1978)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1) A. Hauser,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백낙청 역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창작과 비평사, 1976, p. 10.


▲ 그림2 , 터키 차탈휴육, 사슴사냥, BC 5750년경 신석기



‘한편에서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여 재현하는 자연주의적 작품이 예술 활동의 최초의 형태였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엄격한 형식적 원리에 충실하며 대상을 양식화하고 이상화한 것이 가장 먼저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유물들을 살펴볼 때, 자연주의적 예술 양식이 먼저 나왔음이 분명히 드러나며 이는 연구가 진행될수록 더욱 의심의 여지가 없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자연의 모방을 외면하고 현실을 양식화하는 미술 양식이 더 먼저였다는 학설은 점점 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우저는 알타미라 동굴(cueva de Altamira)2) 의 벽화나 라스코 동굴의 벽화와 같이 구석기 그림은 자연 상태의 실물과 놀라울 정도로 닮게 그렸다고 본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 이후의 그림들은 구석기 시대의 그림보다 엉성하게 그리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당연하였다는 것이다. 즉, 구석기 사람들은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자연주의 양식으로 그렸다면, 신석기 사람들은 추상주의 양식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2) 알타미라 동굴(cueva de Altamira)은 스페인의 세계유산이다. 대략 후기 구석기 시대의 유적으로서 야생 동물의 뼈와 사람들의 손으로 그린 암벽화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고고학자들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동굴 내부의 유적은 대략 18,500~14,0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크게는 유럽의 후대 구석기를 지칭하는 솔류트레 문화의 일부에 해당한다.

미루어 짐작해 보면, 구석기 사람들은 동물들의 생활과 유사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우연적인 삶이었을 것이다. 사냥을 나가는 그들의 관심은 오직 움직이는 짐승의 실제 그대로의 모습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대상을 감각적으로만 받아들였을 뿐, 대상의 불변적 요소에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우연적인 삶 중에 자연의 어떤 불변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점차 그런 자연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대상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표상의 단계를 넘어 추상화시켜 개념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개념적 인식이란 대상에서 본질적인 속성만을 파악[抽象]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사유가 발전했다는 사실을 말한다. 따라서 신석기 이후의 인간들은 대상을 재현할 때, 대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대상에서 자신들이 중요한 본질적 요소로 생각하는 부분을 강조하여 나타낸 것이다.

이에 반해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개념적 사고가 부족하여 시각적으로 이질적인 요소를 이지적으로 연결시켜 하나의 작품 속에 담는 수법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즉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감각과 지성의 대립은 구석기 시대 전체를 통해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3)


3) A. Hauser,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백낙청 역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창작과 비평사, 1976, pp. 11-12.


결국, 구석기 시대의 원시인들이 그림 1과 같이 세밀하게 그린 것은 아직 개념적 사고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즉, 그들의 생활 속에서 변하지 않는 법칙이나 원리를 포착해내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4)


4)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1', 휴머니스트, 17-44 쪽 참조.


따라서 대상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그림 2의 경우는 변화무상한 자연 속에서 변하지 않는 자연을 포착하는 지혜가 그 이전보다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 미술 양식과 관련된 위의 가설은 정설로 굳어지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것과 관련하여 문자나, 서예의 발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문자 중에 초기의 한자는 그림 문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그림 문자는 앞서 언급한 신석기 시대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사물의 모양에서 변하지 않는 부분을 본떠 만든 문자, 즉 이성화된 그림으로 문자를 대신했다. 물론 그림은 사물만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과 관련된 개념도 표시하게 되는 데 그림이 하나의 상징적 부호로 발전한 것이 문자이다.


이렇게 시작된 문자의 발전을 크게 구분하여, 도문·금문(오제시기, 2400BCE), 금문·갑골문(은나라, 1600~1100BCE), 대전체(주나라, 1100~256BCE). 소전체·예서(진나라, 221~203BCE), 그리고 현재의 해서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서체의 발전상을 보면 그림 1, 2처럼 근대에 가까울수록 더욱 추상화 개념화[단순화]되는 경향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초서는 개념화[단순화]가 가장 진보된 서체, 개념화[단순화]의 정점에 있는 서체라 해도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림이나 서체의 단순화나 개념화 과정은,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하겠다. 그림 1과 그림 2의 비교에서처럼 개념화될수록, 단순할수록 더 많은 사고력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볼 때 엔트로피 축소의 방향이니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고 더욱 많은 노력이 수반되는 변화과정이다.


예를 들면, 몬드리안의 디자인, 피카소의 그림 등도 이로 설명할 수 있으며 동양의 문인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판교(鄭板橋, 1693~1765, 중국)가 난득호도(難得糊塗)라 했듯이 개념화나 단순화는 세밀하여 똑똑하게 보이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경지이다. 마찬가지로, 문자 발전에서도 근대에 올수록 개념화, 단순화 경향이 나타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 미술사를 크게 보면 자연주의적 양식과 추상적 양식이 번갈아 득세하며 발전해 왔다 하겠는데 오늘날의 회화는 추상이나 개념화가 여전히 힘을 유지하고 있다.


김환기의 점화 작품 〈우주〉가 홍콩 경매(2019년 11월) 131억 원에 낙찰되는 등 개념화, 단순화 작품이 곳곳에서 인기이다. 아마도 이러한 작품일수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현재의 우리 서예는 여전히 자연주의적 경향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서체 중에 가장 ’자연주의적 서체‘라 할 수 있는 고문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문은 복잡하여 쓰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려우나 고문이 없는 서예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예의 경우,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이론이나 미술 양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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