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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07 16:49:36
  • 수정 2020-04-07 17: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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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 海潭의 書藝漫評





(27) 작가미상



▲ [뉴스부산ART] 오후규 서예만평=쿠르트가 왼손에 잡고 있는 것은 시반트의 여권용 사진이다. 쿠르트가 자신의 화실에서 이 사진을 크게 확대하여 그린다. 쿠르트의 화실에 온 시반트가 확대된 자신의 사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화실을 나선다. 아마 시반트는 쿠르트의 포토페인팅을 통해 자신의 진실을 보았으리라. 사진출처:영화사 `작가미상` 홍보사진(웹)



☛ 영화 『작가미상』은 현대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 독일)가 포토페인팅(photo painting, 사진회화)으로 성공할 때까지의 실화를 연상하게 하는 오마주 영화이다.1) 이 영화는 미술뿐만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자기만의 예술적 진실을 추구하는 작가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1) 감독은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Florian Henckel Donnersmarck, 1973~, 독일)이다.


이야기에 앞서, 영화의 대상인 리히터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내용을 더욱 이해하기 쉽게 할 것이다.


리히터는 1951~1954년 사이 동독의 드레스덴 미술 아카데미에서 보수적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익혔다. 그러나 프랑스, 서독 등 자유 민주국가에서 전개되는 현대미술에 눈을 뜨게 된 그는 1961년 부인과 함께 서독으로 이주했다. 서독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서 칼 오토 괴츠(Karl Otto Götz)를 사사하는 동안(1961~64) 플럭서스(Fluxus) 운동2), 팝아트 등 현대미술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오브제 미술, 행위 미술 등 현대 실험 미술의 열풍 속에서도 회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전통을 고수한 것이 아니라 전통 회화의 고정된 틀을 벗어나 현대적 감각과 방법으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즉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회화를 거부하고 회화를 통해 순수한 실재 세계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2) 세계 제2차 대전 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가 패권을 장악한 상황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 시기에 일어난 미술운동이다. 를럭서스는 196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미국의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그리고 유럽의 누보 레알리즘과 대립하였다. 다다이즘과 러시아 구축주의 이후의 다른 어떤 아방가르드나 네오아방가르드에 비해 더욱 개방적이다. 플럭서스는 예술과 삶을 구별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예술이고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라고 선언하며 틀에 박힌 평범한 일상도 예술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플럭서스는 콘서트와 페스티벌, 음악적인 퍼포먼스와 연극적인 퍼포먼스, 일시적인 행사, 제스처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이로 인해 가장 복잡하고, 또 이로 인해 저평가된 예술 운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1900년 이후의 미술사』, 배수희 외 역, 세미콜론, 3판, pp. 526~529)


1962년 이후 사진을 바탕으로 하는 회화, 포토페인팅을 활발히 발표했다. 이것은, 사진 이미지를 사용하되 원본의 사진을 흐릿하게 가공하여 원본의 사진이 아닌 새로운 하나의 회화로 만드는 기법이다. 그는 이러한 기법(사진 이미지를 활용하는)에 대해 사진은 “양식도, 구성도, 규범도 없으며, … 개인적 경험을 떨쳐버리게 해주는 순수한 이미지”로 전환된다고 했다. 객관적 실체를 기계적으로 드러내는 사진을 통해 개인적 경험과 관념에 물들지 않는 이미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포토페인팅 소재는 가족의 스냅사진, 작가가 직접 찍은 풍경 사진, 그리고 인쇄 매체로부터 취한 사진 등 다양하다. 이들 사진 이미지는 흐릿한 윤곽, 추상적 표현, 기하학적 구성 등을 통해 재 가공된다. 이렇게 가공된 리히터의 포토페인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일루전의 실재성에 대해 의심하게 하고, 미술의 진정성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통 회화의 폭을 더욱 확장하였다는 평을 받는다.



▲ [뉴스부산ART] 오후규 서예만평=영화사 홍보사진(웹), 쿠르크의 아내 엘리가 2층 계단에서 나체로 내려온다. 엘리는 진실을 찾아 헤매는 쿠르트에게 뮤즈가 된다. 쿠르트가 어릴 때 이모가 보여준 언행, 나체로 피아노를 치면서“진실한 것은 모두 아름다워, 절대 눈 돌리지 마!”라 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쿠르트는 즉시 엘리의 나체를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진은 쿠르트의 포토페인팅의 예(例)이기도 하다. 사진출처:영화사 `작가미상` 홍보사진(웹)



☛ 이해를 위해 영화 내용을 구분하면 첫째, 쿠르트(리히터)의 유년기를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 쿠르트는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고 깊은 심미안(審美眼)을 가진 이모 엘리자베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엘리자베스는 쿠르트에게 전시장과 자신의 예술행위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쿠르트는 이모가 나체로 피아노를 치면서 “진실한 것은 모두 아름다워, 절대 눈 돌리지 마!”라 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이모가 버스 차고에서 버스 경적의 화음을 맛보는 행위 등을 유심히 바라본다. 특히 이모가 나치의 순혈주의에 의해 불임수술을 당하고 가스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눈앞의 실상과 감추어진 진실을 생각하듯 손가락으로 눈을 가렸을 때 손가락 빈틈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광경을 경험한다.


둘째, 동독에서의 강요된 미술수업이다. 미술에 소질이 있는 쿠르트는 페인트 기사로 일하면서 짬짬이 그림을 그렸고, 이것을 보던 공장장의 후원으로 동독 드레스덴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는다. 여기서 엘리를 만나게 되고, 또한 실력을 인정받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담은 벽화를 그리게 되면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러나 쿠르트는 강요된 교육, 진실이 가려진 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수업에 참석하지만 교수들의 강의에 관심도 없고 공감하지도 않으며 시큰둥할 뿐이다. 현실은 무엇인가 진실을 가린 허구로 생각될 뿐이다.


한편, 엘리의 아버지 시반트는 철저한 히틀러 신봉자이며 순혈주의자였다. 장인인 시반트는 조금의 가책도 없이 임신한 엘리를 낙태 수술을 강행한다. 쿠르트는 시반트에게 순종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할수록 ‘진실한 것은 모두 아름다워, 결코 눈 돌리지 마라!’한 이모의 말의 의미를 알고자 한다. 점차 엘리에 대한 사랑과 미술에 대한 심미안이 깊어지면서 생계를 위한 그림, 진실성이 없는 강요된 그림 그리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그림 그리기를 결심한다. 결국, 그는 “내가 지금까지 그린 건 다 가짜야!” 하며 철의 장벽이 세워지기 전 1961년, 아내 엘리와 함께 동독을 떠나 서독으로 이주한다.


셋째, 엘리는 막노동을 해야 하는 등 서독 뒤셀도르프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뒤셀도르프 미술학교에서 현대미술을 처음 접하게 된 쿠르트도 다양한 실험적 현대미술에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동화하지 못하는 등 고전한다. 쿠르트의 머리에는 언제나 이모의 말이 떠나지 않고, 현대미술 수업은 이것의 해결에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던 중, 강의 시간에 페르턴 교수가 포스터를 불태우면서 어떠한 관념이나 허위 허식, 구속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으라고 한다. 진실을 탐구하는 미술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쿠르트는 크게 공감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쿠르트는 자신이 지금까지 현대미술을 모방한 작품을 모두 불태워버리고 캔버스를 마주하나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붓을 들지 못한다.



▲ [뉴스부산ART] 오후규 서예만평=영화사 홍보사진(웹), 강의 시간에 페르턴 교수가 포스터를 불태우면서 어떠한 관념이나 허위 허식, 구속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으라고 한다. 쿠르트는 여기서 큰 감명을 받는다. 사진출처:영화사 `작가미상` 홍보사진(웹)



결국, 쿠르트는 포토페인팅 기법을 통해 이모의 뜻대로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당시 죽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회화에 새로운 양식을 도입한 포토페인팅(Photopainting)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쿠르트는 이것으로 성공 가도(成功街道)에 올라선다.


☛ 영화 작가미상은, 진실은 어떤 것인가?를 알고, 그 진실을 어떻게 구하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먼저, 상영 3시간 내내 모든 진실은 허위나 허식이 없는 것, 숨김이 없는 것, 화합된 것에 있고, 그것이 아름다움이라 한다. 옷을 걸치지 않은 나체는 하나의 진실이다. 쿠르트는 이모가 나체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 엘리가 나체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리고 버스 차고지에서의 화음, 섹스, 포토페인팅은 진실의 한 형태임을 암시한다.


다음은, 진실을 구하는 길을 말한다. 이모는 눈 돌리지 마라! 하고, 쿠르트는 작가미상이라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한다. 둘은 같은 의미이며,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전자는 진실에 대한 이모의 접근법이고 후자는 쿠르크의 접근법이다. 사실, 영화의 원제목은 “Never Look Away(눈 돌리지 마)”이고 번역된 제목은 “작가미상”이다. ‘작가미상’은 포토페인팅에 사용되는 사진의 작가가 미상이라야 구애되지 않고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이니 원제에 어긋나지 않는다.



▲ [뉴스부산ART] 오후규 서예만평=쿠르크의 포토페인팅(例). 포토페인팅은 원본의 사진을 잘 알아보지 못하도록 흐릿하게 처리하여 사유의 폭을 넓히는 수법으로, 사진도 페인팅도 아닌가 하면, 사진이고 페인팅이다. 사진출처:영화사 `작가미상` 홍보사진(웹)



특히 영화 작가미상은 임서에 매몰되어 있는 서예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서예계에는 아직도 ‘작가미상 작품’을 건방지다거나 학습 부족의 졸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렇다 보니 전시장마다 왕희지가 보이고 안진경이 보인다. 육조가 보이고 체본이 보이며, 판박이 고전서체가 보인다. 임서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기초가 있다’며 인정받는 것 같고, 또 작가 스스로 자신의 서풍계보(書風系譜)를 공부의 깊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이 곧 사대사상이며 큰 착각이다. 진실로 눈을 돌려야 한다.


쿠르트는 포토페인팅 작품을 설명하면서 작가 상(詳)이 아니라 미상이라야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했다. 페르턴 교수가 포스터를 불태우면서 ‘어떤 관념이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으라’한 말도 ‘작가미상’의 다른 표현이다. 공감한다.


서예의 태생상(生態上) ‘작가미상’은 어렵겠지만 진실된 서예, 아름다운 서예를 바란다면 모든 구속에서 진정으로 벗어나야 하고, 그래서 서예는 어렵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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