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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09 21: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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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초대석] 최원호 자기경영=꽃이 지나간 자리에 분신처럼 어린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생명의 순환, 그 오묘한 섭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020년 5월 3일 양평 청계산 들머리에서



[들어가면서] '최원호 기자의 자기경영'은 일상에 내던져진 자신을 관조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독자에 따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글과 사진에는 수십 년간 우리나라 명산을 누비며 '발로 전해져 오는 자연의 정직한 풍경과 맑은 기운'이 글쓴이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 복제되고 있다. 모쪼록 최 기자의 자기경영이 '뉴스부산 독자들'에게 지식과 사유로 버무려지는 작은 '자기 소통의 공간과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대표 강경호 -



뉴스부산초대석=최원호 자기경영



(74) 시를 읽으며 드는 생각



마음이 울적할 때는 음악을 듣거나 시는 읽는다. 기운을 북돋는 링거의 수액처럼 잘 정제된 언어가 온 신경을 타고 흐르면 이내 기분은 상쾌하게 되살아 난다. 소리와 문자의 불가사의한 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특히 시의 효능은 가히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그래서 시를 좋아한다. 시를 쓰는 시인이 부럽고, 시를 쓰지 못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만큼 시가 사랑스럽다.


시인은 이슬을 진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 했던가? 언어의 마술사가 따로 없다. 막말과 험악한 말, 욕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시(詩)마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상상도 하기 싫다. 우리는 시인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어렵다면 마음 속에 있는 간절한 말이라도 함부로 하지 않는 무한한 인내와 배려심을 흉내라도 내야 한다.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의 <초혼>의 한 구절처럼 말이다.


사랑의 고백마저도 이렇듯 고뇌하며 속으로 삭여야 하는 시인의 마음은 애절하다 못해 안타까울 지경이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 알아야 할 진실은 이것뿐 나는 잔을 들며 그대를 보고 한숨 짓네” 김소월의 ‘초혼’과 비슷한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 영국시인 윌리엄 예이츠 시다.



▲ [뉴스부산초대석] 최원호 자기경영=양평 청계산 정상에서 만난 꽃 무리, 하늘로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하다. 2020년 5월 3일 양평 청계산에서



시인의 나라에는 거짓이 없고, 위선이 없고 도둑이 없다는 시처럼 말은 언제나 진실해야 한다. 하이네의 ‘꽃이 하고픈 말’을 읽다가 말의 진실성과 사랑스런 언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본다.


꽃이 하고픈 말


새벽녘 숲에서 꺾은 제비꽃

이른 아침 그대에게 보내드리리

황혼 무렵 꺾은 장미꽃도

저녁에 그대에게 갖다 드리리

그대는 아는가

낮에는 진실하고

밤에는 사랑해 달라는

그 예쁜 꽃들이 하고픈 말을


‘낮에는 진실하고 밤에는 사랑해 달라는’ 이 한 구절만 마음 속에 담아두어도 구정물 튀기는 말의 현장이 말끔하게 정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원호 기자 cwh3387@paran.com




▶관련기사, (73) 직업은 그 사람의 인생이다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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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남아카데미 대표, 능률협회 교수, 재능교육연수원(JSL)·동양문고 대표, 컨설턴트, 일본사회문화연구소, 전 삼성그룹(삼성카드 경영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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