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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5-20 19: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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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게에는 특별함이 있다. 활어 천국 부산 광안동에서 홀연 민물고기 전문점으로 승부수를 띄운 남자! 독일에서 조각을 전공, 마이스터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미술대학 출강과 울산을 오가며 알바를 해야 했던 6년간의 과정. 가게를 찾아 '금쏘가리'에 얽힌 사연과 작품세계를 들어본다. -수영넷-


▲ `금쏘가리` 김봉경 사장은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조각`전공으로 학사, 석사, 마이스터과정을 마친 이색 이력의 예술가로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마니아층과 틈새시장을 보고 승부수를 던졌다. 수영넷=강경호 기자





간단하게 가게를 소개해 주시죠.


저희 가게는 향어 회를 비롯하여 쏘가리매운탕, 메기매운탕, 참개매운탕, 어탕국수 등 민물고기를 취급하는 어탕국수, 향어 회 전문점으로 매운맛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가게가 쉬는 날은 매월 1, 3주 일요일입니다.



금쏘가리’, 상호가 독특하군요.


원래 '쏘가리'는 민물 최고의 고기를 일컫고 있습니다. 황색을 띤 아름다운 모습만큼 맛도 담백하고 매운탕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선배 가게 이름이 황쏘가리였습니다. 그래서 쏘가리를 살리는 이름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저의 성이 김()입니다. 이는 한자어로 으로도 읽으니, ‘()쏘가리라고 붙였습니다. 최고의 민물고기에 걸맞은 이름이 맞아떨어진 셈이죠.



가게를 열기 전, 분야가 다른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대학 때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다 섬세함과 꼼꼼함을 요하는 작업 방식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알게 되었죠. 무엇인가 탁 트인, 열려 있는 분야를 느끼고 싶었는데 그것이 바로 '조각'이었습니다. 자퇴를 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조소과에 1학년으로 다시 입학하였습니다. 3학년이 되자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하고, 어학 준비를 했습니다. 괴테문화원에서 중급 독어를 배웠어요. 처음엔 돌조각으로 유명한 이태리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도교수님이 현대조각은 독일도 유망하며 국립의 경우 학비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독일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가 다녔던 곳이 브레멘대학이었는데 조각을 전공하면서 학사, 석사, 마이스터과정을 끝마쳤습니다.



◆ 계속 그곳에 계셨습니까?


마이스터과정을 마치고 현지에 남느냐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향후 전문예술가로서 활동여부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었죠. 비자 연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예술가 활동을 해야 하는데, 작품으로 생계유지를 해야 하는 예술가로서 비전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솔직히 자신도 없었습니다.



귀국 후 생활은 어땠습니까?


6년간 동의대, 경성대를 출강하면서 조소과와 회화과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하지만 출강하는 대학의 강의료만으로 생활하기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중 울산에서 민물횟집을 운영하고 있던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저처럼 외국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고교 때부터 알던 사이였는데 평소 저 모습이 성실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강의가 없는 방학 때마다 선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 고정적 수입이 문제였군요. 그래도 출강하면서 보람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대학 출강과 선배 가게의 알바로는 불안했습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6개월여 전수를 받고, 2013년 가게를 열었습니다. 강의 방식에 학생들이 호응해 줬던 것이 기억납니다. 독일에서 치열하게 익히고 연구했던 것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과정이 그들에게는 새로웠나 봅니다. 보람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부산하면 바다, 바다하면 광안리로 외지인과 관광객이 즐겨찾는 횟집이 즐비한데... 이 곳에 민물고기 도전장을 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 각오는 했습니다. 울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민물횟집의 분위기를 익혔습니다. 회 뜨는 법, 메뉴개발, 조리방법 등 노하우도 하나씩 터득해 갔습니다. 하지만 정작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예상외로 두터운 마니아층이었습니다. 그들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일종의 틈새시장도 열려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가게를 오픈한 지 올해 5년차라 하셨는데 초장기와 지금의 매출을 비교한다면.


1년차 성적표는 현상유지도 어려웠습니다. 가게가 알려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년차는 그럭저럭했고 3년차 들어가면서 소문이 좀 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탄력이 좀 붙어서 그런지 요즘 예약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새 단골손님들이 생겨나고 또 찾아주십니다.



그렇다면 사장님 판단이 옳았던 것이군요.


아직은 멀었습니다. 다만, 해운대, 망미동, 용당 등 민물고기를 취급하는 가게가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도 있나요.


저의 경우, 소스에 비밀이 있다고 봅니다. 물고기는 기호에 따라 찍어먹는 스타일이 다르니까요. 특히 향어 회는 초장이 중요합니다. 막장에 마늘, 땡초, 잔파, 산초가루를 넣은 양념장을 만들어 드시면 좋습니다.



그림 이야기로 돌아가죠. 가게에 걸린 작품들과 가게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손님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가끔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벽에 걸린 작품을 보시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누가 그린 것이냐, 어떤 내용이냐 묻기도 하십니다. 미술에 관심 있으신 분은 구체적으로 재질은 뭐냐 등 전문적인 질문을 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마음 한편 독일에서 공부했던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다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왜 작가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갔느냐면서 안타까워하시기도 합니다만 대중과 교감하고 있는 지금의 이 자리에 만족합니다. 또 작품들이 가게를 알리는 역할도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 김경봉 작, 마음시리즈





그렇군요. 조각을 전공하셨다고 하셨는데, 작품 설명을 하나 해 주신다면


☞ 현재 가게 2층에 옥탑방이 하나 있는데, 작업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가게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틈틈이 미뤄왔던 작품 활동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이르면 올해나 내년쯤 개인전을 준비 중입니다. 전시가 끝나면 가게에 더 많은 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강경호 기자 suyeong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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