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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04 15: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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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부산초대석=최원호 자기경영



[들어가면서] '최원호 기자의 자기경영'은 일상에 내던져진 자신을 관조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독자에 따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글과 사진에는 수십 년간, '우리나라 명산을 누비며 발로 전해져 오는 자연의 정직한 풍경'과 '맑은 기운'이 글쓴이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 복제되고 있다. 모쪼록 최 기자의 자기경영이 '뉴스부산 독자들'에게 지식과 사유로 버무려지는 작은 '자기 소통의 공간과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대표 강경호 -




▲ [뉴스부산초대석] 최원호 자기경영=바람을 기다리는 민들레 홀씨, 흩어져 다시 태어날 자리를 희미하게 그려본다. 2016년 8월 17일 설악산에서




(82) 화씨지벽(和氏之璧)



문제만 생기면 소통을 탓한다. 언제부턴가 소통이라는 말이 들불처럼 번지더니, 사회적 이슈나 리더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소통이라는 두 글자가 없으면 뭔가 잘못 짚은 사람 취급 당하는 분위기다. 소통이 명가의 보검처럼 귀하게 취급되지만 정작 우리의 현실은 그다지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지 않다. 소통보다는 불통(不通)이고, 그 불통으로 인한 고통(苦痛)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며 드는 생각이다.


소통은 약방의 감초요, 문제해결의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면서 국가는 국가대로, 조직은 조직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오로지 입장과 상황의 논리로 같은 말만 되풀이 하면서 소통이 문제라며 상대방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린다.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면 잘된 소통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릇된 소통, 불통이라고 우기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 난무한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잘못된 소통’에 있다고 밀어 붙이면 그만이다. 정말로 슬픈 현실이다.


소통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역사는 일을 잘못해서 죽임을 당한 사람보다는 말 한마디 실수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전해주고 있다. 바른 말을 하다 목숨을 잃은 충신도 부지기수고, 그 당시는 거짓이나 속임수로 오해 받고 더러는 혹세무민의 죄를 뒤집어 쓰기도 했지만 결국은 진리로 밝혀진 사례도 허다하다. 지금은 상식이 된 ‘지동설’에 대한 주장도 당시는 입에 올리는 것 만으로도 처벌 대상이었다.


한비자(韓非子) 화씨(和氏)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천하의 명옥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일화로, 리더의 안목과 소통의 가치를 깨닫는 좋은 지침이 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 화씨는 옥 감정사였다. 그가 귀한 옥돌을 발견해 여왕(麗王)에게 바쳤다. 그러자 왕은 옥을 다듬는 사람에게 감정을 하도록 했으나 그는 그저 평범한 돌이라고 했다. 그러자 여왕은 화씨가 자신을 속이려고 한 것으로 오해해 화씨의 왼발을 자르는 형벌을 내리고 만다. 화씨는 억울하게 발이 절단되는 벌을 받았으나 하소연 할 대상도 기회도 없이 통한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세월은 흘러 화씨의 왼쪽 발을 자른 여왕이 죽고 이번에는 그의 아들 무왕(武王)이 즉위했다. 화씨는 지난 번과 똑같은 그 옥돌을 무왕에게 진상했으나 이번에도 옥 감정사는 평범한 돌로 보고했다. 역시 화가 난 무왕은 이번에는 오른 발을 자르는 형벌을 내리고 만다. 화씨로서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너무나 가혹한 벌을 받아 비참하고 원통한 마음이야 필설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달리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무심한 세월은 쉼 없이 흘러 오른 발을 자른 무왕도 떠나고 그 자리를 문왕(文王)이 잇게 되었다. 그러자 화씨는 옥돌을 발견한 초산 아래에서 그 옥을 끌어안고 사흘 밤낮, 식음을 전폐하고 통곡하였다. 얼마나 슬피 울었는지 눈물이 마른 자리에는 피눈물이 솟아 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문왕은 화씨에게 “세상에 죄를 지어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은 이가 한 둘이 아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그리 슬피 우는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화씨는 “저는 발이 잘려서 슬피 우는 것이 아닙니다. 보옥을 돌이라 하고 올곧은 선비를 거짓말쟁이로 몰아 벌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곧 제가 슬피 우는 까닭입니다.” 이말은 들은 문왕은 다시 감정사에게 정밀 감정을 하게 했고, 이어서 세공을 하자 천하의 보기 드문 명옥의 모습이 드러났다.


천하에 둘도 없는 명옥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 지고, 이 옥을 문왕은 화씨의 성을 따서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 부르게 한다. 훗날 완벽이라는 고사와도 연결되는 이 보옥은 진나라가 성 15개와 바꾸자고 할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


한비자는 왜 이런 이야기를 책 속에 남겼을까? 군웅이 할거하던 춘추전국 시대, 수많은 사상가와 유세객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던 백가쟁명의 시대, 유력한 유세객 중의 한 사람이었던 한비자가 현장에서 체험한 소통의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닐까. 힘은 강하지만 식견은 어리석은 군주를 깨우쳐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은 목숨을 건 도전이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리더의 가치 판단 능력과 의사결정력은 조직의 운명을 좌우한다. 아랫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올바른 길을 찾아내는 일 역시 시대를 초월해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과제 중의 하나다.




▲ [뉴스부산초대석] 최원호 자기경영=이른 새벽 먹구름 뒤의 풍경을 상상하는 사이, 주변을 곱게 물들이며 붉은 해가 희망을 안고 솟아오른다. 2016년 8월 17일 설악산 대청봉에서




소통에서 리더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고도 무겁다. 조직원의 말은 의견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리더의 언어는 결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회의는 리더가 이미 결론을 내려 놓고, 조직원들에게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해보라고 다그치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회의든 대화든 상관없이 상대방이 제시하는 주장이나 아이디어에 무시나 무관심의 못을 박으면 소통이 드나드는 문은 곧바로 폐쇄되고 만다.


사람이 둘만 모이면 조직이 된다. 따르는 사람과 리드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리더의 자리는 권한을 즐기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완수하면서 조직을 성장 발전시키는 자리다. 조직의 융성과 쇠퇴의 결정적 키는 리더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을 돌이라고 감정하는 엉터리 감정사, 혹은 옥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왕을 속이는 감정사를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한 리더는 비극을 자초할 수 밖에 없다.


리더가 자신의 분별력과 판단력의 근거인 지력에 문제가 있다면 그때는 신하들의 중지를 모으는 소통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한쪽 말만 듣고 섣불리 판단하거나 부족한 지력으로 그릇된 결정을 내리면 모두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세상을 호령하며 잘 나가던 조직이 어느 날 연기처럼 사라지는 현상은 무식한 리더와 붕괴된 소통 시스템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원호 기자 cwh3387@paran.com




▶관련기사, (81)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5334




[덧붙이는 글]
[Introduction] Choi Wonho's Self-management ' is a space where you can contemplate yourself thrown into everyday life. In texts and photographs that readers subjectively feel short or long, the honest scenery and clear energy of nature that the artist has witnessed while walking around the famous mountains of Korea for decades are being reproduced through the artist's head and mind. By all means, I hope that Choi's self-management will be a small space and time for communication with 'newsbusan.com' readers through knowledge and reasons. NewsBusan CEO Kang Gyeo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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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남아카데미 대표, 능률협회 교수, 재능교육연수원(JSL)·동양문고 대표, 컨설턴트, 일본사회문화연구소, 전 삼성그룹(삼성카드 경영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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