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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13 23: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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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경과 및 피해자 입장 등을 밝혔다.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뉴스부산]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경과 및 피해자 입장 등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사후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피해자 변호인 모두 이하 제공된 보도자료 외 개별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추가 문의나 인터뷰, 질의응답은 다음주에 열릴 기자회견에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의 사회로 기자회견 취지 설명,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의 지원단체발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변호인의 경과보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피해자의 글, 질의응답의 순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 취지에서 송 사무처장은 "중요한 것은 성폭력에 대해서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설명하고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의 목소리가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마련된 자리로, 끝까지 잘 들어주시고, 왜곡과 곡해 없는 보도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피해자의 글' 전문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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