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부산초대석
가야路
이종근(李鍾根)
내 삶의 근방에 비가 보인다
손톱만큼의
우산을 펼치지 않아도 좋을
서편의 입술에 닿은 해가
얼핏 설핏 두 눈을 괴롭히는데
한시 택시처럼 재빠르게
신암으로 갈라지는
경부선 굴다리 밑에서
깜박깜박 신호등처럼 멈칫, 잊혀
가는 그리움 있다
삼거리 오가는 두 발의 보행
품 안에 한 자식일까
서에서 동으로
탑¹에서 강²으로
내 삶의 근방에 비가 내린다
포근하고
따사로운 하루하루, 나를 스쳐 간
이들은 누구누구였을까
미원간장, 태화고무, 부산방직,
협진양행, 건설화학, 태광산업,
대명극장… 내 팔뚝 사이로
거무튀튀한 잉크 냄새가 밴
석간 배달구역들
내 삶의 근방이 비에 잠긴다
가야로 안팎으로 돌아다니며
어린
애환의
우여곡절을
눈물 더미로 죄다 모으고 있다
¹과 ²는 부산탑과 낙동강을 의미함.
▶시인 이종근(李鍾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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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생,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한국문인협회 시창작과 수료. 계간『미네르바』등단,『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독도문예대전』,『박종철문학상』,『우리는통일일세대-평화이음공모전』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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