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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28 03: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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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호 이야기] 대화, 부산도시철도 3호선 연산역에서. 사진은 부산도시철도 3호선 연산역 지하도로.




강경호 이야기



며칠 전 오후, 수은주가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인가 싶다. 회보 편집을 마감하고, 연구실로 가던 중이었다.


버스에 내려 도시철도 3호선을 타기 위해 연산역사로 들어갔다.


지상보다 시원해서 좋긴 하나, 마스크로 가린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과 등 뒤로 흐르는 땀을 잠시 식혀야겠다 싶어 개찰구 근처 의자로 발길을 옮겼다. 5분 정도라도 잠시 앉았다 갈 겸 해서다.


3명이 앉을만한 자리에 연배가 비슷한 여성이 한쪽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분도 더워서인지 소형 선풍기를 마스크 쓴 얼굴 가까이 댄다.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은 이제 신발처럼 필수가 되었지만, 그래도 더위가 작열하는 8월의 여름 날씨엔 좀 가혹하다.


반대쪽 가장자리로 앉아 핸드폰을 잠시 보고 있는데, 5미터쯤 앞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약간 연배가 있는 아주머니가 물건이 담긴 바퀴 달린 시장바구니를 끌며 우리 앞으로 오고 있었다. 마스크를 약간 턱까지 내리더니, 먼저 앉았던 여성에게 말을 건넨다.


"저~ 미안하지만, 전화기를 놓고 왔는데 잠시만 빌려주시면 안됩니꺼." "전화 한 통만 할라고예."


손으로 전화기를 가리키며 말을 건넸지만, 여성이 미동도 없자,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을 꺼냈다.


"저~ 아저씨, 모르고 핸드폰을 안 가져 왔는데예 잠시만 좀 쓰면 안 되겠습니까. 아주 짧게 통화하면 되는데예."


나는 어떻게 얘길 하나 잠시 망설이다 "안됩니다. 아주머니."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여성의 표정이 너무 실망한 듯 보였다. 한편으로 '세상 너무 삭막하네'라는 느낌의 표정이었다.


아~차 싶었다. 그래서 빠르게 이야길 이어갔다.


"아주머니께서 섭섭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지금 코로나19로... 호흡기 감염 때문에, 휴대폰을 빌려주기가 어렵습니다. 전화를 대신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그렇고... 모두를 그런 상황이니….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대답을 듣던 여성은 "아~ 그렇네예."라며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짓더니, 약간 겸연쩍은 듯 미소와 함께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휴대폰을 깜빡 두고 외출했을 경우, 무언가 허전하고 갑갑했던 그 마음 누구나 다 알기에 한마디 더 건넸다.


"저기~ 정 급하시면 바로 여기 앞 역사 사무실이나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마스크를 다시 올려 쓴 여성은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 쪽으로 시장바구니를 밀었다.



순간, '대화라는 것이 이래서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서로가 조금 내려놓고, 조금씩만 이해하고 배려하는.



강경호(뉴스부산 대표)




▲ [강경호 이야기] 대화, 부산도시철도 3호선 연산역에서. 사진은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8월, 연산로터리 연산역 인근 모습과 연산역사 지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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