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조 詩選]
"내 한숨 발전소"
내 한숨으로
발전소를 세울 궁리를 한다면
당신은 웃겠지만, 난 운다네
내 한숨소리에 땅이 꺼지고 둑이 터져
눈물 댐이 넘실넘실 넘나드는 곳, 거기 높다랗게
푸른 전기가 발광하는 발전소를 세울 궁리를 한다네
물이 빠지면 다시 들이치는 물
그 느린 유속으로는
그대가 차오르기까지 배를 띄우지 못하네,
그때 내게 그 배를 맡겨 주면 좋겠네, 내 한숨으로 그 배를 밀어
댐 위엔 내 꺼지지 않는 한숨의 불이 사방에 켜지면서
그 넘친 울음으로 돌리는 수력발전소를 돌리려 한다네
입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숨처럼 사라진, 입술이 빨간 그대가
악기 하나를 매고 댐 위의 길을 지나갈 때
질끈 묶은 뒷머리가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두 팔만 가느다랗게 휘저을 때
밤새 발랄라이카 소리가 자작나무 숲을 범람할 때
내 입술의 제대로근이 맘대로근보다 재빨리 움직인다네
우리 두 입술 위에
저 우랄산맥과 바이칼 호를 넘어오는 새들이
잠시 번개 치는 피뢰침 위에서처럼 마주친다면
그대 그 울고 있는 입술에
후, 내 숨길이 닿는 순간마다 물살이 높아지리라,
그 전심전력으로 홍조를 띤 그대 뺨의 출렁임에
벽력같은 전기가 관통한다면,
수억 개의 빗방울을 받아 먹는
내 입술의 수위만 새파래지도록
입 위의 검은 까마귀 수염만 대신 비를 맞는 밤
내 한숨으로 비 그친 하늘,
긴 꼬리를 그리며 그대 숨소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일억 와트의 전기를 내뿜다 감전사한, 초고압 내 한숨 발전소를
위태로이 내 가슴 위에 세울 궁리를 한다네
-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수혜작가 선정작
☞ 작가 김세윤(약사, 시인) ▶부산 출생, ▶부산고 27기(1회 청조문학상 수상), ▶부산대 약 대(부대문학상 수상), ▶현 반여우리약국 대표, ▶조선일보 신춘 문예 데뷔(1987), ▶한국해양문학상 수상(2010), ▶부산일보 해 양문학상 대상(2018), ▶포항문학상 대상(2018), ▶한국문화예술 위원회 수혜 작가 선정(2019), ▶시집 '도계행', '황금바다' 등
▲ 출처 : 부산중·고등학교총동창회보 청조 vol.467(202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