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동네 병원에 가려던 건 아니었다.
명절날 아침, 물에 미끄러지면서 왼팔을 좀 심하게 다쳤다. 종합병원의 의사는 수술밖에 도리가 없다고 했다. 뼈가 나쁘게 부러진데다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수술을 망설이는 사이 며칠이 흘러갔다. 젊은 의사는 뼈가 계속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고 경고했다. 곧 결정을 지어야 할 문제이고,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수술대 위에 눕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절실했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고민 중에 옛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어릴 때 들은, 접골을 잘못해 ‘팔이 바깥으로 굽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어떡하든 뼈는 붙게 마련이라는 말이 아닌가. 해답을 얻은 것 같았다.
마침 찾아간 동네 병원의 의사선생님도 흔쾌히 비수술 치료를 권했다. (어느 개인 택시기사가 가르쳐 준 곳이었는데, 택시기사들은 승객과 짐뿐만 아니라 소문과 사실도 싣고 달린다.) “뼈는 좀 흉하게 붙겠지만 새삼스럽게 시집을 갈 건 아니고....”라고 진단을 내린 김두정 원장선생님은 마침 처음 의사의 스승이기도 했다.
긴 기다림과 짧은 진료시간, 그리고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것 같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통이 힘들었던 내게 어느 새 동네 병원은 친밀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의사선생님은 늘 유쾌하고 다정하게 환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분이었다.
동네 의사를 주치의로 두면 인접성, 경제성, 편리성, 효율성, 신뢰성 외에 위급한 상황에서 체계적 대처가 가능한 것을 장점으로 꼽던 전직 서울대 대학병원 원장님이 쓴 글이 기억났다. 김 원장선생님처럼 전문분야의 고수(高手)까지 만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다 싶었다.
날짜가 흐르자 마침내 뼈는 대충 붙었다. 붕대를 풀며 나는 의사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병원에서 그런 생각을 하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이숙희(수영넷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