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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19 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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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 무유 윤성지 선생의 호랑이 작품, 무제, 35×58cm





강경호 이야기



무유 윤성지 선생의 호랑이 작품이다. 두 마리의 호랑이가 화면 가득, 자리한다. 무심히 서로 다른 방향을 쳐다보며 응시한다. 어미와 새끼인지, 암수 한 쌍인지, 새끼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고개 들어 어딘가를 무심히 응시하는 호랑이의 눈동자(왼쪽)를 보고 새끼는 아닌 듯 짐작할 뿐이고, 곧은 등줄기에 통통한 몸통과 꼬리를 보이며 반대쪽을 응시하는 호랑이(오른쪽)는 새끼일 듯 짐작만 할 뿐이다. 여기와 저기, 나와 너, 겉과 속, 안과 밖…. 작품의 의도가 무엇인지, 난 모른다. 그렇다고 궁금증에 대하여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림을 보며 사유하거나, 가끔 자신과 대화하는 여백이 있어 좋다. 무심히 응시하는 호랑이의 눈동자가 무심하다.


강경호 (예술감상전문가)





▲ 무유 윤성지 선생


[뉴스부산art]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무유(전 밀양호랑이박물관 관장) 선생과의 인연은 10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당시 호랑이 작가로 명성이 높았던 선생과의 인터뷰를 위해 밀양 호랑이박물관을 찾으며 시작됐다. 잔잔한 미소와 낮은 음성, 작품에 대한 열정과 동서양을 넘나드는 선생의 해박한 지식이 인상적이었던 그날이다.

호랑이화가로 알려진 무유 윤성지(67. 호랑이미술관관장)씨를 밀양호랑이미술관에서 만났다. 방금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호랑이를 뒤로 하고 손자를 안고 있는 모습은 여느 촌로 村老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곁에서 본 작가는 그림속의 용맹하고 기품 있는 호랑이의 모습 그대로 닮아있었다. 철학자로서 최근 활발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호랑이의 형상을 통해 우리민족의 혼을 그려나가고 있는 화가'로서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선생은 민족철학을 연구한 철학자이자 사상가다. 우리 전통문화를 공부하던 20대 어느 날, 대웅전 모퉁이에 자리한 산신도 호랑이를 보게 되면서 지금까지 50년간 호랑이를 소재로 작품과 저술활동 등에 매진해 왔다. 호랑이의 형상을 통해 인간의 본질, 나아가 우리 민족의 혼을 추구해 나갔던 것이다.


인터뷰 당시, '호랑이라는 작품 구상과 작업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필자가 던진 질문에 선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림에 몰입하다 보면 누가 내 손을 빌려 가는 것처럼, 혼을 내빼는 것처럼 무아의 세계로 빠져들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른다."고.


그러면서 "장자의 ‘나비의 꿈’에서처럼 배우지도 않은 내가 호랑이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면 가끔 내 전생은 호랑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런 면에서 난 호랑이가 윤회한 것 같다. 호랑이가 바로 나고 내가 바로 호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


금수강산을 배경으로 백한 마리 호랑이와 서로 다른 산세, 서로 다른 자태와 형상을 한 나무 500그루를 지도 위에 찾아 넣어 완성한 '맹호백태도 猛虎百態圖'(5×1.1m)', 88올림픽을 기념하여 그려진 선생의 '맹호기상도 猛虎氣象圖'(1.1×2.3m) 등 호랑이 그림과 민속품 등 수천여 점을 호랑이박물관에 보관해 왔다.


우리나라 최고 고전으로 불리는 '천부경'을 번역하고 '지부경', '인부경' 등을 창작했다. 저서로는 민족의 철학이 담긴 '황금과 병법', 춘추시대 노자(老子)의 도덕경을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재해석한 '노자병법','원(願)과 한(恨) 그 마음의 행로','영혼의 동반자','임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단군신화','삼신신화' 등 다수가 있다.


강경호 기자 newsbusanco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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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cjoo2020-09-20 10:17:06

    작가의 시선에 말해주는 예술감상이 되는 좋은 평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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