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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1-04 20:59:21
  • 수정 2020-11-05 13: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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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조 468호] 2020년 10월, 경북 춘양과 후포항 등을 잇는 생물반의 가을 여행이 2박 3일간 펼쳐졌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서울 김호영(29회), 밀양 권오성(29회), 울산 김만수(32회), 부산 표창술 서영권(32회), 성우경(33회), 이호석·윤경태·박정규(52회), 하범산(55회) 동문 등 10명이 참석했다.


[청조 468호] 한달 전부터 준비한 2박 3일의 생물반 여행, 매년 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서울 분들이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부산의 52회 후배들 3명(이호석, 윤경태, 박정규)이 오랜만에 참여했다. 40대 초반이라 주말에 가족이랑 떨어지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맙다.


생물반은 모교의 다양한 서클 중 하나이고, 현재 29회부터 56회까지 선후배가 SNS와 BAND를 통해 근황과 動靜을 전하고, 매년 상·하반기에 정기적으로 두 차례의 여행과 지역별 소모임 등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진 선후배와의 친목을 다지고 있다. 올 하반기 여행으로 한글날 연휴(2020.10.09~11)를 맞아서 경북 춘양과 후포항 등을 잇는 문학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는 서울에서 29회 김호영, 밀양에서 29회 권오성 선배, 부산에서 32회 표창술, 서영권, 33회 성우경, 55회 하범산 외 52회 3명이 참가하고 울산에서 32회 김만수 등 총 10명이 참석하였다.


한글날 오후 1시에 경북 봉화군 춘양면 참새골의 심마니(방대장) 집에 모두 모였다. 우리 생물반의 단골 모임 집이다. 준비해 온 전어회와 구이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간단한 산행을 하기로 했다. 생물반에서 자연관찰과 채집은 빠질 수 없다. 요즘은 마을에서 무분별한 채취와 코로나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현지 주민인 방대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산에서 가을 버섯 산행을 하도록 해주었다. 지금은 송이나 능이 등 버섯 철이다.


산 능선에서 기준을 잡고 능선의 왼쪽부터 1~2m 간격을 유지한 채 전진하며 탐사와 채집을 하였다. 2시간 반의 산행 동안 송이와 능이, 까치버섯 등 가을 버섯 산행의 가장 맛난 버섯들을 충분히 채취할 수 있었다. 저녁은 29회 김호영 선배가 준비해온 육고기와 자연산 버섯으로 꾸며졌고 방대장이 즉석 산삼주를 만들어 돌리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뜨거워진 가슴은 캄캄한 밤하늘의 별빛으로 식혔다. 깊은 산골짜기, 술잔 속에 비치는 수많은 별과 간간이 떨어지는 별똥별들은 선후배의 감성을 밤이 깊어갈수록 또렷하게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산속에서 맞이하는 아침처럼 보약이 없다. 일찍 일어난 분들이 산골 동네 한 바퀴를 돌아오는 동안 52회 후배들이 어제 딴 능이와 송이로 끓인 우동과 부산의 명물 어묵을 준비했다. 다음 목적지는 영양 주실마을의 지훈 문학관이다. 태백의 정기를 가득 채운 우리 생물반에게 필요한 것은 그윽한 묵향이었기에.


여행의 종착지인 후포항으로 가는 길에 조지훈 선생의 고향인 주실마을이 있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개천과 논밭, 전형적인 우리 전통마을의 모습이었다. 48년(1920~68) 동안 혹독한 시민지 시절과 해방, 그리고 6.25 동란, 군사독재 등 혼돈의 시대를 고스란히 안고 살았던 조지훈 선생의 시 하나하나가 그 아픔 속에 피어난 꽃이다. 문학관 해설사를 만나 조지훈 선생의 삶과 주실 마을의 이곳저곳을 관람할 수 있었다.


조지훈 선생의 묵향에서 빠져나와 여행의 종착지인 후포항으로 향했다. 후포항은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어항이 아니라서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도착할 때는 파도의 포말이 바람에 부서져 날리었고, 해변 가까이 빠르게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는 바다 속을 뿌옇게 물들이며 드라마 속 같은 가을바다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후포항 안쪽에 있는 55회 범산의 외삼촌이 관리하는 사택이다. 백사장을 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있었다. 저녁 8시에 32회 이인기 선배도 뒤늦게 서울에서 참가했다. 후포항 시장은 온통 홍게 천지다. 큰 홍게 8마리와 불게 1kg를 저녁거리로 장만했다.


후포항의 저녁, 우리는 홍게와 불게, 소고기 살치살, 송이와 능이, 까치버섯, 미나리와 채소, 막걸리와 소주 등 이번 여행에서 얻은 모든 것을 내어 놓고 마지막 밤을 경배했다. 멀고 가까운 어제와 내일의 얘기가 우리들의 만남과 건강,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와 주문이 되어 동해의 밤바다 위로 흩어졌다. 동해 용왕도 감응하여 55회 범산이 던져둔 통발에 게르치 한 마리를 보내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게르치 구이가 내일 후포항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것이다. 


☞ 생물반 밴드 주소: https://band.us/band/8753102


<글 : 성우경(33회) >

부산중·고등학교총동창회보, 靑潮.




[덧붙이는 글]
[靑潮] 부산중·고등학교총동창회보 ☞ 까까머리 시절부터 우리는 / 구봉산 기슭, 부산 중ㆍ고등학교에서 / 청운의 꿈을 키우며 '청조 靑潮'라는 이름으로 / 3년을 함께한 '질긴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靑潮 편집장 강경호(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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