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편지
<작가와 사회> 2016년 여름호
통도사 영각(靈覺) 앞 매화나무가 아픈가보다
영양제를 몸에 꽂고 늦봄 햇살로 보양 중이다
겨울날 탐매객 사랑 독차지하는 노거수
오늘은 그 앞에 ‘카메라 플래시 사용금지’라고 적힌
커다란 팻말 하나가 떡하니 내걸렸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플래시 빛에 눈이 부셔 어지럽다는 뜻인데
아니 그 눈이 어디 붙어 있다는 말씀인가
그럼 저 늙은 매화나무에 코도 있다는 것 아닌가
부처님과 대화하는 귀와 입도 있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살금살금 매화나무를 지나기로 하였다
박진규(시인·부경대 홍보팀 근무)
▲ `지금은 지구별 여행중`은 박진규 시인의 블로그 별명이다. 이 곳에는 지구별을 여행하면서 쓴 박진규 시인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캘리그라피 - Artist 강경호
박진규 시인은 부산매일신문 기자를 거쳐, 현 부경대 홍보팀에 근무하고 있다. 1989년 제13회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 '태백기행'으로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가 당선, 2016년에는 첫 번째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를 도서출판 신생에서 출간하였다. 현재 잡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은 지구별 여행중'이란 별명으로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수영넷 강경호 기자 = suyeong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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