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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6-25 07: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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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수영넷(suyeong.net)은 지역 사람들을 통하여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을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 역사, 미래를 짚어보고자 한다. 거창한 담론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 수영넷 -




▲ 남천동 340번지, 남천초등학교 9회, 60여 년 남천동 토박이. ˝보성녹차˝, ˝팥빙수·단팥죽˝으로 수영구, 우리 부산을 알린 `남천동 보성녹차 팥빙수` 김성락 대표. 그의 뒤에 숨은 또 하나의 이력이다. 수영넷=강경호 기자 suyeongnet@naver.com




[기획]지역사람들 - <1>보성녹차 김성락이 만난 사람


오마바를 닮은 에디오피아 청년(1)


한번은 자전거를 탄 외국인이 김 대표를 보고 미소 지으며 가게 앞을 지나갔다. 생김새가 오마바 전 미국대통령과 흡사한 흑인청년이었다. '저 친구 참 잘 생겼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마주칠 때도 역시 웃으며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그러길 몇 번. 마침내 다시 만난 그 친구를 불러 세웠다.


항상 웃는 얼굴, 온화한 얼굴의 그가 궁금해 김 대표가 물었다. 당신 고향이 어디요?”


미국이나 유럽 쪽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에티오피아에서 왔습니다.”


~ 에티오피아라. 김 대표는 터키와 같이 개인적으로 에티오피아에 대하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자기처럼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했다. 6.25 당시,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서 한국 국민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참전한 에티오피아터키같은 나라와 그 국민에 대한 감사의 심정이 아니겠냐며.


김 대표는 보성녹차의 팥빙수 한 그릇을 권하면서 어떻게 여기를 자주 지나느냐고 물었다.


국비장학생으로... 현재 부경대에.. 다니는데, 교수님이 학교와... 가까운 이 근처... 원룸을 추천해 줬어요.” 떠듬떠듬 그는 대답했다.


열흘쯤 지나 그 친구가 아내와 딸아이를 데리고 다시 가게에 나타났다. 집사람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데 반해 딸아이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였다. 통역은 자연히 딸아이가 맡았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 앞으로 1달 있으면 귀국한다는 대목에서 딸아이 표정이 사뭇 어두워졌다. 그는 칭얼대는 딸에게 에티오피아 돌아가면 할아버지도 계시고...”라며 한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딸의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딸아이는 한국에 빠져버린 것 같았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딸아이 엄마의 직업이 궁금해서 물었다. 간호사라고 했다. 하이클래스 시민이었다. 그녀는 가져 온 태블릿 pc를 보여주며, 한 화면을 손으로 가리켰다. 국립묘지 같은 곳이었다. 알고 보니 6.25 참전 군인의 딸이었던 것이다. 순간 김 대표는 반가움과 동시에 미안함, 고마움이 교차했다고 했다.


이번에 귀국하면 언제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나?” 김 대표는 이 친구에게 물었다.


빠르면 5년에서 10년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김 대표 생각에는 이 친구가 우리나라로 치자면 대학 교수, 에티오피아 산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언젠가는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오마바 와 같이 온화한 얼굴(김 대표의 생각), 몸에 밴 자연스러운 친절, 학자풍의 모습을 보고 확신 했단다.


이 친구의 몸에 밴 친절은 요즘 같은 시대 정서상 우리 같으면 과잉친절로 오해 받았을 것입니다. 대화가 끝나고 아쉬워 기념 촬영을 하고 헤어졌지만, 이 친구와의 기억은 1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저를 혼자 미소 짓게 만드는 추억의 한 장면입니다.”


인터뷰, 녹취 및 정리 : 강경호 기자 suyeong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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