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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3-24 20: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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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작 사건에 휘말려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서화작품에 위작(僞作)이 있는가?



결론을 말하면, 서화작품에 위작 시비가 많았으면 좋겠다.


위작은 어떤 (미술)작품을 위조한 작품을 말한다. 위작의 목적은 진품이라고 속여 팔아 이윤을 챙기기 위한 것이고, 이는 바로 사기이다. 주로 초일류 작가의 작품이 그 대상인데, 위작의 폐해는 의외로 대단히 크다. 미술작품은 공산품과 달리 작품에 대한 신뢰가 생명이다. 즉 위작이 유통되면 진품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어 작가의 인격은 물론이고 작품 본래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예를 들면 천경자 화백의 경우 자신의 〈미인도〉 위작 시비의 충격으로 절필을 선언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와 같이 위작의 폐해는 (원)작가, 소장자, 중개상, 나아가 해당 국가까지도 (미술품)신뢰성에 의심을 받게 된다.



➜ 위작을 구분하는 방법


감정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안목감정, 작품의 이력을 살펴보는 기록감정, 그리고 가장 신빙성이 높은 과학감정 등이 있으나 어느 방법이건 위작을 분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위작 초보자는 들통 나기 쉽지만 노련한 전문가가 위작했을 경우는 법정까지 가거나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미술작품을 감정할 때 흔히 전문가의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주로 안목감정법으로 하며, 작가 특유의 작품 스타일을 알고 있는 전문가가 작품을 직접 보고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주로 원작가의 필법적 특성, 시대적 스타일[작가의 작품이 시대별로 변화가 있을 겅우에 해당], 작품의 외적 보관 상태, 재료 등의 요소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이들 요소는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특히 서예의 경우는 여기에 더하여 작가의 심정, 환경, 지필묵에 따라서도 다르게 되므로 위작분별에 한계가 있다.


기록감정은 과학감정 다음으로 중요한 감정 요소이다. 안목감정과 달리 객관성이 있는 감정법으로 대부분 안목감정 이후의 감정은 기록감정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즉, 어떤 작품에 대한 유통과정, 이력, 기록, 출처 등이 명확한가? 등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이 방식도 기록이 적거나, 애매하거나, 유실된 경우 판단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가장 신빙성 있는 감정은 과학감정이다. 이 방법은 X-ray, 각종 재료분석기 등 현대과학기술을 동원하여 감정한다. 물론 상당한 감정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안목감정, 기록감정 등에서 실패할 경우 과학감정에 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위작을 판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사설, 국립을 불문하고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공인 감정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천경자의 미인도 위작 시비, 김환기 작품의 위작 시비 등과 같이 법정에 가서 판결이 나더라도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달리 말하면 미술작품은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 위조방지 대책 및 위작품


그렇다면 위작을 방지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리에 밝으면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듯 작가나 구매자가 위작에 대한 지식이 있고 또 위작 대비를 잘 하면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예술가들은 자기 작품의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작품에 특별한 표식이나 일련번호를 기입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작품에 사인을 하고, 디지털 작업을 통해 카탈로그 레조네, 아카이브를 만드는 등 안목감정 기록감정에 대비하여 논란의 소지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 따라서는 미술품 유통 과정을 법적으로 기록하도록 하는 국가도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는 거래 이력 등 작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판매 후 5년간 보존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위작이 어렵게 된다. 그러나 태어나면서 유명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수십 년의 활동 이후, 혹은 빈센트와 같이 사후에 빛을 발할 수도 있으므로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일단 제작된 작품은 어떤 작품이라도 위작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시회나 갤러리를 통해서 매매하고, 작업실에서 직접 판매할 경우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 근거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물론 구매자도 작품 이력이 확실한 작품, 공식 유통경로를 통한 작품을 구매하고, 직구매할 때는 재판매에 대비한 대책을 세운다면 위작은 끼어들 틈이 없게 된다. 이렇게 작품 유통이 제도화되면 당연히 위작은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다. 구매자도 어리석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은 작품은 구배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농산물과 다르다. 직거래보다는 미술시장 건전화를 위해서라도 전시회, 아트페어, 화랑 등 정상적 유통이 바람직하고, 이러한 유통이 확립될 때 재매매도 활발할 것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살바도르 문디(Salvator Mundi)`, 위작 소문이 있었으나 진품으로 판결나면서 현재 세계 최고가 예술품이다. 매매가 5천억원


국내외로 위작 논란에 휘말린 작품들은 대단히 많다. 생존작가도 있지만 대부분 작고 작가의 작품이 위작에 휘말린다. 국외의 경우 빈센트의 〈해바라기〉,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 등 대단히 많다. 국내에서도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외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이우환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천경자의 〈미인도〉, 이우환의 일부 위작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결 상태이다.



➜ 위작이 생겨나는 이유


진품의 가격이 너무 높고 구하기도 힘들며, 또 비교적 쉽게 위작할 수 있을 경우일 것이나 이것만이 아니다. 원작[원작자의 작품]이 우수하기보다 작가의 브랜드 가치가 대단히 높을 때 위작이 발생한다. 따라서 위작이 원작자의 작품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더 뛰어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위작의 발생원인은 작품의 질적 문제가 아니라 원작자의 인지도가 절대적으로 높고, 이러한 인지도에는 결코 미치지 못할 때 위작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중국 공장에서도 구찌 가방보다 더 질 높은 가방을 만들 수는 있어도 구찌의 브랜드 가치는 모방할 수 없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작 사건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당연히 위작하는 사람이 있고, 또 하나는 고발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는 고발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천경자나 김환기와 같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야 당사자로서 당연히 원작 혹은 위작품이라 말할 수 있어도, 남의 작품에 대해 ‘위작’이라 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분명한 위작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위작이라 말하면 대단히 곤란하다. 자신이 누구보다 훌륭한 지식과 안목을 가졌다는 것을 자랑하듯 ‘이것은 위작이다’하는 사람은 ‘가볍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진실은 불명할 수밖에 없는 반면, 작품소장자와 작가는 지울 수 없는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위작을 판별하는 기준은 완벽한 증거뿐이다. 작고 작가의 작품일 경우, 미술품은 말이 없고 가해자(위작자)와 피해자(원작자)도 없는 상태이니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제3자의 입장에서 더구나 완벽하지 않은 증거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어리석음에 빠진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으로[러셀이 말했듯], 자신의 생각은 점점 굳게 믿으면서 다른 의견은 가증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된다. 증거 없이 느낌으로 ‘위작’이라 말하는 자는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나, 지금까지 책임을 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 다행이라 할까, 서화 작품은 위작 사건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은 없다.


추사 작품, 안중근 작품 등에 대해 위작설이 있었지만 큰 문제없이 넘어간 듯하다. 바꾸어 생각하면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서화를 위작할 정도의 서화가라면 상당한 인격자이고, 그러한 사람이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위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화에 위작이 없다는 법은 없다. 상황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위작이 생겨날 수 있으므로 앞에서 언급한 안목감정과 자료감정에 대비한 자료는 기본적으로 챙겨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프로이고, 또 나아가 믿을 수 있는 미술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서두에 “서화작품에 위작 시비가 많았으면 좋겠다.”하였다. 그만큼 위작이 어렵기도 하겠지만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고, 이것은 서화작품 그 자체에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는 반증이다. 오늘의 서화 작가로서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며, 다소는 서글프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든지 위작이 난무할 수 있다. 순수 전통서화에서 디자인, 그래픽이 접목되고, 현대미술이 접목되며 철학적 사유가 접목된다면 얼마든지 꽃필 수 있는 분야가 서화 분야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작가라면 자신의 카탈로그 레조네를 챙기는 등 자신의 작품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자신을 보호함은 물론이고 구매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오후규(서화비평가,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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