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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05 16: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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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 2017년 11월 28일부터 기존의 서예법을 벗어나 서화의 감성 디자인을 현대 미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오후규 이사장의 서예만평(書藝漫評)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35번째 시간으로 '사진과 서예'를 소개한다. 선생의 서예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뉴스부산ART 강경호 기자(예술감상전문가)




▲ [뉴스부산ART] 오후규 서예만평=현재 필자가 보관 중인 필름. 네거티브 필름보다는 포지티브 필름을 많이 사용했다. 필름 스캐너, 프로젝트, 라이트 박스 등 부속 장비가 있어야 되는 등 번거로운 일이 많지만, 네거티브보다 색감이 좋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사진 설명] 현재 필자가 보관 중인 필름. 네거티브 필름보다는 포지티브 필름을 많이 사용했다. 필름 스캐너, 프로젝트, 라이트 박스 등 부속 장비가 있어야 되는 등 번거로운 일이 많지만, 네거티브보다 색감이 좋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생 필름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고, 현상하지 않은 필름은 어떤 내용인지도 알 수 없다. 요즘 포지필름을 현상해 주는 곳을 찾기 힘들고, 또 오래전, 길게는 10년 이전의 것이라 모두 소용이 없다. 추억도 좋지만 언젠가 동결실 수용량 과잉으로 정리한다면 0순위로 버려질 것이다. 해담 오후규(서화비평가}




뉴스부산ART : 海潭의 書藝漫評(35) 사진과 서예



1. 필자는 1968년부터 1988년까지 카메라에 푹 빠져 살았다. 사고 싶었던 카메라나 렌즈를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라이카 M6와 35, 50, 75 미리 렌즈를 샀을 땐 세상을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 다크백, 항온항습기, 심지어 필터와 같은 소품도 마찬가지였다. 지나간 이야기일 뿐, 그 열정은 이미 식었고, 카메라 구입도 9년 전 캐논 5D 마크3에서 멈추었다. 그동안 라이카 MP, R6.2를 비롯한 콘탁스, 니콘, 캐논 등 손에 들어온 하이엔드 카메라가 30여 대는 넘을 것 같으며, 렌즈는 300미리까지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다. 대부분 필름 카메라이기에 디지털 피해가 막심하다.


지금도 라이카, 니콘, 캐논 신제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하고, 가끔 니콘 FM 80~200으로 콩 셔터를 날리며 옛날을 회상하기도 한다. 시간이 제법 걸리지만 지루하지 않고 언제나 재미있다. 지금 냉장고 동결실에는 사용하지 않은 필름과 함께 현상하지 않은, 할 수도 없는 수십 통의 슬라이드 필름이 있다. 무엇이 찍혀있는지 궁금하기는 하나 무용지물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버릴 생각은 없으니 카메라에 관한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사진집을 사거나 사진 수업을 받는 등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많이 찍지도 못했고, 그나마 막 찍기만 했다. 솔직히 말하면, 사진 잘 찍기가 목적이라야 하는데 어쩌다 본의 아니게 장비에만 관심이 많았을 뿐이다. 아직도 필자의 곁에는 항상 카메라가 있다. 핸드폰 카메라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캐논 5D를 가방에 넣어 다녔다. 출퇴근 길이건 출장이건 혹시나 어떤 촬영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핸드폰으로 대신하지만, 낮 선 곳을 갈 때나 전시장에 갈 때는 결코 카메라를 잊는 일이 없었다. 여행 중에 예상하지 않았던 짐이 생길 때는 카메라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어깨도 아프고 남들이 주목할 때는 부담도 느끼곤 했고,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집에 왔을 때는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 핸드폰의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고부터는 5D 대신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니 이런 고생은 없어졌다. 핸드폰의 수많은 기능 중에 필자는 문자, 전화, 카메라 정도만 사용한다. 거의 폰맹 수준임에도 얼마 전 겔럭시 노트 20 울트라(당시 노트 최신형 고급품)를 구입했다. 단지 카메라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춘 3월이다. 개나리, 매화가 만발했고, 벚꽃이 피어나고 있다. 지금은 카메라 가방을 메는 것조차 부끄럽지만,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인한 생활 스트레스 때문인가? 아니면 여행의 계절이기 때문인가? 장비를 갖추고 야외로 나가 어떤 순간을 간직하고 싶다.



2. 사진가가 아니라도 인간은 어떤 현재의 경험을 남기고자 하고, 여기에 사용되는 유용한 수단이 카메라이다. 카메라는 발명 이후(19세기)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았으며 오늘날에는 거의 모두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 해야 할 것이다.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을 두고 한 말이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것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 기회는 여행이다. 고도성장 시기였던 1960~70년대 이전과 달리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난다. 잠깐의 시간을 내어서 가는 몇 시간의 여행도 있지만 몇 개월, 몇 년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는 곳도 어떤 사람은 국내에 있는 명소를, 어떤 사람은 외국의 명소를 찾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쉬기 위해 휴양지로, 스포츠로, 업무로 여행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등산이나 험지를 찾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고적을 찾아갈 것이다. 이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건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여행이라면 결국 새로운 자연이나 인간의 여러 가지 문화적 다양성을 보는 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즉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건 카메라맨의 공통적 관심은 방문하는 장소의 모습들과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을 사진에 담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행의 결과물인 그 사진들을 나누어 보거나 훗날 자신이 경험했던 기억을 사진으로 회상하게 될 것이다. 이때 잘 찍은 사진은 효과가 더욱 크게 됨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진을 잘 찍기란 쉬운 이이 아니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모든 종류의 사진들을 다 잘 찍을 수 있어야 한다. 우연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으로 이루어진 실력이 있어야 한다. 산, 해변, 도시의 거리, 가족사진, 인물사진 등도 잘 찍을 수 있어야 하고, 동물, 놀이 공원, 꽃 등과 같은 사물들도 잘 찍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여행 중에 찍게 되는 사진은 어느 곳이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은 우리의 관심들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이들 모습을 잘 찍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천을 병행해야 한다.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껴야 한다. 방안에 틀어박혀서는 당연히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다. 밖으로 나가서 많이 찍어봐야 하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도 하여야 한다.


찍는 사진마다 좋을 수는 없다. 제법 잘 찍는 아마추어라도 인화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24컷 중 3~4컷 미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느낌(현장감)이 있는 사진찍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좋은 사진, 느낌이 있는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찍을 때의 그 느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생각해 보자. 어떤 렌즈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앵글이 적절한 것인지 등 생각해야 할 것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일 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필수적 요소는 아니다. 기능만으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시작되고, 아이디어는 대상물의 배경(특징, 관련된 이야기, 문화 등)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여기서 비롯된 사진만이 자신만의 사진, 현장감 있는 사진이 될 것이고, 이러한 사진이 감상자가 ‘사유하게 하는 좋은 사진’이다. 우연한 한 컷의 사진이 명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명작이 이렇게 나오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그래서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사진이건 그림이건 서예건 명작은 어느 것이나 사유하게 한다. 명 저서도 그냥 줄줄 읽어나가게 하는 책이 아니라 사유하지 않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게 하는 책이다. 『논어』, 『노자』, ‘칸트의 3비판서’도 그렇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국보로 지정된 추사의 〈세한도〉 등도 그렇다. 명품은 어느 것이나 끝없이 사유하게 하는 속성이 있다.



3. 사진가는 무심코 피사체를 바라보지 않는다. 피사체에 절실하게 몰두하며, 때로는 수많은 기다림 속에 한 컷을 얻는다. 우리는 사진가가 눈에 보이는 것을 촬영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나 그렇지 않다. 결코 우리 눈에 보이는 것[實物] 그대로 촬영하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거나 보이는 것과 다르게 촬영할 것이다. 그리하여 피사체에 대한 자신만의 사진, 사유할 수 있는 사진을 만들어 낸다. 사실, 수많은 카메라의 기능 중에 우리 눈[實眼]에 보이는 그대로의 기능은 단 하나뿐이다. 대부분은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실물의 허상이고, 이것이 사진작가가 노리는 카메라의 순기능이다. 여기서 사진가와 서예가가 겹쳐진다.


서예가는 얼마나 절실하게 한순간의 표현에 몰두하는가? 서예가도 사진 작가에서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사진의 출발에서부터 오늘날의 예술사진에 이르기까지의 변화 과정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감상자는 통상 보는 모양의 서예, 상식적 글씨에 감동할 리가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에 합류한 사진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 보지 못한 모양의 글, 자신만의 글을 써야 사유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필자가 사진에 관심을 가진 기간이 40년 이상으로 꽤 오래되었는데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실력은 없다. 사진에 대한 목적의식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많이 찍어보지도 않았지만, 그것마저도 별생각 없이 마구 찍기였기에 돈 낭비, 시간 낭비, 인생 낭비만 했다. 서예도 목적 없이 하거나 공부를 잘못하면 누구나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습작이라도 디자인, 아이디어, 목적을 가져야 결실을 앞당길 수 있음은 당연할 것이다.


봄이 오니 여행이 생각나고 카메라가 생각난다. 그러나 마음뿐이고, 몸은 오래전에 마음과 틀어졌다. 작품을 하다 말고 옛날 멋모르고 찍어둔 사진을 들추어 보며 이런저런 묘한 추억에 빠져본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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