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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19 22: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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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 강경호이야기= 남천(南泉) 선생이 최근 작업을 완료한 현대서예(창작 그림문자) 작품을 위한 최종 구상 과정의 작업물. 상형문자를 근거로 문헌 연구 및 검토를 거쳐, 치열한 창조를 통한 열정과 정진의 결과물이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특별인터뷰=그림문자(圖畵文字) 창작 40년 외길, 남천(南泉) 노두호(盧斗鎬)



[뉴스부산ART] 들어가면서=이 시대 사표로 존경받고 있는 교육자이자 서예가 남천 노두호(1932~) 선생의 서예 연구원을 방문한 지난달 26일 오후. 아흔의 고령에도 서예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연구 활동을 이어온 선생은 오는 6월 개최되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전에 출품할 작품 제작을 최근 끝냈다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1955년 마산상고 교사로 교육계에 첫발을 내디딘 선생은 지난 1997년 금성고 교장으로 42년간의 교직을 마무리하고, 40년 전부터 매료된 한자의 원류 '상형문자(象形文字)'를 이용한 현대 서예 창작에 매진해왔다. 본 인터뷰는 앞서 30여 년 전 국전 등에 이미 서예가로 필명을 알린 선생이 그림문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40년 외길 창작에 빠져버린 도화 문자 창작과 선생의 서예 철학 등을 몇 편으로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 허명(虛名)과 교만(驕慢)의 일부 서단에 선생의 정신과 열정이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1> 남천 노두호(盧斗鎬) 선생

<2> 창작 그림문자(圖畵文字)

<3> 수석 명상

<4> 서예(書藝)를 이야기하다





→ 지난 4월 9일자, '남천 노두호(1)'에서 이어집니다.



▲ [뉴스부산art] 강경호이야기= 남천 노두호(南泉 盧斗鎬) 선생이 지난 2017년 제6회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전에 수록된 `모자(母子, 30×30cm)`. 선생이 창작한 그림문자로, 옛날처럼 친해진 어머니와 아들을 표현했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한자의 기원인 상형문자는 책에도 있으나, 너무 신기하더군요. 그래서 빠져들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술어(述語)의 이미지가 풍기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여기 보듯이 '경행(慶幸)' 등이 만들어졌어요."



< 2 > 창작 그림문자(圖畵文字)


선생의 작품을 두고, 사람들은 그냥 보기 좋네 안좋네라며 평을 할 뿐이다. '상형문자(象形文字)'에 근거한 선생의 현대 서예 창작 과정을 알기 전까지. 관련 문헌과 자료의 탐색, 문자의 발굴과 선택, 그리고 편집과 창작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랬다. 선생의 '창작 그림문자', 이를테면 '현대서예'는 그렇게 탄생했다. 앞서 게재한 '<1편> 남천 노두호 선생(2020. 4. 9.)'에서 밝혔듯이, 상형문자의 매력에 푹 빠진 40년 전 금성중 교장 재직 때부터 관련 서적을 구해 연구에 몰두해왔다.


www.newsbusan.com/news/view.php?idx=7041


선생은 그림문자 창작 배경에 대해 "중국 문자의 원류는 상형문자로서 상대(商代) 갑골문(甲骨文)과 주대(周代) 금문(金文)이 발전하여 오늘의 한자가 구성된 것이어서 도화문자 자체가 회화적인 심미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서예9집 '도화문자와 현대서예(2008)' 머리말에서 밝힌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갑골문은 한자가 나오기 전인 기원전 14세기~12세기 중국 은대(代)신에게 묻고 점을 친 길흉화복의 내용을 귀갑(龜甲, 거북의 껍질)이나 수골(獸骨, 짐승의 뼈)에 돌을 잘라 긁거나 새겨 넣은 문자이며, 은대 이후 주나라 서체의 주류인 금문은 전쟁 등 국가 경영에 대한 길흉화복을 조상이나 신령에게 의지한 기록을 동그릇(銅器)의 향로 등 청동기 주물에 새겨진 문자다.



▲ [뉴스부산art] 남천 노두호(南泉 盧斗鎬) 선생의 창작 현대서예 작품 `경행(慶幸)`. 다행(多幸)으로 얻은 경사(慶事)스러운 일을 의미한다. 출전: 금사. 좌측 사진에는 먼저 경(慶)자와 행(幸)자의 도화문자 탐색 작업을 거쳐, 우측 사진에는 경행의 작품창작 과정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 사진은 경행의 완성 작품이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 경행(慶幸)


이 작품은 지난 2013년 제2회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전에 출품한 선생의 창작 그림문자 '경행(慶幸)'이다. 설명에 따르면 경행은 '다행(多幸)으로 얻은 경사(慶事)스러운 일'로, 출전은 금사(金史, 편찬된 금나라 史書)이며, 원문은 "주왈 막비왕신경행 기가유간야(奏曰, 莫非王臣慶幸 豈可有間耶)"로 이를 해석하면 "아뢰기를 가로되 다행으로 얻은 경사로운 일입니다. 왕의 신하 아닌 사람 없습니다. 곧, 겨우 아비의 병아 조금 나아집니다"라는 내용이다.


먼저 작업과정을 보면 '경(慶)'자와 '사()'자의 도화문자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慶字와 의 경우, 소전(小篆)·설문(說文)·갑골·금문 등에서 각각 24자를 탐색했다. 그런 다음 주제에 적합한 각각의 문자를 선택하고, 각각의 문자를 조합 또는 창작 등의 작업을 통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위 사진 중앙은 경행의 완성 작품으로 '상형문자에 근거하되, 독창적인 스토리와 회화적인 현대미술'로도 손색이 없다.


▲ [뉴스부산art] 남천 선생이 남천서예연구원에 전시된 `창작 그림문자`의 작품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경행'의 경우, 구순의 인생 스승 선생의 작품 해석이 독특하다. "아들(왼쪽)과 딸(오른쪽)이 죽을병(病)에서 겨우 살아난 아버지(그림 가운데)의 손을 잡고 바깥바람을 쏘이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다행(多幸)스러운 형상(形像)'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선생의 설명대로 '다행으로 얻은 경사로운 일'인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아버지를 표현한 가운데 그림이다. 작품에 대한 선생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경행을 볼 때 이상하다 저렇게 어린애를 데리고 간다고 하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작아지거든.... 그래서 작게 그렸어요. 경행이란 어렵게 얻은 행운이에요. 아버지가 병에 걸렸는데, 나았다. 그런 이미지를 풍기게 한 것이에요." 아이처럼 작아진 연로한 모습의 아버지다.



▲ [뉴스부산art] 남천 노두호(南泉 盧斗鎬) 선생의 창작 현대서예 작품 `심월(心月)`. 도를 깨달은 마음을 담았다. 출전: 유림. 좌측 사진에는 먼저 심(心)자와 월(月)자의 도화문자 탐색을 통해 각각의 문자를 선택한다. 우측 사진에는 심월의 작품을 창작한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심월


최근 작품으로, 오는 6월 부산시청에서 개최되는 제10회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전에 출품 예정인 '심월(心月)'이다.


'심월(心月)'은 도를 깨달은 마음을 담았다(출전: 유림). 위 좌측 사진의 경우, 먼저 '심(心)'자와 '월(月)'자의 도화문자를 탐색했다. 갑골·금문·소전(小篆)·설문(說文) 등에서 字는 40자, 字는 32자를 탐색하고 작품에 적합한 각각의 문자를 선택했다. 그런 다음 주제와 뜻에 맞는 창작을 위한 12개의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 [뉴스부산art] 남천 노두호(南泉 盧斗鎬) 선생이 창작 그림문자인 현대서예 작품을 필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막대기가 가리키는 작품 제목은 `심중인(心中人)`이고, 왼쪽이 바로 `심월(心月)`이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선생은 심월(心月)의 창작과정에서 心을 月의 아래에 배치하고, 마음에서 '새(금문에 표현된 )'가 나오는 형국으로 '도를 깨달은 형상'을 표현했다. 金文에서 근거가 된 의 새 그림을 보면 2개의 날개가 하나의 날개로 표현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새의 날개를 갈필(渴筆)로 표현했다. 역동적이며 회화적인 형상이 시선을 끈다.


선생의 그림문자 창작은 일반 작업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의외성(意外性)'으로 작품의 결과물이 처음에는 갑골문인지 금문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그린 것이 아니다. 이는 주제에 맞는 상형문자를 찾아 만들어 보니 나오는 '확장성'으로, 작가의 '창작을 배가(倍加)하는 영감(靈感)의 원천'이 된다.


정의하자면 '낱말의 술어에 대한 이미지를 상형문자로 부각한 회화'가 선생의 창작 그림문자의 핵심으로, 작품에는 이미 그 내용이 포함된다. 허명(虛名)과 교만(驕慢)의 일부 서단에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 다음 기사는 '남천 노두호(3), <3> 수석 명상'에서 이어집니다.



글·사진=강경호(캘리그라퍼, 예술감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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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 제31회 국제서화예술전이 개최되고 있는 지난 12일 오후,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남천(南泉) 노두호(盧斗鎬) 선생의 상형문자 창작 작품 `덕불고(德不孤)` 앞에서 남천 선생과 필자.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남천 노두호(南泉 盧斗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졸업, 금성고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사)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사)한국서예협회 부산지회 명예회장, 저서:도화문자와 현대서예, 개인전(1997,부산일보),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고문.

글·사진=Kang Gyeong-Ho(author, art appreciation expert)

인터뷰는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을 준수했다. 사진 촬영 시, 마스크를 벗고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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