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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9-04 15: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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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 이야기=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 강경호이야기=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발레 반주를 만나다(3). Reminiscence (Jiwon Choi)




"발레반주의 경험은 음악 속에서만 음악을 바라보게 되었던 시야를 확장해주었죠. 음악과 무용이 언제든 서로의 아름다움을 유연히 넘나들 수 있도록 반주자는 현명한 융통성이 필요해요"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세계 - 발레 반주를 만나다(3)


지난 9월 1일자(2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 첫 번째는 리듬과 관련하여 설명될 수 있는, 발레에서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 ‘카운트’라는 용어에 관한 것이다.


사실 너무나 익숙한 단어라 할지라도 그 개념을 선뜻 입으로 설명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카운트’라는 말이 그러했다. 음악에서는 악보에 기재된 박자 표시가 곡을 해석하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하나의 요소인 반면, 발레에서는 몇 분의 몇 박자라는 박자기호의 개념보다는 이 ‘카운트’의 개념으로 반주자나 무용수간의 의사소통이 더 명확해진다 (여기서는 포괄적으로 음악을 2박 계열, 3박 계열로 나누는 관점과는 별개로, ‘한 마디 안에 몇 분 음표가 몇 개 있어야 한다’는 박자표시의 의미를 말한다).


카운트는 리듬이라는 개념이 관여하고 있는데, 리듬은 음색의 선율적 움직임, 결국 템포와 프레이즈까지 결정짓는 역할을 하고 즉 카운트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리듬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구체적이며 뚜렷함을 말해준다. 리듬의 개념을 배제하고, 마디 없이도 불릴 수 있었던 그레고리안 성가와 같은 형태가 존재하고 있는 음악과는 차이가 있다.



반면 그 두 번째는 ‘프레이즈를 표현하는 방법’에 관한 것인데 이 부분에서는 음악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무용과 음악은 소리와 몸짓이라는 각각의 다른 예술형태로 나타나지만, 미술과 같은 공간예술과는 다르게 두 가지 모두 시간이 관여하는 공연예술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본질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이 같은 이유가 두 분야에서 유사한 맥락을 느낄 수 있게끔 이끌지 않았나 생각한다. 음악에서 말하는 프레이징은 무용에서는 몸과 그 공간을 채우는 몸짓으로 비유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느린 템포로 흘러가는 음악 위에서 펼쳐지는 몸짓들, 아다지오라고 불리는 파트에서의 춤은, 공중으로의 도약과 같은 점프의 기술들로 이루어진 알레그로 파트와는 다르게 프레이징이 중요한 요소인데, 프레이징을 함에 있어 음악과 비슷한 뉘앙스를 품고 있더라는 것이다.


우리가 연주를 할 때, 프레이즈 하나의 길이를 짧게 만들어 버리면 음악은 잘게 쪼개어져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인 연주가 되고 만다. 그래서 좀 더 세련되고 성숙된 음악을 위해서는 보다 긴 프레이즈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상적이다. 쉼과 숨 없이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라고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보여줘야 할 숨과 감춰도 될 쉼의 차이를 적절히 잘 구사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목적지를 조금 더 길게 두고 보다 긴 프레이즈를 구사해내는 것이 음악에서도 필요한 것처럼 발레에서도 보다 긴 프레이즈를 보여주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가령 4카운트, 4카운트씩 동작이 나누어진다 할지라도 에너지의 흐름을 좀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면, 그래서, 완만하고도 유연한 에너지의 곡선이 생길 수 있다면 춤은 더 근사해진다.


음악과 무용은 청각과 시각이라는 각각 다른 두 감각이 우선적으로 관할하고 있지만, 결국은 두 분야 모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관객에게 건네주는 전달자로써 음악가와 무용수는 일맥상통하는 표현방법을 가진다는 것을 프레이즈 구사방법을 통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발레반주의 경험은 음악 속에서만 음악을 바라보게 되었던 시야를 확장해주었고, 서로가 단절된 예술이 아닌바 음악과 무용이 언제든 서로의 아름다움을 유연히 넘나들 수 있도록 반주자의 입장에서 현명한 융통성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흐름처럼 춤에 대해 유연하게 반응해야 하며 단, 이 모든 공간적 루바토를 자유자재로 통솔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축인 리듬은 여전히 내부에 박동한 채로 말이다. → 9월 8일(수)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세계- 발레 반주를 만나다(4)'가 게재됩니다


글.최지원(발레 피아니스트, 이화여대 발레 전공전임 반주강사)




▶ 관련 영상, 음반

Plié (Ballet Class Music) 최지원 발레클래스음악

https://youtu.be/yCeZRwyx9Xo

https://link.inpock.co.kr/riryun


▶ 관련 기사

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발레 반주를 만나다(1)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7815

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발레 반주를 만나다(2)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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