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호이야기=발레 반주를 만나다(5) 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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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이야기=발레 반주를 만나다(5) 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기사등록 2021-09-11 15:09:48

■ 강경호 이야기=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 강경호이야기=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발레 반주를 만나다(5)

[들어가면서]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만으로 30여 년 한길을 달려온 피아니스트 최지원(Choi Ji Won) 씨는 발레를 배우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던 어느 날, 스튜디오 한 켠에 우아하게 놓인 피아노가 그녀의 음악 인생 앞에 또 다른 우주로 나타나면서 발레 피아니스트이자 발레 반주교육자로 나서게 됩니다. 무용수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만큼 그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반주자가 필요하다는 사명감, 그리고 아름다움과 진실을 창조해내는 작업의 현장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의 음악과 발레 반주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지난 9월 8일자(4회)에 이어집니다. 글 강경호(아트디렉터)

클래스 반주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졌던 상황판단력과 융통성은 리허설 반주 때에 더 ‘절실히’ 필요하다. 작품에서는 무용수들과 더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들 각각의 성향과 호흡과 동작의 표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세계 - 발레 반주를 만나다(5)

반면, 클래스 반주와는 다르게 리허설 반주는 곡의 범위와 스케일이 커진다. 클래스에서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연습들은 결국은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을 공연하기 위한 훈련이고 리허설은 실전을 위한 마지막 정리작업이다. 리허설에 사용되는 음악은 녹음된 CD로 대신 되기도 하지만, 라이브반주자의 필요성이 간과될 수 없는 사실은 명백하다.

리허설반주자는 사실 실재 공연의 바로 전 단계에 필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피아니스트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허탈감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라이브음악은 이미 완성되어있는 냉정한 CD 음악보다 무용수들 간의 서로에 대한 긴밀감을 더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그러므로 더 큰 에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요소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고 이는 피아니스트 스스로에 대해 큰 자부심과 존재가치의 중요성을 부여해준다.

리허설반주자로서 준비해야 하는 작품곡들은 대부분 방대한 양을 가진 전막들이며, 오케스트라를 편곡해놓은 큰 규모의 음악들이라 일차적으로 곡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총체적인 준비와 많은 연습시간이 필요하고, 생각하기에 따라 클래스반주보다 그 부담감은 몇 배로 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허설 반주자에게 돌아오는 경험적 보상은 값지기에 이 부분을 전문적으로 특화해 나가는 것도 본인만의 장점을 살리는 길일 수 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기본 편성은 유사하다 하더라도 발레음악은, 가령 오페라가 같은 극적 요소와는 다르게, 악기의 표현방법과 그에 따른 모든 음악이 무용수의 몸짓 하나, 동작 하나와 어울리고, 빠른 템포에서의 기술들과 느린 템포에서의 서정성, 즉 신체적, 정신적인 모든 테크닉들이 음악과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장르이다.

작품 곡들을 접하다 보면, 피아노를 위해 쓰여진 곡을 바라보는데 한정되어있었던 음악에 대한 시각이 더욱 확장되고, 결국 표현되는 악기의 특성과 음악의 색깔을 상상할 수 있게끔 하고 소리와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길러지게 된다. 이 또한 발레반주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클래스 반주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졌던 상황판단력과 융통성은 리허설 반주 때에 더 ‘절실히’ 필요하다. 작품에서는 무용수들과 더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들 각각의 성향과 호흡과 동작의 표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반주자는 상황이 맞닥뜨려졌을 때 침착하고 동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그들의 호흡에 거슬림 없이 음악을 얹을 수 있도록 경험을 쌓아가며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글.최지원(발레 피아니스트, 이화여대 발레 전공전임 반주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