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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2-13 02: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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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39)



☛ 우리나라 미술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2021 한국국제아트페이(KIAF), 언론은 「전시장 입구가 열리자마자 20~40대 젊은 미술투자자들이 화랑 부스를 찾아 뛰어갔다. 개막 1시간 이전부터 70m 넘는 긴 줄을 섰고, ‘오픈 런’을 방불하게 했다. ~인기작가의 작품을 먼저 사기 위해 고객들이 실랑이하기도 했다. 개장 6시간 만에 판매가 350억 원을 돌파했고1), 30억대 작품(이우환 작품)도 쉽게 팔렸다.2) 2019년 5일간 판매액보다 많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사고 싶은 작가의 작품이 이미 다 팔려 분통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림을 벽에 걸기도 전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도떼기시장 같았다.3)」라고 묘사했다.

1) 총매출 650억 원으로 20년 KIAF 역사상 최대 기록임.

2) 아마 이우환 작품 〈동풍〉이라고 짐작한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31억 원에 팔렸다. 생존작가 최고가를 기록한 이 작품이 겨우 2개월이 지난 KIAF에 재판매 된 것으로 짐작된다.

3) 행사 첫날 VVIP 입장권을 만들어 30만 원에 판매했으나 5000여 명이 몰렸다. 어느 언론에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0월 13일 오후 3시 KIAF 개막 장을 본 언론(매일경제 10월 15일)의 보도 내용이다. 여기서 ‘매경’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골프황제 우즈가 사인한 ‘사인 NFT’가 2주 만에 63배 폭등했다고도 했다. 이렇게 국내외 미술시장이 불타고 있다. 아니,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더욱 폭발적이다. 이렇게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KIAF에 사람들이 몰린 이유가 무엇일까?


미술품은 취득세, 등록세, 보유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생존 작가이거나 6000만 원 미만 작품은 양도세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표를 보면 세계미술시장이 지난 10년간 63% 성장하였으나 국내 시장은 1.6% 성장이라 하였다. 말이 성장이지 10년간 정체된 상태임을 말한다. 경제 규모로 보더라도 미국 시장이 한국의 84배라 하니 한국의 미술시장은 엄청 저평가된 것은 분명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KIAF-2021 개막전 상황은 조금도 이상스러운 것이 아니라 현명한 ‘그들’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다시 말해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금혜택과 국내 미술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고, 멀지 않는 장래에 폭등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KIAF의 개막 상황은 서예의 시각과 너무 다르다. 마치 기획된 퍼포먼스이거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들린다. 물론 모든 미술가의 작품이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닐 것이나 KIAF의 현상은 엄연한 사실이기에 충격적이다. 같은 조형미술인 서예는 점점 냉랭하기 때문이다. 이러함에도 누구 한 사람 불만도 없고, 대안도 없으며, 그냥 조용하기만 하니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든다. 서예진흥법이 통과되면 다 해결될 것 같았지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등식도 서예에는 성립할 수 없는 것 같다.4) 당연하다고 본다. 남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담겨야 할 것인데, 이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4) 가장 한국적인 한국어가 세계적이지 않듯 서예에는 이 말이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KIAF=2021 개막 상황을 말한 것은 ‘서예’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인데, 이로써 분발하면서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성찰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효과일 것이다. 성찰은 발전의 바탕이고 발전은 해체에서 시작되며 그것은 파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고(前稿)에 이어 서예의 또 다른 일면을 간단히 살펴본다.



☛ 어떤 일이건 마찬가지이다. 모르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리고 욕망한다면 알 때까지, 풀릴 때까지, 성취될 때까지 물음을 던져야 한다. 전호(前號)에 언급했지만, 서예는 한낱 ‘글쓰기’가 아니기에 물음을 던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예에 물음을 던져야 하는 것은 서예를 몰라서가 아니다. 서예를 진정 사랑하고, 풍요롭게 하며, 즐기면서 자신을 세워나가기 위한 필수적 고민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왜 서예작품을 멀리하는가? 관심을 주지 않는가? KIAF-2021은 서예가 당면한 이런 문제에 대해 본질적 ‘물음거리’를 준다. 미술작품은 수십 분, 수 시간도 볼 수 있고, 보는 사람마다 달리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서예작품은 그렇게 오래 보지 않는 것 같다. 내용, 조형미, 선성(線性), 먹 등에 주목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5)

5) 앞으로 기회가 되면 언급하겠지만 이것이 서예작품 값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개인전에서는 서예작품이 수백, 수천만 원에 팔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인 판매겠지만 그런대로 잘 팔릴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도 잘 팔리기를 기대한다면,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면 수주대토(守株待兎)6) 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미술품 가격은 단순하지 않다. 단순히는 작품, 작가, 기타(작품이력, 거래장소 등)로 이루어진다고 볼 때, 작품의 작품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마케팅도 중요하다. 아파트는 물론이고 미술품 구매도 우리나라 인구의 약 35%를 차지한다는 MZ세대 7)가 주도하는 현실, 서예(가)는 이들의 성향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은 고상한 취미가 아니라 돈이 되는 일에 관심이 있다. 회화(서양화)가 그냥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성향에 맞는 작품, 작가의 명성, 작가의 철학과 전문성, 근현대 철학이 녹아 있는 작품 그리고 마케팅 등이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서예는 이들에 어떻게 대응하여 왔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서예를 모르면서도 아는 척했던 것은 아닌가?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지 않았으며 거만하지 않았던가?

6) 한 농부가 우연한 기회에 나무 그루터기에 토끼가 부딪혀 죽는 것을 보고, 나무 그루터기에 기대어 토끼가 스스로 부딪혀 죽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농부의 어리석음을 비유한 것이다.

7) MZ 세대는 1980년대 초~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울러 포함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특히 SNS 활용에 능숙한 MZ 세대는 유통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금의 세상은 컴퓨터가 지배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심할 것이다. 서예계에 젊은이가 없다며 한탄하나 당연해 보인다. 장래가 투명하지 않고 더구나 젊음을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대학서예가 거의 사라진 오늘날, 입문의 길은 공모전 입상이다. 공모전에서 초대작가가 되면 졸업이고, 졸업하면 서실에 다닐 필요가 없으니 서실에는 수강생이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모전 초대작가라 해서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 어렵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어느 청년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맘껏 펼칠 수 있는 회화(서양화), 혹은 수입이 보장되는 기업 취업을 외면하고 이런 서예에 투신하겠는가!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전호의 예와 같은 정체성 수립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서예는 분명히 미술이지만 미술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이다. 전시장만 있고, 중개상이 없으니 비평도 설 자리가 없다. 현장 휘호나 기부가 대가의 아량으로 생각하는 서예에서 2차 시장 성립은 거의 불가능하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서예전은 지인 판매를 제외한 일반 판매는 어려울 수밖에 없고, 또 이렇다 보니 서예 전문 갤러리도 없으며, 일반 갤러리도 거의 서예작품을 취급하지 않는다.8) 이러함에도, 서예전은 해마다 전시장 구하기가 어렵고, 서예전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8) 미술시장에서 서예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서예인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그 하나가 서예 전시장에서의 현장 휘호이다. 미술(서양화)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현장 휘호의 부작용에 대해서 적당한 기회에 언급할 예정이다.


좌측 그림=只今(지금)〉, 청원 이동열(靑沅 李東烈, 1945~), (1) ‘只今’처럼 살지 말고, (2) ‘只今’부터 착실하게 잘살아 보자! (3) ‘只今’은 건강하고 행복하고 즐겁고 신나게 산다. ‘只’字의 ‘口’를 (1)에서는 ‘口’로, (2)에서는 가로로 긴 ‘口’, (3)에서는 세로로 긴 ‘⎕’로 표현했다. 청원 선생은 전형적 전통서예(한문) 작가이다. 그러나 喜壽임에도 생각을 달리하여 한글/한자 혼용, 채색을 사용한 아이디어 작품을 선보였다.

우측 그림=〈愼獨-俯仰無愧〉, 가은 이동석(加恩 李東碩, 1956~), 가은 선생은 현대 서각가이다. 도판의 작품은 전통 서예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서예작품으로 보이나 서각작품이다. 서예, 서각, 미술, 평면, 입체, 흑백, 채색의 경계를 넘나든 작품이며 서각의 통념(通念)을 초월한 작품이다.


☛ 서예를 장르로 말하면 당연히 미술에 속한다. 지금 문밖에는 KIAF-2021에서 보았듯이 미술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투기 붐까지 일고 있으나 서예는 여기서 제외되었다. 철저히 제외되었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KIAF-2021에 비유(比喩)하면서 「일반인들이 왜 서예작품을 멀리하는가? 관심을 주지 않는가?」에 대한 일부 문제를 제기해 보았다. 서예가가 자선가(慈善家)가 아니라면 이것에 대해 계속 물음을 던져야 하고, 현상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서예는 ‘붓글씨’가 아니기 때문인데 그래야 살 수 있는 길, 바람직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서예에 왕희지는 없는가, 안진경은 없는가, 법첩은 없는가 살펴봐야 한다. 옛날엔 이들이 보여야 했다. 족보처럼 자신의 서예가 혈통이 있다는 증명이기에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의 말대로 중심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디라도 있기 때문이다(다음호에 계속).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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