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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07 17: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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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호이야기 = 여가사회학 분야를 우리나라에 첫 등재한 `여가의 시대` 주저자 김문겸 교수. 사진은 지난해 여름, 부산대학교 사회학과를 정년 퇴임하고 외갓집 부근의 텃밭에 마련된 농장에서 저자.(2021.8.)





Story of KANG GYEONGHO



'여가의 시대' 김문겸 교수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과 펜데믹 쇼크는 변이바이러스의 출현 등 형태로 여전히 위드코로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여름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가 필수가 된 상황에 아이러니하게도 '여가의 시대'를 다룬 여가의 시대 : 문화사적 관점에서 본 자본주의와 여가(호밀밭. 2021)라는 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저자는 '여가사회학'이라는 분야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등재한 전 부산대 사회학과 김문겸 교수로, 오늘날 여가의 시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과연 여가는 인간을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라는 자본주의와 여가에 관한 문화사적 질문과 더 나은 삶을 향한 탐색에 나선다.


이른바 3D업종이 유행어로 등장하던 1990년대만 해도 노동 연구 일색이었던 국내 사회학계에서 여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분야 연구에 정진했던 그는 20세기 후반기부터 등장하는 변화된 사회를 지칭하는 후기산업사회, 탈산업사회, 정보화사회, 소비사회, 디지털사회, 여가사회와 같은 용어 중, '여가사회'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관심의 중심에는 대학원시절 은사 박재환 명예교수가 있었다.


주저자에 따르면 여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초, 은사의 복사물 부탁이 우연한 계기가 되었다. 도서관에 비치된 미국잡지 『Social Forces』에 실린 여가에 관한 논문(여가 특집호)이었다. 서울의 봄과 광주 민주화운동 등이 연이어지던 시기에 그러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에게는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싹튼 문제의식이 점차 인간의 실존적 삶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이를 계기로 박사학위논문 "한국인의 여가문화:노동과 여가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1991)과 논문을 대폭 보완한 『여가의 사회학:한국의 레저문화』(한올, 1993)를 내게 된다. 이번 『여가의 시대』는 저자가 그동안 발표한 논문 등 여가연구를 중심으로 정리 압축한 내용으로 역사적인 에피소트를 첨가해 재구성했다.


목차에 앞서 표기에 관한 원칙을 제시한 '일러두기', 장별로 정리한 참고문헌, 단행본(22편)·논문(21편)·보고서(7편)·기고문(1편) 등 상세하게 기록한 저자 저술목록(1983~2019)도 읽기에 도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여가는 새로운 삶의 근본으로, 특히 자기 계발과 자아확장의 기능을 지닌 여가는 우리 삶의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여가는 우리의 삶이 더 나은 의미를 지니게 하고, 삶의 방향성과 선택지를 넓혀 줄 것"이라는 주저자의 주장이다.

▲ 김문겸∙이일래∙인태정, 여가의 시대:문화사적 관점에서 본 자본주의와 여가(호밀밭. 2021)


추천사에서 "이 책은 유사 이래 존재해 온 인간 존재의 필수적 활동인 여가가 산업화와 자본부주 발달에 의해 급속하게 변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언급한 박재환 명예교수는 "산업화가 야기한 생산량 최대화의 집약적 노동 방식은 스트레스 누적과 긴장 해소를 위한 표출적 원초적 여가활동으로 나타나는 등 일상적 삶을 재구성하게 하고, 전통적 행태와 판이한 새로운 여가 문화를 낳게 했다"고 썼다. 또 "남북분단의 상황 속에서 국가 주도의 급속한 압축적 경제성장과 1980년대 대중소비주의, 1997년 IMF사태 등 여가문화 변곡점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자본주의 논리와 함께 우리사회 고유의 전통적 생활원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사실 필자가 고교 선배인 주저자를 처음 만난 것은 폭우가 쏟아지던 지지난해 여름 동창회보지에 게재할 인터뷰를 위해서 찾은 사회과학대 그의 연구실이었다. 수인사와 가벼운 대화를 시작으로 코로나19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시점에서 기획한 '포스트코로나와 부산'을 주제로 사회문화 분야에 대하여 대화를 나눴다.


당시 K-방역이 모범방역으로 뜨던 시기였다. 한류열풍에 이어 소위 말하는 '국뽕'에 대한 이야기부터 문화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코로나 엔데믹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처럼 여가의 측면에서 코로나 이후 예상되는 '여행' 등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전망과 이를 위한 정책적 차원의 사전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지난 여름 정년을 마치고 책을 출간한 주저자와 건강과 안부를 묻는 자리가 있었다. 공항 가는 낙동강 둑길 인근 저자가 안식처로 삼는 농장에서였다. "오후 늦은 어느 날 석양을 보며 둑길 화단을 따라 자연과 호흡하며 뛰고 있는데, 밤늦게 하늘에 V자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보니까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나더라"는 그는 "어릴적 보았던 생각이 나 감회에 젖었다"며 "스쳐 가는 머리속에 '이런 게 행복이라는 느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무탈하게 정년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의 음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대하면서 필자는 몇 편의 좋은 논문을 읽었다는 기분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엿볼 수 있는 것은 주저자가 제시한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음덕으로 돌리는 '감사함'이 코로나엔데믹을 바라보며 준비하는 지금 '여가의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April 6, 2022

강경호(아티스트, 예술감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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