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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9-15 22: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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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근 경성대학교 윤리교육학과 교수. suyeong.net




[수영넷=강경호 기자] “미국이나 서양에는 수신과 관련된 과목은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 일본, 중국 등 우리 동양은 수신과 관련된 과목이 있죠. 초・중・고교에서 그동안 우리가 배워 왔던 도덕 혹은 윤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조경근 교수(경성대 윤리교육학과)의 모두 발언이다. 그는 대학 윤리교육과에서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중・고교 윤리 도덕 교사를 300명 배출하면서도 안타까운 게 많았다며, 우리나라의 수신(修身)과 관련된 인성교육의 문제점을 ‘원인과 현황 및 해결책’으로 나눠 의견을 제시했다.



▲ 인성교육문제점의 3가지 원인


첫째, 모든 도덕과 윤리 교육의 출발점은 가정이다.


부모가 잘 가르치고, 조부모의 행동과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배우며 사랑도 받고 간섭도 받으며 아이의 인격이 성장되어 간다. 조 교수는 30년간 직접 면담을 통해 경험한 것은 “학생들의 가정이 1/3이상이 이혼했거나, 정말로 큰 문제 생긴 가정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성교육으로 잘 자랄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둘째, 민주주의만 강조되고 공화주의는 빠진 학교 교육의 현장이다.


탈 권위화가 민주화과정에서 진행되면서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강조 되고,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될 절대적인 가치인 것처럼 되어 왔다. 그러나 조 교수는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공화주의가 빠져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지만 민주주의는 열심히 배웠지만 공화주의를 들어보고 배운 적이 없다”면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 사유를 강조하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강조한다. 반면에 공화주의는 책임을 강조하고, 공동의 선과 사회, 질서를 강조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학교교육에 도덕과 윤리교육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면서 민주주의적인 인간만 길러왔고 공화주의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자본주의의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소위 말하는 양극화 방향으로 진행되어 있다. 이를 조 교수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어느 정도 손질해야한다고 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물론 세계적 경쟁 속에서 대기업들이 가능하면 이익을 아껴 재투자하고, 기술개발도 해야 된다”며 기업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런데 과거 80년대 세 사람이 하던 일을, 지금은 한사람이 한다. 12시전에 퇴근이 어렵다”며 “어머니가 가정에 있지만 아버지 역할도 있는 것이 가정교육인데, 아버지가 아이들을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며, 집에 있으면 피곤하고 힘이 든다”는 사실은 사회구조적으로 매우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인성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아이들만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지금 공화주의적인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그 다음에 지금 대기업의 구조를 조정해서 소위 저녁이 있는 적어도 가정에 함께 있는 부모가 되는 사회 구조”로의 전환을 제시하였다.



▲ 인성교육의 현황


“현재 중・고교 교과서를 보면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런 교과서를 만들었는지 안 들어가 있는 내용이 없다. 무슨 사상이다, 무슨 이론이다 해서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하다”며 이것이 아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또 인성과는 상관없는 내용들로 가득 찬 교과서의 구성에 대하여 “교재의 단락을 보면 무슨 it도 있고, 환경, 생명윤리도 있죠, 물론 다 필요하다. 그런데 수신이 되어있지 않고, 자기 자신의 인성이 바로 서있지 않은데, 무슨 동물을 사랑하라 ,자연을 사랑하라,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하라,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다는 것인지” 반문하며, “왜 이렇게 교과서에 착각을 많이 써 놓았는지” 이러한 점들을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시대에 맞는 이야기’도 나왔다. 공자, 맹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를 지금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도덕과 윤리 시간은 재미있었다. 숨을 쉴 수 있는 과목이었고, 배우는 내용은 별로 없었다. 실제 시험을 치면 10문제 중 9문제는 그저 맞출 수 있는 과목이었다. 대신에 선생님들이 들어와 좋은 이야기, 희망을 주는 이야기,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도 얘기해 주셨다”면서 현재 도덕 윤리 교육의 관점이 제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어 놓았다.

조 교수는 또 당시 배웠던 것 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고, 많은 내용을 집어넣어 외우게 하고, 시험 치게 하는 그런 교육이 아이들 인성교육에 무슨 좋은 효과를 준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 도덕 윤리 교과의 해결 방안


“대한민국은 구조적으로 가정이 아이들의 도덕 윤리를 책임지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 학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선생님이 힘드시겠지만 부모와 함께.”


이를 위해서는 학교가 배우게 하고, 어려운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의 인격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며 학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의 사상, 교만하지 말고, 비겁하지 말고, 용기를 갖는 사람이 되자. 낭비하지 말고, 너무 아껴 다른 사람 손가락질 받는 것 하지 말고, 절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 이런 내용”을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다. “공자의 인・의・예・지・신도 마찬가지다. 왜 ‘공자의 사상’ 같은 것을 가르치는가”라며 교육의 선을 분명히 했다.


또한 도덕 윤리 교과는 내용과 함께 아이들의 행동에 대하여 교사가 점수를 줄 수 있고, 평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엄격한 잣대라기보다는 지나친 경우에 몇 차례의 기회를 주면서 정히 이 아이가 못 따라갈 경우에는 벌점을 준다든지...” 하는 행동의 발달이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학습에 반영이 될 수 있는 그런 구조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 “대한민국은 학교교육이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지금 대한민국의 산업구조와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민주화가 강요된 교육에서는 이 교육이 책임을 져 나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과 형식을 보면 동떨어져 있는 것이 또한 대한민국의 도덕 윤리 학교교육이기도 합니다.˝ suyeong.net




토론을 마치기 전 조 교수가 요약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학교교육이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지금 대한민국의 산업구조와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민주화가 강요된 교육에서는 이 교육이 책임을 져 나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과 형식을 보면 동떨어져 있는 것이 또한 대한민국의 도덕 윤리 학교교육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내용과 교과서부터 시작해 다 뜯어 고쳐서, 복잡하지 않게, 아이들이 좋아하게, 다른 곳에서는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도덕윤리에 들어오면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이야기 듣고, 어쩌면 삶의 희망과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협동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교과목으로 바뀌고, 그런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suyeong.net


[덧붙이는 글]
수영포럼 생활복지분과위원회(위원장 김부자)가 지난 8일 수영구청 대회의실에서 “인성교육의 이해와 방향”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인성위기시대에 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성균관 대학교 교육학과 이동훈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조경근 경성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정익희 부산동여자고등학교 학생, 안세영 부산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기획운영팀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본 기사는 이날 토론자로 나선 조경근 경성대학교 윤리학과 교수의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suye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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