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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18 2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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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해담 서예만평] 《사진 1》 지난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세텍(SETEC)에서 개최된 2022년 화랑미술제의 일부. MZ 세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밀려다닌다.



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43)


- 서예의 매력은 자락(自樂)이다 -



☛ 지난 3월 16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개최된 화랑미술제는 오미크론 확산세 속에도 북새통을 이루었다. 화랑협회에 따르면 VIP 개막 첫날 매출이 45억 원, 관람객 3850명, 참가 화랑 143개, 참여 작가 800여 명이며,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4000여 작품을 선보인다 했다. 최고가로 팔린 작품은 국제갤러리 박서보 '묘법' 작품으로 4억2450만 원이었으며, 다수의 인기 작가 작품이 개막 당일 완판되었다.


지난해 화랑미술제는 5일간 4만 8000명이 방문해 72억원 판매액을 올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뜨거운 미술시장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화랑미술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첫날 분위기가 좋아 이번 행사 매출이 작년의 2배는 어렵지 않께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개막한 서울 평창동의 한 갤러리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갤러리 앞에 선구매를 위해 밤샘용 텐트까지 치는 등 웨이팅 알바가 등장했고, 갤러리에서는 번호표를 발급했다. 이들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소셜미디어 등의 매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MZ 세대로, 비교적 저평가된 유망 신진 작가, 가격도 호당 10만 전후의 작품을 노리는 신진 컬렉터일 것이다.


《사진 1》, 《사진 2》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분명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황임에도 미술시장은 붐비고 있다. 이것이 정상인지 아닌지는 4~5년 지나야 알겠지만 최근 2~3년은 해마다 최고 기록이다. 전국이 다 이러한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더욱 그렇다. 위에 언급한 평창동의 개인전은 유명 화가가 아니라 국내 어떤 청년 화가의 개인전이었다. 갤러리에서 제공한 안내문에는 1인 1점만 구매하되 20분 내로 구매를 끝내야 한다는 요구가 명시되어 있었다. 물론 모든 작가, 모든 화랑이 이와 같은 것은 아니나, 서예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환경이다. 해당 작품의 작품성이 좋아서 감상용으로 사는 것이라기보다 차익금을 노리는 주식시장같이 남 따라 구매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감상용이건 투자용이건 서예로서는 부럽기만 하다.


▲ [뉴스부산ART=해담 서예만평]《사진 2》 지난 4월 6일부터 10일까지 개최된 부산국제화랑 아트페어(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의 일부. 관람객은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다르겠으나 토요일과 일요일은 서로 부딪칠 정도로 붐볐다.


☛ 서예는 어떤가? 아트페어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전국 수백 개의 화랑 중에 서예작품 전문 화랑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서예진흥법’은 있으나 마나이고, 해마다 서예 환경은 나빠지고 있다. 그 직접적 원인이 앞[前號]에서 언급한 〈서예작품이 저평가되는 이유〉에 있다면 간접 원인은 공모전이라 하겠으나 이 이야기는 이미 진부하다. 서예 공모전은 다른 장르의 미술 공모전과는 그 목적이나 방향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 양성’이 아니라 ‘서예 교육자격 실기 심사’라 하는 것이 내용상 더 어울릴 것이다. 서예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서예 작품판매로 수입을 생각한다면, 프로의 길을 생각하는 서예가가 있다면 혁신(革新)할 필요가 있다. 혁신은 ‘피부를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공모전에 익은) 피부를 바꾼다는 것이니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아니면 작가, 언론(비평가, 언론매체 등), 중개상, 자산가 등이 공동 기획(?)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현실성이 부족하다.


그런데, 다행히 서예는 프로의 길이 아니라도 다른 좋은 길이 있다. 작품판매에서 오는 직접 수입이 아니라 간접 수입이라 생각할 수 있는 건강한 생활로서의 서예를 말한다. 서예를 수단으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큰 수입이 아닐 수 없다. 즉, 서예를 과정의 예술이라 생각하는 것, 웰빙(well-being)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아주 옛날부터 있었다. 이미 채옹(蔡邕,133~192, 中國 東漢)이 언급한 서자산야(書者散也)1)에서 찾을 수 있고, 서여기인, 대기만성, 심정필정 등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들 말은 서예를 통한 인품 도야를 말하며, 고상한 인품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 하더라도 교육과 수련을 통해 함양된다고 보는 것이다. ‘웰빙 서예’는 지금 대부분 서예인이 즐기고 있는 서예, 바로 그것이다. 어른이 되어 돈이나 인맥으로 상을 받고, 자랑하고, 부끄럽지 않은가?

1) 글씨라고 하는 것은 풀어놓는 것이다(書者散也) 글씨를 쓰고자 하면 먼저 마음속에 품은 회포를 풀고(先散懷抱) 감정과 성품을 맡기고(任情恣性) 그런 연후에 쓰는 것이다(然後書之). 동한(東漢) 말 채옹(蔡邕,133-192).

생각을 조금 편하게 바꾸는 것이다. 공자가 『논어』 「학이편」에서 “배우고 항상 실천하니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 했듯이, 남이야 알아주건 말건 중단 없는 수련과 그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성장과 자기만족의 서예를 말한다. 이런 서예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차이’, 10℃와 15℃의 차이와 같은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즐기는 서예이다. 말하자면 연습을 통해 어제보다 향상되었을 때 느끼는 기쁨이다. 이런 서예는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 시작하면 평생을 즐기게 될 확률이 높다. 남과의 대결이나 비교가 아니라 어제보다 더 향상된 자신의 서예를 생각하는 것이니 서우(書友)와 서예로 마음 상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과정[차이]의 서예로 생각하면 골프와 같이 어디까지나 자신과의 경쟁일 뿐 남과의 경쟁이 아니다. 자기 발전을 위해 ‘서예여행’이며 유적 탐사도 즐길 것이고 좋은 서예 자료 구입에도 재미를 붙일 것이다


공모전 초대작가라면 과정 중에 마음 상하고 시달리지 않았던 작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잘 지켜왔던 양심을 헌신 값에 팔아야 했고, 남을 욕해야 했으며, 남의 비웃음을 받아야 하지 않았던가!2)

2) 예를 들면, 2021년 어느 서예 공모전에서 대상, 우수상, 특상을 두고 심사위원 간 갈등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심사 부정이었으며, 사전에 기획된 수상자 합의가 우연한 실수로 들통난 것이다. 이러한 공모전의 부정은 너무나 상식이기에 부정을 말하는 사람이 몰상식적이라 할 정도이다.

서예를 과정의 예술로 생각하면 공모전처럼 ‘졸업’이 없으니 서실의 수강생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공모전은 초대작가로 되면 서실을 떠나거나, 붓을 꺾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과정의 서예에서는 서예가 하나의 생활이니 중간에 그만두는 일도 없을 것이고, 해마다 노인이 증가한다니 이들 상당 수가 서실을 찾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취미로서의 서예는 건강 장수에 도움을 준다. 공부나 작업 이외에 운동이 되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등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이다. 여기에 더하여 즐기며 하는 일인데 그 결과물이 남의 삶[문화생활]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 이것은 덤이다.


분명히, 서예 환경은 해마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미 수입과는 한 발 비켜난 서예, 권위나 위풍을 위한 서예도 아니다. 그렇다면 서예도 여기에 대응하여 변해야 할 것이다.


전호(前號), 〈서예작품이 저평가되는 이유〉에서는 서예가의 수입을 생각한 대책을 말해왔다. 이 길은 피곤할 수밖에 없으나 프로, 직업 서예가에겐 다른 길이 없다. 그러나 대중적 서예의 경우 ‘과정을 즐기는 서예’로 생각하는 것이 플랜 ’B’가 아닐까 싶다. 이것은 어제보다 오늘의 향상된 차이를 즐기는 서예, 자락, 자족(自足)의 서예를 말하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예술이 또 어디 있으랴. 과정을 즐기는 이런 서예가 누구나 원하는 ‘웰빙’, ‘웰빙서예’이다. 웰빙서예에는 다함이 없고 지루함이 없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는 결코 다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서체, 서풍이 있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더구나 집중할수록 학문이 깊어지고 인격이 높아진다. 여기에 투자되는 노력과 시간과 돈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 장수, 행복으로 나타나고, 이것의 가치는 투자원가에 훨씬 앞설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2020년 대한민국 국민소득이 33,790달러라 한다. 국민소득 3만∼4만 달러 시대엔 현물 소비에서 감성 소비로, 생계형 복지에서 문화예술형 복지로 바뀌기 시작하고, 그래서 문화산업 시장 규모가 급성장한다고 한다. 이것은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 하겠는데, 우리는 바로 그 경계선에 있다.


최근 몇 년간 미술시장이 급하게 성장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소득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서예도 이래저래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나 수주대토(守株待兎)로는 지금보다 별로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啐啄同時’라 했듯이 서예, 서예가도 이에 호응하여 달라져야 할 것이다.


행복은 누구나의 희망이다. 서예로 그 행복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은 ‘서예 작가’가 아니라 ‘서예인’으로 자락자족(自樂自足)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 Design = KANG GYEONGHO | May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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