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12-30 23:37:29
기사수정

▲ [뉴스부산] 먹구름 사이로 터진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벌거벗은 겨울 나무를 지나 지난 밤 내린 눈 위로 스며드는 순간... 셔터를 눌렸다. 사진=최원호(2018년 11월 25일, 포천 국망봉 들머리에서).





최원호 대표의 자기경영




(1) 재미있게 해 주세요



  강의 의뢰를 받으면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어김없이 듣는 말이 있다. “재미있게 해 주세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당황스럽고 황당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할 정도로 익숙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강의를 재미있게 해야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배움’ 그 자체로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내 나 름의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배움에서 재미를 우선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배움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학생 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자.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서도 ‘재미’보다는 지식의 효용성, 미래가치, 전공과목의 발전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이해도 안 되는 지루한 강의 내용을 귀를 쫑긋 세워 듣고, 안 되면 무조건 외워서라도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조직에서 비용과 시간을 할애해, 시행하는 교육은 유독 ‘재미’ 만 따질까?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경지를 넘어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다고 재미없고 식상한 내용을 주의 깊게 들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왜냐하면 마음에 들지도 않는 내용을 그것도 재미없는 강의를 집중해서 들으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강의는 수강자와 강사가 함께 떠나는 정신적 여행이기에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그 보다 더한 지옥이 없다. 그래서 강의를 하기 전에 집요하게 ‘재미’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재미에 의미를 더하려고 노력한다. 학습 내용과 상관없는 개그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강의를 하는 사람의 즐거움 중의 하나다.


 재미의 요소 호기심, 지식, 목표


  재미는 감정의 흐름이라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재미의 스위치는 호기심이고, 관심이 있어야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도 함정은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재미있다고 해도 본인이 재미없으면 재미 없는 것이다. 재미야 말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별적이라 공통분모를 찾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이다. 허긴 모두들 그렇게 열광하면서 즐긴 월드컵 4강 진출 경기도 재미없다고 외면하는 사람을 목격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호기심 다음 단계는 지식이다. 알아야 면장이라도 한다는 시쳇말처럼 모르면 재미없다. 게임이든 스포츠든 우선은 룰을 알아야 하고, 즐기는 방법을 알아야 재미있고 없고가 판가름 난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에게 골프 경기는 재미는 커녕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불과하다. 내가 그랬다. 골프를 배우기 전에는 골프방송을 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조그만 공을 두고 막대기로 휘두르는 것을 무슨 재미로 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지적 구비요건이 갖춰지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 요소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다. 축구라면 상대팀보다 한 골이라도 더 넣어야 된다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고 난 다음에 선수들의 기량이다. 만약에 전광판의 점수 표시도 없고, 골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장면도 없이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는 장면만 계속 보여 준다면 과연 재미 있을까? 아마 5분도 계속 보기 힘들 것이다.


  목표는 재미를 추구하는 원동력이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말을 달리며 즐기는 사냥이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한다’고 했듯이 목표물은 분명 마음을 끌어당기는 강한 힘이 있다. 각자가 좋아하는 취미나 놀이를 하나씩 연상해 보면 이 말은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그것이 컴퓨터 게임이든, 여행이든, 한국인이 셋만 모이면 즐긴다는 화투놀이든 상관없이 무언가의 목표를 향해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몰입을 유도하는 즉각적인 피드백, 과제와 실력의 상관관계


  자 그럼 호기심, 앎, 목표만 있으면 재미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모든 재미는 결과보다는 과정의 느낌이 좌우하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게임이든 스포츠든 공부든 심지어는 업무도 과정이 즐거우면 자신도 모르게 대상에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한다. 이런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몰입이라고 하고, 최고로 행복한 자신을 만나는 순간이라고 한다. 과정의 즐거움이 재미의 원류이다. 그럼 과정을 즐겁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 핵심 인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즉각적인 피드백이고, 다른 하나는 과제의 난이도와 내 실력과의 정합성이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즉각적인 피드백이란 행위를 하면 거기에 따라 반응이 즉시 일어나는 자극과 반응의 상호작용이다. 쉽게 예를 들어 보면, 지금 당신이 TV로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경기,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서로 밀고 당기는 공격축구라 정말 흥미롭게 보고 있는 참이다. 한참을 몰입해서 보고 있는데 우리 선수가 중거리 슛을 멋있게 쏘았다. 공은 상대방 골대를 향해서 날아가고 이제 막 골 넷을 가르려는 순간, 화면이 검은 색으로 변하며 자막이 뜬다. “골 인인지 아닌지는 저녁 9시 뉴스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정규 방송 관계로 중계방송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어떤가? 당신이 만약에 이 상황이라면 재미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화만 머리 끝까지 날 것이다. 당장 TV를 박살이라도 낼 듯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결국 무엇을 하든 재미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만약에 강의를 듣는 다면, 강사와 눈 맞춤을 하면서 공감을 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의견을 질문하는 등, 세미나 과정을 공유했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학습과 같은 두뇌 활동을 요하는 것들은 TV중계방송 보듯 멍하니 쳐다보기만 해서는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참여하지 않으면 코미디 프로를 보며 날리는 헛웃음처럼 공허한 웃음소리만 드러낼 뿐이다. 학습에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의지, 의식이 개입되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반응이 없는 세미나는 강사의 생각을 위축시키고, 강사를 주눅 들게 해, 저절로 시간만 때우는 전략을 구사하게 만들고, 수강자는 더 재미없는 강의를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우려도 있다. 물론 프로라면 이런 상황도 반전시킬 만반의 준비와 능력을 겸비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음은 재미와 실력의 상관관계이다. 재미에는 실력의 문제도 한몫 한다. 내가 가진 실력과 풀어야 할 과제의 난이도가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높아야 재미있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현재 테니스를 배운지 한 달 정도된 상태다. 이 때 누구하고 테니스 시합을 하면 가장 재미있고 즐겁게 테니스를 칠 수 있을까? 그거야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나와 비슷한 실력의 소유자일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내일 국가 대표 선수하고 게임을 하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겠는가? 역으로 그 국가대표는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나는 실력이 모자라니 시합 자체가 두려울 것이고 상대방은 실력이 차고 넘치니 지겹지 않겠는가? 이런 경우 재미있는 시합을 기대하는 것은 어느 쪽이나 무리다.


 재미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것! 고급쾌락에 초점을 맞추자


  재미를 만드는 요소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소소하게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요소를 무궁무진하게 배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미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별적이라는 사실이다. 재미가 분명 삶의 비타민과 같은 활력소지만 그 느낌은 순전히 개인의 몫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떤 재미도 느낄 수 없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가 봐도 재미있을 일을 지루해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재미는 환상적이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이다. 진정으로 재미있게 사는 사람은 소소한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며, 일상의 주어진 일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이다. 재미는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학습에서 재미와 병행해서 생각해 봤으면 하는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쾌락의 종류에 대한 것이다. 쾌락에도 고급쾌락이 있고 저급쾌락이 있듯이, 적어도 공부만큼은 저급쾌락보다는 고급쾌락에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무작정 ‘재미있게 해 주세요.’ 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해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급쾌락이라고 해도 뭐 그리 대단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다. 공부는 공부 자체로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일은 그 일 자체로 흥미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최원호 도남아카데미 대표 cwh3387@gmail.com







☞ 최원호(60) 도남아카데미 대표는 ▲한솔교육 자문위원, ▲능률협회 교수, ▲재능교육연수원(JSL) 대표이사, ▲JWL 수석 컨설턴트(임원), ▲일본사회문화연구소 운영, 집필 및 연구활동, ▲동양문고㈜ 대표이사(사장), ▲삼성그룹(삼성카드 경영혁신팀 근무)에서 일했다. 뉴스부산=강경호 기자


▶관련기사, 이순(耳順)의 나이에 맞이한...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2601





0
기사수정
저작권자 ⓒ뉴스부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신 기사
  1. 1 부산시, 영남권 5개 시도와 지역 인공지능(AI) 확산 공동 견인
  2. 2 부산시, 도심 빈집정비를 위한 '부산형 빈집정비계획' 발표
  3. 3 尹대통령,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
  4. 4 환경부, 부산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 발령(17일 15시)
  5. 5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
  6. 6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2024 금정산시산제' 성료
  7. 7 동아대-동서대, 동명대-신라대 연합모델...글로컬대학 예비지정
  8. 8 ㈜동일, 부산지역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후원금 5억 원 전달
  9. 9 부산시, 산업부 주관 「2024년 섬기력사업」 공모 선정
  10. 10 부산시·새출발기금, 소상공인 지원 강화 업무협약 체결
  11. 11 동래구 낙민동 '부산사회복지종합센터 들락날락' 18일 개소
  12. 12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13. 13 올림픽대표팀, 이영준 결승골 UAE에 1-0 승...19일 2차전 중국
  14. 14 BAMA 2024 마지막날, 해오름갤러리 '한복 깜짝 퍼포먼스'
  15. 15 뉴스부산art = 현대미술가 이삼술 작가 '평화(終戰)'
  16. 16 부산시,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단원 공개 모집
  17. 17 부산시, '디지펜 게임 아카데미 in 부산' 과정 수강생 모집
  18. 18 박형준 부산시장, 한일친선 교토부의회 의원연맹 접견
  19. 19 부산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개소식 및 통합설명회 개최
  20. 20 해담의 서화만평 (55) _ 전통 서예와 실존주의 철학(2)
최근 1주일 많이 본 기사더보기
부산시, '디지펜 게임 아카데미 in 부산' 과정 수강생 모집 부산시,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단원 공개 모집 뉴스부산art = 현대미술가 이삼술 작가 '평화(終戰)' 로또 1115회 = 1등 12명, 각 당첨금 2,257,278,282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google-site-verification: googleedc899da2de9315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