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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25 22: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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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도에는 새가 없다(6)


배이유 작가의 첫 번째 연재작 「조도에는 새가 없다」는 지난 2015년 출간한 그녀의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에 실린 10편의 작품 중, 3번째 소개되는 작품이다. 총 7회분으로 매주 두 차례, 월요일과 금요일 연재한다. 오늘은 지난 22일 이어 제6회분으로 "별채에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게재한다. 일자별 게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1회(4월 08일) 사람들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섬!

2회(4월 12일), 짐을 들고 승선하는 사람들을 따라 배에 올랐다.

3회(4월 15일),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4회(4월 19일), 방안에는 푸짐한 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5회(4월 22일), 하늘에 별들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 6회(4월 26일), 별채에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7회(4월 29일), 맞은편에 펜션이라는 글자가 버젓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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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유 단편소설


"별채에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6)"



별채에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나는 마루를 서성이다. 방으로 들어가 요 위에 누웠다. 건넌방에서는 큰어머니와 형이 잠들어 있다. 서로 다른 코 고는 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려왔다. 여자의 잔상이 눈앞에 머물렀다. 바다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어른거렸다. 아버지는 교사였다. 섬에서의 생활은 단조로웠다. 눈 뜨면 뻔히 다 보이는 삶. 그래서였을까. 아버지의 일탈이 좁은 섬을 들끓게 했다. 친구들이 어른들의 떠도는 말을 내게 전달하던 숨김없이 까발려진 시선과 호기심이 내겐 상처가 되었다. 느그 아부지가 순화엄마와 붙어먹었다더라. 얼레리꼴레리. 붙어먹었다, 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대낮에 길에서 개가 흘레붙는 것을 보았을 때의 느낌과 다르지 않았다. 순화아버지한테 해변에서 죽을 만큼 두드려맞으면서도 아버진 입을 다물고서 끝내 잘못을 빌지 않았다. 할아버지도 엄마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다들 담 밖으로 구경하면서 공모의 분위기로 아버지를 침묵으로 추궁했다. 머릿속이 끓어올랐던 내가 바닷가로 달려가서 왜 우리 아부지를 때리느냐고 순화아버지한테 매달리며 몸으로 막아섰다. 자갈밭에 내팽개쳐졌던 아버지는 상처투성이었다. 선생이란 기 아~들이나 잘 가리킬 것이지, 개만도 못한 놈. 그는 침을 뱉으며 돌아섰다. 순화엄마는 간조 때 죽도암 너머 바다로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도시로 나온 아버지는 다시는 교편을 잡지 않았다. 아버지는 자신과 맞지 않는 노동일을 하면서 돌아다녔지만 땅에 착지하지 못했다. 조개처럼 다물린 아버지와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던 엄마도 아버지를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와 나만 남겨졌다. 내 안에 날개 꺾인 작은 새가 피 흘리며 던져졌다.


여자의 방에 불이 꺼졌다. 사방이 깜깜했다. 옆으로 돌아눕자 선실 숙소에서의 적막한 어둠이 동시에 감겨왔다.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듯 잠이 몰려왔다. 한때 만 톤이 넘는 화물 상선을 탔었다. 미국이나 일본, 심지어 페르시아 만까지 화물을 싣고 항해하며 나를 흘려보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시간이 꽤 되었다. 숙소의 침대에서 여자의 영화를 돌려보며 자위를 하고 몽정도 했었다. 중국으로 가는 산업폐기물을 운송하는 일명‘쓰레기 배’를 마지막으로 배에서 완전히 내렸다.


불이 타오른다. 불꽃보다 시커멓게 치솟는 연기가 먼저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검은 화염이 배를 뒤덮는다. 빨리빨리 긴급구조 요청해라. 앞이 안 보인다. 쿨룩쿨룩. 숨이 막힌다. 그래도 불을 끄기 위해 애를 쓴다. 그을음, 그을음. 독한 냄새가 폐부를 찌른다. 나는 소화기를 놓치고 물러나며 주저앉는다. 검은 연기 속에서 홀연히 여자가 나타난다. 옷 하나 걸치지 않았다. 여자의 검고 긴 머리카락이 바다풀잎처럼 물결친다. 여자가 맨발로 다가와 숨을 헐떡이는 나를 매끄러운 두 팔로 감싸안는다. 나와 여자 주위로 붉은 불꽃이 맹렬하게 피어난다.


나는 허우적거리다 뜨겁고 황홀한 잠에서 깨었다.


바다 위 수평선이 주황색으로 또렷하게 나타났다. 하늘 가운데가 밝아지며 노란 해가 부챗살로 퍼지며 머리를 드러내었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바다 위로 주홍색 빛의 길이 뻗어나온다. 여자는 언제 일어났는지 방파대에 앉아서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담장 앞에서 여자를 감싸는 붉은 실루엣의 비현실적인 풍경을 내려다본다.<다음 7회 마지막회 → 4월 29일 월요일 계속>



관련기사 :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5) 조도에는 새가 없다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102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가,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051





▶ 배이유 소설가가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시골 들판과 수리조합 물가, 낮은 산, 과수원. 그리고 유년의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나 덜 자란 사촌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지금은 징그럽게만 느껴질 양서류, 파충류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가던 논둑길에서,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낮게 내려와 심장에 박히던 기억.

2학년 때 초량동 구석진 허름한 만화방에서 경이로운 문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몸과 언어가 일치하던 어린 시절 책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이런 강렬한 기억들이 모여 저절로 문학을 편애하게 되었다. 결국 소설에의 탐닉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다.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eyou11@naver.com








[덧붙이는 글]
☞ 소설가 배이유 ... 2011년 <한국소설> 등단.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기금상을 받아 2015년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출간했고, 이 소설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 2018년 ‘검은 붓꽃’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되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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