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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13 22:14:12
  • 수정 2020-08-13 22: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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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뉴스부산은 지난 2017년 11월 28일부터 '기존의 서예법을 벗어나 서화의 감성 디자인을 현대 미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오후규 이사장의 서예만평(書藝漫評)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31번째 시간으로 '서예는 팝아트인가'를 소개한다. 선생의 서예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대표 강경호 -





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 海潭의 書藝漫評




서예는 팝아트인가



☛ 서예전에 가 보면 자주 보이는 형식이 있다, 임서, 율시, 반야심경과 같이 많은 글씨를 쓴 대형 작품이 그것이다. 이들 작품은 하나의 모범적 형식으로 보이나 공간만 메울 뿐이다. 숭고적 효과는 있다 하더라도 무엇인가 아쉬운 느낌을 받는다. 필자는 전통에 묶인 이러한 작품을 볼 때마다 ‘팝아트’를 생각한다.



☛ 팝아트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허무주의, 1920년대의 다다이즘에서 영감을 받았고,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가 시들어갈 무렵 전통적 형식미에 대한 반발로 새롭게 등장한 미술 양식이다. 거장이 그려내는 고상한 미술, 순수미술, 고급문화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들은 당시의 사회상이나 대중 매체에 의해 널리 알려진 이미지나, 만화책, 영화, 잡지, 광고 등 대중문화의 한 단면을 그대로 쓰거나 그려내었다. 전통적 관념에 반기를 들기 위한 것이다. 그들의 의도는 생활과 구별할 수 없는 미술을 창조하는 것이었고, 사회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비개성적이고 도시적 작품을 추구했다. 점차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작품, 민주적이고, 차별이 없는 미술 양식으로 인식되면서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팝아트의 시작은 다다이스트인 뒤샹 (Marcel Duchamp, 1887~1968, 미국)부터라 하겠지만 해밀턴(Hamilton, 1922~2011, 영국)을 팝아트의 선구자라 하며, 미국의 앤디 워홀(Warhola, 1928~1987)을 팝아트의 제왕이라 한다.



▲ [뉴스부산ART] 오후규 서예만평=《그림1》 해밀턴, 〈오늘날 가정을 색다르고 멋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1956년.

《그림1》 해밀턴, 〈오늘날 가정을 색다르고 멋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1956년. 해밀턴의 그림은 전통적 개념과 다른 새로운 양식이다. 근육이 풍부한 남자와 늘씬한 몸매의 여성이 각자 성적 매력을 자랑한다. 이곳저곳에 현대문명의 산물이 가득하다. 텔레비전, 소파, 신문, 녹음기 등이 보인다. 계단에서는 가정부가 엄청 긴 흡입관이 있는 진공청소기로 청소한다. 벽에는 포드자동차 휘장, 크게 확대된 만화 표지가 걸려 있고, 창문 밖의 극장 간판이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모두 성인 잡지나 주간지나 월간지에 나오는 그런 이미지들을 조합한 가상의 실내를 보여 주는데,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미국 상품이 밀려든 영국의 상황, 미국에 대한 동경과 비판을 표현하고 있다.


해밀턴은 작품 〈오늘날 가정을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서 당시의 최신 가전제품과 생활 도구로 가득한 현대 가정의 모습을 콜라주(collage) 기법으로 표현했다《그림1 참조》.


영국보다 조금 늦게 시작된 미국은 더 영향력 있는 사조로 발전하였으며 그 성격도 달랐다. 대표적인 작가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이다. 팝아트의 제왕이라 불리는 워홀은 당시 유행했던 소비사회 특성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작업을 했다. 소재는 포스터, 만화, 통조림, 전기제품 등 대량 소비 시대의 기성품이었다.



▲ [뉴스부산ART] 오후규 서예만평=《그림2》 워홀, 〈마릴린 먼로〉, 1967년.

《그림2》 워홀, 〈마릴린 먼로〉, 1967년. 워홀은 미술품의 대량 생산, 대중성, 상업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마린린 먼로의 사진이나 켐벨 수프 깡통의 이미지들을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대량 생산했다.


특히 《그림2》에서와 같이 대중적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을 이용하여 다양한 색채로 복사했는데, 상업적 기법을 미술에 적용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어떤 작업을 하든지 간에,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내 그림과 영화와 그리고 나의 겉모습을 그냥 보기만 하면 그곳에 내가 있을 것이다. 감추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 말한 것처럼 자신의 작품에 아무런 함의가 없음을 밝혔다.


워홀은 ‘미술이 화가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고 생각했기에 그의 조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대량 생산했다. 미술품에 대한 과거의 관념을 파괴하여 서민의 일반 생활 수준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달리 말하면 ‘미술의 상업화’를 말함과 동시에 ‘상업의 미술화’를 말한 것이다. ‘나는 원래 상업미술가로 시작했는데 이제 사업미술가로 마무리하고 싶다. 사업과 연관된 것은 가장 매력적인 예술이다.’라 했듯이, 워홀은 상업적인 것을 미술에 적용하여 미술과 상품의 경계를 허물어버렸고, 이것으로 크게 성공하였다.


다시 말해, 팝아트는 매우 대중적인 소재를 사용한 대중적인 미술이고, 깊은 내용도 없다. 가볍게 대중의 일상과 사회를 말하는 것이 팝아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해밀턴이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팝아트의 조건에 대해 ‘대중적이고, 유통기간이 길지 않으며, 빨리 잊히는 것이어야 하고, 값싸고 다량으로 생산되며, 젊고 웃기며 섹시하고 조잡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미술이나 고급문화가 구축했던 모든 기존의 원리나 가치에 대한 반란임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소재를 이용한 세련된 표현, 밝은 색채 등으로 과거의 미술품과 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게 되어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 팝아트는 반세기 전에 유행한 혁명적 사조이나 오늘의 서예 상황과 관련하여 생각할 점이 많다.


우선 닮은 점이 많다. 팝아트가 누구나 볼 수 있는 동시대의 대중적 이미지들을 사용하였듯, 서예도 누구나 일상 사용하고 있는 문자를 사용한다. 표현 방식에서도 비슷한 모양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워홀의 먼로 작품과 닮아있다. 그리고 워홀이 말했듯이 작품 배경에 숨기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발생 배경도 시대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팝아트는 1, 2차 대전의 후유증으로 발생한 시대적 산물이다. 서예 역시 시대적 산물이며, 특히 한글도 ‘캘리’도 그렇다.


누구나 진부한 것은 싫어하기에 미술은 발전하는 속성이 있다. 팝아트가 수천 년 이어져 온 ‘고급미술’에 대한 반역적 혁명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서예에서의 한글이나 ‘캘리’도 이에 해당한다 하겠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팝아트가 지독한 반역이었지만 결국 미술의 영역을 더욱 확대했고 풍요롭게 하였는데, 한글에서의 ‘캘리’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모든 미술 사조의 발생이 그러하듯 한글이나 ‘캘리’ 역시 전통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하였고, 그 초기 심한 힐책, 비난과 오해를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캘리’야 말로 정말 서예답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 영향이나 효과는 팝아트의 그것을 능가하리라 본다.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쓸고 닦는 것만 청소가 아니라 버리는 것도 청소이다. 창작을 위한 창작에만 골몰하지 말고 누구나의 진부한 형식부터 버려보자.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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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해담 오후규(海潭 吳厚圭) ☞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이사장, 부경대학교명예교수, 서화비평가, (사)부산미협학술평론분과회장, (사)한국미학회, (사)한국문협(수필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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