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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15 15: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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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도에는 새가 없다(3)



배이유 작가의 첫 번째 연재작 「조도에는 새가 없다」는 지난 2015년 출간한 그녀의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에 실린 10편의 작품 중, 3번째 소개되는 작품이다. 총 7회분으로 매주 두 차례, 월요일과 금요일 연재한다. 오늘은 지난 12일에 이어 제3회분으로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를 게재한다. 일자별 게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1회(4월 08일) 사람들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섬!

2회(4월 12일), 짐을 들고 승선하는 사람들을 따라 배에 올랐다.

3회(4월 15일),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4회(4월 19일), 방안에는 푸짐한 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5회(4월 22일), 하늘에 별들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6회(4월 26일), 별채에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7회(4월 29일), 맞은편에 펜션이라는 글자가 버젓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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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유 단편소설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3)"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담에 붙어 해변을 내려다보니 여자는 바로 해변 위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방파대에 앉아 있다. 나는 주방에 가서 사과 한 개를 씻어 점퍼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선다. 내가 살았던 집도, 마을도 둘러보고 싶었다. 섬이 작아서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경사 사이사이 용케 평지를 앉혀서 집들이 앉아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널찍이 떨어져 있기도 했다. 좁은 길 따라 가보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체취를 풍기는 집은 몇 채 되지 않았다. 이곳 큰섬 뒤편 마을은 거의 빈집이었다. 아까 큰어머니가 그랬다. 누구누구는 벌써 죽었고, 누구는 아파서 골골거리고. 새끼들은 커서 다 여길 떠나고 남아 있던 늙은이들은 하나 둘 죽고 여기는 정말 조용하다. 왕소나무가 비스듬히 서 있는 돌담 축대가 있는 저 집이 내가 살았던 집이다. 이 집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지 누군가 살면서 잘 닦아놓은 윤기가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집이 허물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담 바깥에서 안을 기웃거린다.


“영후야! 밥 때 됐는데 니는 안 들어올끼가! 그만 놀고 퍼뜩 들어온나.”


담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바닷가의 나를 부르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그 젊었던 어머니는 어디로 갔나.


나는 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텃밭에는 상추나 파, 마늘이 심겨져 있었다. 학교 터가 있는 고개 너머로는 둘레길 같은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이 또한 유행을 타듯 단장 되고 달라진 모습이었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스무 가구가 좀 넘으려나. 장산곳까지 올라가지 않고 가을꽃들이 시들고 누런 풀들이 우거진 평원을 돌아 해변으로 내려가는데 형이 마당에서 팔을 흔들며 오라고 한다. 여자는 한결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여자에게 가려던 나는 주머니 속의 사과를 매만지며 사촌형에게로 방향을 튼다. 형은 낚시 갈 채비를 하고 나섰다.


“지금 이때가 학꽁치 철 아이가. 니도 오랜만일 낀데 같이 가자. 지금은 바람이 없지만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원래 섬 날씨가 변덕스럽다아이가. ”


안경 낀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가 번진다. 내게 잃어버린 것들을 채워주려는, 뭔가 내게 해주고 싶어 하는 배려가 느껴진다. 나는 형을 따라나서며 뒤를 흘깃거린다.


“와, 아는 여자가?”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저 여자는 누군데 아까부터 저래 혼자 앉아 있노.”


선착장 근처의 테트라포트를 밟고 갯바위로 올라갔다. 경사가 급하고 위험했다. 그래도 용케 형은 자세를 잡고 낚싯대를 던졌다. 내 손에는 학꽁치 따위가 아니라 감싱이 같은 돔이 잡힐 거라고 농을 던졌더니 형은 그기 그리 만만하게 잡히는 게 아니라며, 코웃음을 쳤다. 바위 여기저기에 방한복을 챙겨 입은 낚시꾼들이 열심히 낚싯줄을 던지고 있었다. 점점 바람이 세지고 파도가 높아졌다. 추웠다. 형의 낚싯줄에는 학꽁치들이 심심찮게 걸려들었다. 뾰족창을 입에 달고서 퍼덕거리며 올라왔다. 내 손에는 한 마리도 걸리지 않았다. 형은 말했다. 봐라 고기들도 타지에서 온 냄새를 희한하게 맡는 기라. 형은 연신 푸른 날것들을 잡아올렸다.


형이 학꽁치를 손질하는 동안 해변으로 내려갔다.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길로 세세히 살피며 자갈밭을 서성였다. 오른쪽 거대한 너럭바위에서 꺾어들면 뒤쪽은 보이지 않았다. 그쪽으로 몸을 움직이는데 여자가 나타났다. 위험한 데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는 아슬아슬하게 돌과 바위 사이를 건넜다. 나는 뛰어가 내 손을 건네고 싶었다. 그보다 앞서 여자는 안전한 곳에 착지했다.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하지 않은 맨 얼굴이었다. 여자는 체념한 듯한 태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눈을 떼지 않고 여자를 지켜보았다. 기시감이 들었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바다로 내려오지 않고 아까 앉았던 방파대에 앉는다. 나는 성큼성큼 걸음을 떼어 여자한테로 갔다. 나는 여자와 60센티쯤 떨어진 곳에 앉는다. 여자는 경계하는 빛 없이 나를 본다. 나는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깜짝 놀란다. 엷게 화장을 한 얼굴이지만 내가 잘 알던 얼굴이었다. 보석의 한 이름과 같았던. 그러나, 그럴 리가… 믿을 수 없었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부분이 분홍빛으로 번져갔다. 여자는 내가 왜 그러는지 안다는 얼굴이었다. 여자는 빙긋이 웃었다. 나는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도 겨울인데 춥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다. 나는 긴장을 하면서도 들키지 않으려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여기는 이상하게 바람이 없어요. 반대편 방파제 쪽만 해도 바람이 심한데, 고개만 넘어서면 바람이 죽어요.”


여자는 고개를 까닥였다. 말이 끊기고 조용하게 앉아 있었다. 긴 목을 물속에 담그고 있는 하얀 새가 처음 본 그대로 움직임이 없었다. 착각이었다. 새가 아니라 점점이 떠있는 부표였다. 바위섬을 이어주는 징검돌마냥 박혀 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사과를 꺼내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사과를 양손으로 만지작거리더니, 너무 커서 먹기가 쉽지 않은데요,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다. 이제 목소리의 주인과 얼굴이 완벽히 일치했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나는 사과를 도로 받아 반을 쪼개어 여자에게 한쪽을 주었다. 같이 먹어요. 여자는 사과를 한입 깨물었다. 조용한 공간에 그 소리가 크게 울렸다. 얇은 막이 튕기듯, 아삭. 나도 사과를 베어 물었다. 사과는 기대 이상으로 맛이 있었다.


“정말 달고 아삭해요.” 여자는 연달아 베어 물었다.


“이렇게 맛있는 사과는 오랜만에 먹어 봐요.” 여자는 입술 밑으로 흐르는 사과즙을 닦아내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나는 꼭 내가 잘 가꾸어 생산한 사과처럼 느껴져 뿌듯했다.


“여긴 펜션이나 묵을 데가 없나 봐요.”


여자의 말에 나는 여지를 주지 않고 없다고 했다. 들어올 때 배 시간표를 기억하고 있던 나는 미조 가는 마지막 배가 조금 전에 출발했을 거라고 말했다. 여자는 해독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정말 몰랐을까. 손닿을 거리에서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지워지며 더 짙게 붉어졌다. 형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4회 → 4월 19일 금요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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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 소설가가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시골 들판과 수리조합 물가, 낮은 산, 과수원. 그리고 유년의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나 덜 자란 사촌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지금은 징그럽게만 느껴질 양서류, 파충류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가던 논둑길에서,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낮게 내려와 심장에 박히던 기억.

2학년 때 초량동 구석진 허름한 만화방에서 경이로운 문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몸과 언어가 일치하던 어린 시절 책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이런 강렬한 기억들이 모여 저절로 문학을 편애하게 되었다. 결국 소설에의 탐닉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다.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eyou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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