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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6-28 0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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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4)


'당신의 이야기를 담는 신문, 뉴스부산'은 지난 4월 총7회(4월8일~29일)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된「조도에는 새가 없다」에 이은 '배이유 작가'의 두 번째 연재작 「퍼즐 위의 잠」을 모두 12회로 나눠 게재합니다. 지난 2011년 중반의 나이로 <한국소설>에 등단한 배 작가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문학창작기금상'을 받아 2015년 첫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출간하였으며, 이 소설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또 2018년, ‘검은 붓꽃’이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첫 소설집에서 그녀가 밝혔듯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학과 자신에 대한 끈질긴 희망을 '변신'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두 번째 소개작 「퍼즐 위의 잠」 또한 이전과 같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뉴스부산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성하의 계절을 앞둔 6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이유'라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나를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 1회(6월 17일), 퍼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 2회(6월 21일), 아무 장식 없는 흰 벽에...

▲ 3회(6월 24일), 그녀는 상자 속 비닐을...

4회(6월 28일), 그녀는 옥상 한켠에 있는...

▲ 5회(7월 01일), 그녀는 방바닥에 커다란...

▲ 6회(7월 05일), 그녀가 검은 조각 하나를...

▲ 7회(7월 08일), 곰솥 뚜껑을 열고 국을 뜨는데...

▲ 8회(7월 12일), 그녀는 고흐의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메우고 있다.

▲ 9회(7월 15일), 하나, 두나를 시가에 맡길까 하다...

▲ 10회(7월 19일), 가정에서 〇〇〇 부업 하실 분 구합니다.

▲ 11회(7월 22일), 돈 받으러 간 그는 전화도 없고...

▲ 12회(7월 26일), 그녀는 지갑에 남아 있는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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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퍼즐 위의 잠(4)




퍼즐 위의 잠(4), 그녀는 옥상 한켠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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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옥상 한켠에 있는 자신의 건조대에 탈수된 세탁물을 넌다. 구겨진 옷들을 털어서 사이사이에 건다. 아이들 옷과 22개월 된 셋째의 천 기저귀다. 아직 오줌을 잘 못 가린다. 그의 물 바랜 셔츠가 흐느적거리며 걸린다. 그래도 구김이 펴지도록 바람을 일으키며 턴다. 이번만 입히고 버려야겠다. 이걸 입으면 사람이 더 풀기가 없고 구질구질하게 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울트라마린 셔츠를 입으면 하얀 얼굴이 살아날 텐데. 그녀는 양말을 집게에 매달고는 빨래바구니를 뒤집어 베란다 벽에다 털었다. 발아래에 붉은 고무줄이 떨어져 있다. 실처럼 가는 고무줄이 움직인다. 지렁이다. 시멘트 바닥으로 나온 지 오래 되나. 힘이 없다. 그녀가 발로 건드리니 지렁이는 S자로 몸을 휘며 이동하려 한다. 습기를 찾아 움직이는 거겠지만, 물기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이다. 지렁이에게 이 시멘트 바닥은 고비사막 어디쯤이겠지. 그녀는 두리번거리다 파란 플라스틱 화분 옆에 버려진 나무젓가락을 집어 지렁이 앞에 구부려 앉는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지렁이를 들려는데 지렁이가 몸을 둥글게 비튼다. 그녀는 지렁이를 집어올리려다 실패하고 지렁이 밑으로 젓가락을 넣어 살살 들어올려 실파를 묻어둔 화분 위로 옮긴다. 젓가락으로 흙 속에 홈을 파서 지렁이를 넣고 흙을 덮어준다. 왠지 지렁이가 안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살아날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햇빛을 피한 게 어딘가. 그녀는 일부러 아래로 내려가 빈 병에 물을 담아와서는 지렁이 위로 흠뻑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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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국수를 손으로 집어먹는다. 그녀는 하나의 손을 살짝 때리고는 포크를 다시 쥐어준다. 네가 동생들 따라하면 어째. 두나 세나는 어리니까 그렇지. 그는 말없이 먹다가 두나가 상 위에 흘린 국수를 두나의 입안에 넣어준다. 접시 위에 담긴 찐만두를 잘라서 하나에게 준다. 이렇게 같이 밥상 둘레에 앉아 먹으니 정말 식구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모처럼 그가 받은 일당이라며 칠만 원을 내밀었는데 그녀는 코끝이 찡했었다. 대번에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뭐해서 벌었는데? 어제 김 씨 아저씨 옆에서 보조 일 좀 했어. 그녀는 계란지단도 흰자 노른자 또렷하게 나누어 그의 국수 위에 넉넉히 얹었다. 좋은 것 먹이고 좋은 것 입히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채반에 남겨진 국수를 나누어 각자의 그릇에 더 담는다. 깨끗하게 비워진 채반을 보니 기분이 좋다. 그녀는 국수를 먹다가 그가 있을 때 퍼즐을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 5회 → 7월 1일 월요일 계속>


배이유 ·소설가 eyou11@naver.com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 퍼즐 위의 잠(3)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405

▶ 관련기사 : [뉴스부산초대석] 배이유 소설가, '배이유의 이유 있는 소설'

-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3051





http://newsbusan.com/news/list.php?mcode=m333yu8b





[덧붙이는 글]
▶ 배이유 소설가가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시골 들판과 수리조합 물가, 낮은 산, 과수원. 그리고 유년의 동네 골목길에서 또래나 덜 자란 사촌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지금은 징그럽게만 느껴질 양서류, 파충류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가던 논둑길에서,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낮게 내려와 심장에 박히던 기억. #2학년 때 초량동 구석진 허름한 만화방에서 경이로운 문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몸과 언어가 일치하던 어린 시절 책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이런 강렬한 기억들이 모여 저절로 문학을 편애하게 되었다. 결국 소설에의 탐닉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다. 크게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송정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패배로 거듭날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뉴스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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