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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 選]









"내 한숨 발전소"




김세윤(27회)


내 한숨으로

발전소를 세울 궁리를 한다면

당신은 웃겠지만, 난 운다네

내 한숨소리에 땅이 꺼지고 둑이 터져

눈물 댐이 넘실넘실 넘나드는 곳, 거기 높다랗게

푸른 전기가 발광하는 발전소를 세울 궁리를 한다네


물이 빠지면 다시 들이치는 물

그 느린 유속으로는

그대가 차오르기까지 배를 띄우지 못하네,

그때 내게 그 배를 맡겨 주면 좋겠네, 내 한숨으로 그 배를 밀어

댐 위엔 내 꺼지지 않는 한숨의 불이 사방에 켜지면서

그 넘친 울음으로 돌리는 수력발전소를 돌리려 한다네


입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숨처럼 사라진, 입술이 빨간 그대가

악기 하나를 매고 댐 위의 길을 지나갈 때

질끈 묶은 뒷머리가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두 팔만 가느다랗게 휘저을 때

밤새 발랄라이카 소리가 자작나무 숲을 범람할 때

내 입술의 제대로근이 맘대로근보다 재빨리 움직인다네


우리 두 입술 위에

저 우랄산맥과 바이칼 호를 넘어오는 새들이

잠시 번개 치는 피뢰침 위에서처럼 마주친다면

그대 그 울고 있는 입술에

후, 내 숨길이 닿는 순간마다 물살이 높아지리라,

그 전심전력으로 홍조를 띤 그대 뺨의 출렁임에

벽력같은 전기가 관통한다면,


수억 개의 빗방울을 받아 먹는

내 입술의 수위만 새파래지도록

입 위의 검은 까마귀 수염만 대신 비를 맞는 밤

내 한숨으로 비 그친 하늘,

긴 꼬리를 그리며 그대 숨소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일억 와트의 전기를 내뿜다 감전사한, 초고압 내 한숨 발전소를

위태로이 내 가슴 위에 세울 궁리를 한다네


-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수혜작가 선정작




☞ 작가 김세윤(약사, 시인) 부산 출생, 부산고 27기(1회 청조문학상 수상), 부산대 약 대(부대문학상 수상), 현 반여우리약국 대표,조선일보 신춘 문예 데뷔(1987), 한국해양문학상 수상(2010), 부산일보 해 양문학상 대상(2018), 포항문학상 대상(2018), 한국문화예술 위원회 수혜 작가 선정(2019), 시집 '도계행', '황금바다' 등





▲ 출처 : 부산중·고등학교총동창회보 청조 vol.467(2020. 8.)





덧붙이는 글

[靑潮] 부산중·고등학교총동창회 ☞ 까까머리 시절부터 우리는 / 구봉산 기슭, 부산 중ㆍ고등학교에서 / 청운의 꿈을 키우며 '청조 靑潮'라는 이름으로 / 3년을 함께한 '질긴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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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04 00:46:46
  • 수정 2020-09-04 1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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